한국을 빛낸 50개의 고전들 - 만화로 보자!
올드스테어즈 편집부 지음 / oldstairs(올드스테어즈)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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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고등학교 다닐 때, 국어 과목을 접하고는 다소 혼란을 겪었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초등, 중등 시절 국어는 그냥 국어였다. 국어 과목 안에 어법, 문법, 설명문, 논설문, 수필, 문학 등이 혼재되어 있었고, 그래서 이런 게 그냥 국어구나하고 배웠다.

그런데 고등 국어는 그 분량과 수준이 달랐다.

국어가 따로 있고, ‘현대문학고전문학이 새로이 등장하였다. 이렇게 국어라는 분야가 갈래갈래 나뉘고 분량이 증가했으며 공부해야 할 수준도 높아져서, 아찔했다. 우리말로 된 과목이고 우리말 관련된 내용을 공부하는 것이었는데 분량이 좀 늘고 수준 좀 높아졌다고 해서 어려울 게 뭐 있었을까 싶지만, 정말 어려웠다.

 

일반 국어 과목은 초등, 중등 때부터 배우던 가락이 있으니 그럭저럭 따라갔다고 쳐도, 새롭게 등장한 문학 계열은 수준과 폭이 너무 컸다. 과목 속에 등장하는 각종 문학 작품들(, 소설, 수필, 고전 등)을 각 작품별로 샅샅이 공부해야 했는데, 작가의 창작 의도, 소재, 주제, 문법 등등 하나의 문학 작품에서 뽑아내고 훑어낼 만한 것들은 죄다 공부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문학 작품이 교과서에 있는 것뿐인가!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준비하는 학생이라면, 교과서 밖 작품들도 읽어야 한다.

특히 고교시절엔 대입수능 준비가 임박한데다 공부해야할 과목도 많고 수준도 높아 시간이 부족하다고 하소연하는 시기인데, 교과서 밖 문학 작품들도 시간 내서 읽어두어야 한다고?!

 

고전문학이라고 하면 옛 문헌, 훈민정음, 향가 등의 장르가 생각나고, 문법이나 어휘 등도 오늘날의 그것과 사뭇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관련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고서는 고전이라는 단어만 들어가도 그런 책에 선뜻 손이 잘 가지 않게 된다. 우선 어렵다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또한 나와 딱히 상관없다는 생각에 거리감도 느껴진다.

 

이 책 한국을 빛낸 50개의 고전들, 어렵게만 느껴지고 선뜻 손이 가지 않는 고전문학 분야와의 거리감을 줄여줄 수 있는 획기적인 책이다.

 

우선,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겨냥된 고전문학 관련 책이다.

흔히 고전문학 전문가, 전공자 이외에는 고전문학과는 거의 담을 쌓게 된다. 즉 어른이 되어갈수록 그 현상이 심해지는데, 만약 어른이 아닌 초등학생이라면?

어릴 때 접하고 배우고 익힌 것들은 잘 기억한다고 한다. 미취학 또는 초등학생이 고전문학을 일찌감치 알게 되고 읽게 된다면, 자연스럽게 뇌리에 남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고전문학에 관한 내용을 무턱대고 주입시킬 순 없다. 그러므로 만화형식을 빌려 어린이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구성하였다. 수학 분야 수학도둑, 한자 분야 마법천자문, 과학 및 역사인물 분야 WHY?, 세계사 분야 먼나라 이웃나라만화형식의 어린이 대상 책들이 유용하다는 것은 이미 알려져 있다.

 

또 다른 점으로, 한국을 빛낸 50개의 고전들이란 제하에 단 한 권으로 집약한 책이다.

제목에서 보이는 것처럼, 이 책 한 권 속에 50개의 고전이 집약되어 있다. 마구잡이로 선정한 것도 아니다. ‘최신 초등교육과정에 맞추어 초등학생이 알아두어야 할 고전 작품들을 중심으로 엄선하여 수록하였다.

여타 학습만화 시리즈와 비교하면, 확연한 차이가 드러난다. 예를 들어 수학도둑은 수학 관련 내용을 수 권에 걸쳐 시리즈로, 마법천자문은 한자를 소재로 무수한 시리즈를 낸 바 있다. 수학분야, ‘한자분야를 전반적으로 학습하려면 시리즈 전질이 필요하다.

혹시 몰라 검색해보니, 미래엔아이세움에서 발간하는 흔한남매 이상한 나라의 고전 읽기라는 고전분야 학습만화 시리즈가 있다. 시리즈를 이루는 권 당 3~4편의 고전문학이 수록되어 있는데, 상기의 여타 학습만화 시리즈물과 그 결이 같다.

그러나 한국 고전문학분야를 학습하려는 독자는, 이 책 한국을 빛낸 50개의 고전들단 한 권이면 충분하다.

 

한국을 빛낸 50개의 고전들의 특징을 한번 살펴보자.

 

1. 만화 구성이다.

위에 언급했던 것처럼, 어린이들이 읽기 편하고 이해하기 좋은 만화형식이다.

 

2. 고전문학부터 근현대문학까지 엄선된 50편의 작품이 들어 있다.

최신 초등교육과정에 맞추어 알아두어야 할 고전 작품들을 엄선하여, 특히 초등학생들에게 요긴한 책이다. 목차를 보면, 50편의 고전 작품이 어떤 것들인지 바로 알 수 있다.(p2~3)

 

3. 설화, 고전 소설, 판소리계 소설, 역사 소설, 현대 소설까지 폭 넓게 소개되어 있다.

고전이 뭔지 전혀 알지 못하는 초등학생들이게 고전에 대한 개념, 종류 등을 이해시킨다.

 

4. 각 분야 섹션별로 도입부에 해당 분야에 대한 개요가 있다.

예를 들어 설화편을 들어가기에 앞서, 설화의 정의, 종류, 특징 등을 짚고 넘어 갈 수 있도록 도입 페이지를 설정하여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다.(p4~5)

 

5. 작품별로 만화와 함께 상세한 작품 줄거리가 있다.

<까치전>을 예로 들면, 4개 페이지에 걸쳐 이해를 돕는 만화가 실려 있고(p42~45) 1개 페이지에 상세한 줄거리를 기술(p43)해 놓아서, 만화로도 글로도 <까치전>을 두루 접할 수 있게 만들었다.

 

6. 작품별로 작품 키워드와 작가, 시대, 한줄 소개, 핵심 포인트 등 핵심요약이 실려 있다.

<홍길동전>을 예로 들면, ‘작품 키워드로 조선의 문제점, 서자, 허균 3가지를 뽑아 놓았다. 그리고 작가는 허균’, 시대는 조선 시대’, ‘한줄 소개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라고 적어 놓았다. 또한 핵심 포인트개혁을 기술해 놓았다.(p78)

 

7. 만화 속에 속담사자성어를 가미하였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나라 고전문학과 더불어, 속담과 사자성어를 덤으로 익힐 수 있게 구성해 놓은 점이 눈길을 잡는다. 단순히 주석이나 꼭지 형식으로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만화 속 스토리에 속담과 사자성어를 녹여 놓아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게 한 것이 특징이다.

50편의 작품마다 최소한 1개 이상의 속담, 사자성어가 소개되어 있으니,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최소 50개의 속담과 50개의 사자성어는 익히게 되는 셈이 된다.

어떤 작품에서는 속담이 2개 소개된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현대 소설분야에 속하는 작품 <봄봄>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낫 놓고 기역자도 모른다라는 속담이 2개 나온다.(p131)

 

8. ‘최신 초등교육과정에 맞추어 편찬하였다.

책 말미에 최신 초등교육과정과 함께 해요!”(겉표지)라고 했는데, 초등 2학년~6학년 사이 초등 과정과 연동되는 고전 작품들을 중심으로 엄선하여 초등학생이 꼭 알아두어야 할 우리나라 고전 작품을 재밌고 손쉽게 이해할 수 있게 도와준다.

 

이 책을 읽다보니, 전혀 모르던 작품들도 눈에 띄었다. 예를 들어, 지귀설화(p14), 김현감호(p22), 바리데기(p24), 공방전(p32), 서동지전(p40), 금방울전(p62), 숙향전(p64), 채봉감별곡(p66), 운영전(p68), 홍계월전(p76), 최고운전(p98), 탈출기(p124), 만무방(p132), 돌다리(p142), 미스터 방(p144) 등이 그러했다.

아마 다른 성인들도 모르는 작품들이 꽤 있을 듯싶다. 초등학생 대상의 책이라고 하지만, 어른들도 읽어볼 필요가 있을 듯싶다. 이 책은 어른이 읽어도 재미있게 읽힐 것이다. 그러면서 몰랐던 우리나라 고전 작품을 알게 되어 상식을 더 쌓는 유익함이 있을 것이다.

 

덧붙여서 출판사 측에 한국을 빛낸~” 시리즈를 더 출판해 볼 것을 제안 드리고 싶다.

올드스테어즈 출판사 홈페이지를 보니 한국을 빛낸 100명의 위인들이란 책이 있던데, 이 책 한국을 빛낸 50개의 고전들과 맥을 같이 하는 초등학생 대상의 시리즈물 같다.

기왕에 한국을 빛낸~” 시리즈를 만드는 거라면, 한국을 빛낸 00개의 동시들, 한국을 빛낸 00개의 현대문학들등을 기획하는 것은 어떨까 싶다.

 

한국을 빛낸 50개의 고전들을 어린이가 초등학생 시절에 읽는다면, 우리나라 고전 작품들이 머리에 쏙쏙 들어박혀 잘 잊히지 않을 것이고, 중등, 고등 과정으로 올라가도 고전문학과목을 수업할 때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된다. 또한 어른이 이 책을 읽으면, 잘 알지 못했던 우리나라 고전의 세계를 접할 수 있게 되고 상식도 쌓는 재미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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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서랍 - 필사 펜드로잉 시화집
김헌수 지음 / 다시다(다詩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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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한편의 시 49수에 담긴 김헌수 시인의 감수성과 한땀 한땀 시화로 그려낸 김헌수 시인의 정겨움이 담뿍 담겨져 있다. 이 책은 독자에게 옛추억, 그리움, 학창시절의 감수성, 정겨움 등을 선사하는 ‘선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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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서랍 - 필사 펜드로잉 시화집
김헌수 지음 / 다시다(다詩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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를 쓰는 일은 정겹다.

예전 학창시절에 감수성에 젖어 갑자기 감상적인 글을 쓰거나 뭔가를 끄적거리거나 낙서 등을 하던 때가 한번쯤 있을 것이다.

나도 그런 감수성 어린 때가 학창시절이었고, 시인지 뭔지 모를 글을 쓰고 낙서 같은 그림을 끄적였던 적이 있다. 그런 행위는 나의 감수성이 발산되는 자연스러운 것이었고, 그 당시의 기록들이 내 서재에 아직도 남아있어 다시금 꺼내 보면 무척 정겨움이 느껴진다.



빠르게 변해가고 복잡하기만 한 현 시대를 살면서 그런 정겨움과 감수성을 느낀다는 것은, 다시없을 선물이 아닐까 싶다.


여기 그런 선물같은 책이 한 권 있다. 필사 펜드로잉 시화집 [마음의 서랍]이다.

시인 김헌수 님은 2018전북일보신춘문예를 통해 시 <삼례터미널>로 등단하여 여러 편의 시집과 시화집을 내면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일부 시인 중에 시화집을 출판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주로 그림작가와 협업을 한다. 그런데 김헌수 시인의 시화집은 남다르다. “작가가 직접 시를 쓰고, 시화를 그린다는 점이다. 시인이 직접 시화를 그린다는 점에서, 김헌수 님의 시화집에 담긴 시와 시화들은 특히나 더욱 시인의 감수성이 진하게 녹아들어 있다.

그래서일까? 이 책을 읽는 나에게 시에 담긴 의미들이 더욱 또렷하게 다가오고, 시와 그림이 조화롭게 내 머리에 스며들며, 예전 학창시절에 느꼈던 시적 감수성과 정겨움이 내 가슴으로 적셔들어 온다.


그러한 시시구를 [마음의 서랍시화집을 구성하는 총 4개의 서랍 속에서 꺼내어 소개해본다.


<새털구름 같은 마음> (p12)

내 안에 깃든 당신에게 / 몸의 안녕과 마음의 안부를 여쭙니다

봄이 오면 일상의 회복을 기대하면서 / 반짝이는 햇살 아래를 걷고 싶어요

종일토록 새털구름 같은 마음을 / 봄볕에 걸어두고 싶어져요

우울한 시절을 건너가는 요즘, / 짱짱한 햇빛 아래 마음을 널어두고 싶어요

 

축축한 우울한 시절과 새털구름 같은 그리운 마음을 담아, 봄이 오기를, 원래 일상으로 돌아가기를 바라며, 햇빛 아래서 반짝이고 짱짱해지기를 바라는 듯하다. ‘새털구름그림이 매우 인상적이다.



<뒷모습> (p20)

처음 열어본 서랍에

너의 뒷모습이 혼잣말처럼 일렁인다


짧은 시. 몇 자 되지 않는 시어. 그러나 많은 것이 담겨 있고,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시.

잊고 있었던, 혹은 잊기로 했던 를 서랍장 같은 내 마음 속 한 귀퉁이 서랍에 담아 두고는 오래도록 열지 않다가... 문득 노트 갈피에 꽂고 잊었던 사진 하나 떨구어지듯, 혹은 옛일기장의 비밀스러운 어느 날의 일기를 읽듯 오랜만에 를 회상하게 되었다.

너의 얼굴을 모르겠다. ‘뒷모습만 일렁인다. 네가 했던 얘기들도, 함께한 추억도 희미하다.

왠지 시 <서랍에 웅크리고 있는 조금 덜 슬픈 날>(p74)과 시 <곁에 서서 비 맞기>(p206) 이야기가 이어지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리고 시 <서랍>(p140)과도 비교하며 읽는 것도 한 재미일 듯싶다.



<블루를 좋아하는 그녀> (p40)

유쾌함을 전해주며 살기에도 모자란 삶

블루는 한 발자국 걸어 나가는 진취적인 걸음을 꽂아보는 일

가슴이 시키는 대로 그 방향으로 나가보아요


<블루를 좋아하는 그녀>의 첫 연에서 블루마법처럼 풀리는 / 감탄을 불러오는 색감이라 정의하고는, ‘블루를 좋아하기를그래서 진취적으로 가슴이 시키는 대로 나아가기를 희망하는 노래이다.



<3> (p52)

찬찬히 훔쳐보기 좋은 카페에 앉아 / 내 마음이 덜컥 커지는 시간


3분의 시간. 착각하거나 까먹어서 덜컥 놀란 것일 수도... 긴장되어 두근두근 거릴 수도...

이 시에서 내 마음이 덜컥 커지는 시간이란 시구가 마음에 와 닿았다.

시 제목처럼 3분이어도 좋고, 그게 굳이 3분이 아니어도 좋다. 그 어떤 시간에서든, 그 어떤 상황에서든 놀랄 때나 긴장될 때 등의 상황을 저처럼 시적 은유로 강렬하게 나타낸 표현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바다를 가고 싶다는 말을 자주 했지> (p98)

꿈을 빚는다는 말을 바다를 건너며 들었어 / 서서히 늙어가는 노을을 뒤로하고

견디지 못한 삶을 놓쳐버린 그 누구의 오늘을 / 파도에 새겼어

드나드는 바람 따라 필연처럼 엉겨 붙는 목숨 / 숱한 다짐은 포말 따라 사라졌어(중략)


이 시를 읽고 읽었다. 내게 이 시는, 먼 미래 홀로 남겨진 어느 한 노신사가 파도 치는 해안가 노을진 어느 바다를 바라보며 울먹일 듯한 목소리로 독백하는 느낌이 들었다.



<그는> (p128)이라는 시는, ‘라는 사람에 대해 내가 묘사하고 표현하는 스타일의 시이다. 17행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를 어찌나 잘 알고 얼마만큼 바라보았던지 매 행마다 그토록 다양하게 에 대해 써내려갈 수 있는가. 이 시를 읽는다면, 도전해보는 건 어떨까. 내가 잘 알고 있는 그 어떤 사람에 대해 이 시 <그는>처럼 해보는 거다.



<사진첩> (p144)

오래된 사진첩을 펼쳐본다 / 빛바랜 줄이 선명한 사진 / 첫 소풍 기념이 머물러 있는 흔적 / 그냥 붙여두고 바라보았다

세월의 흐름을 빠르게 건너가는 강물을 보았다 / 사무쳐오는 것들의 이름을 불러보았다 / 온전히 추억을 더듬는 그 시절을 찾아가는 시간

속절없는 시절 앞에서 / 계절이 바뀌는 꿈을 접어둔다


이 시를 읽다가, 문득 서재 한 귀퉁이에 자리한 한참을 펼쳐보지 않은 앨범에 눈길이 갔다. 내 지나간 이야기들이 머물러 있는 흔적들이 고스란히 접혀있는 앨범들. 이 책을 읽던 도중 뜬금없이 앨범 중에 예전 성장기 사진첩을 펼쳐보았다. 그리고 내 아이 자라나던 사진들도 찾아보았다.

시 한 편 덕분에, 시인의 말처럼 온전히 추억을 더듬는 그 시절을 찾아가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하루 종일 비가 내리네> (p190)

엄살을 부리고 싶을 때가 있다 / 아픈 척 / 괴로운 척 / 힘든 척

어린 나를 달래주던 / 엄마의 목소리에 기대고픈 / 그런 날이 있다


사회에 나와 힘겨웠던 때가 갑자기 생각났고, 고향에 계신 엄마 아버지가 떠올랐다.



<집으로 가는 저녁이면> (p210)

절망 가운데서도 길을 찾는 일은 / 상처를 보듬는 일

감탄사를 붙이는 일이 많아지게 / 아직 삶은 살 만한 것이라고


노곤한 하루를 보낸 이들에게 보내는 희망어린 시 같다.



일부 시화와 시가 연이은 매칭이 이루어지지 않아, 시를 읽고 시화를 감상하는 재미의 맥을 간간이 끊어 놓는 아쉬움이 있었다.

예를 들어 페이지 100~101의 시화가 페이지 116의 시 <‘왈칵이라는>과 호응되고, 페이지 92~93의 시화는 페이지 98의 시<바다를 가고 싶다는 말을 자주 했지>와 연이어지며, 페이지 72~73의 시화가 페이지 52의 시<3>과 매칭되어야 하고, 페이지 196의 시화는 페이지 40의 시 <블루를 좋아하는 그녀>와 공유되어야 한다. 페이지 142 시화와 페이지 210의 시 <집으로 가는 저녁이면>도 마찬가지이다.


어쩌면 일종의 다시보기느낌으로 일부 시화를 떨어뜨려 놓았거나, 아니면 시와 시화를 시화집으로 묶으면서 시와 시화 사이에 윤회적 이미지를 더한 한 덩어리 느낌으로 만들려는 의도된 배열이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필사 펜드로잉 시화집 [마음의 서랍] 속에는, 한편 한편의 시 49수에 담긴 김헌수 시인의 감수성과 한땀 한땀 시화로 그려낸 김헌수 시인의 정겨움이 담뿍 담겨져 있다. 이 책은 독자에게 옛추억, 그리움, 학창시절의 감수성, 정겨움 등을 선사하는 선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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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의 영웅 안중근 - 강자가 약자를 억압하지 않는 세계를 꿈꾸다
전우용 지음 / 한길사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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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세를 사는 모든 사람들의 생명은 단 한 번이다. 그렇기에 삶의 기로에서 항상 신중한 선택을 하기 마련이다. 기본적으로 사람이라면, 거의 대부분의 선택지가 삶의 끈을 부여잡는 것일 것이다. 죽을 수도 있는 병이 들었든, 생활이 곤궁하든 살려 달라!”고 하곤 한다. 어떻게든 살아보기 위해 생각하고 방법을 강구하며 살아갈 길을 모색하고 그 길을 간다.


그러나 안중근은 죽음을 택하였다.


누구나 안중근을 안다.

19091026일 하얼빈역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하고 현장에서 체포되어 일제에 의한 재판을 당하고 사형언도를 받은 후 1910336일 순국하였다. 옥중에서 동양평화론을 집필하였고 유묵 휘호들을 남겼다. 현재까지 그 유해는 발견되지 않았다. 그는 일제의 앞잡이 이토를 처단한 민족의 영웅이며 의사(義士)이며 독립운동가이다. 2010년 안중근 서거 100주년을 전후하여 그에 대한 출판물, 영화, 드라마, 뮤지컬 등 다양한 문화예술작품이 나왔다.

아마도 대다수가 이 정도는 알고 있을지 모른다. 그렇다면 우린 안중근을 안다라고 말할 수 있을까? ‘알고 있다고 착각하는 건 아닌가?



그는 어떤 삶을 살았을까.

왜 이토 히로부미를 처단하여야 했는가.

무슨 이유로 대한제국사람이 중국 뤼순의 감옥에 갇히고일제의 재판을 받아야 했는가.

왜 그는 재판 판결에 불복하여 항소하지 않고사형을 받아들였을까.

그에 대한 평가와 연구는 어떠하고왜 이토록 안중근에 열광하는가.

질문에 대한 대답을 찾으려면, 각고의 노력이 필요할 듯싶다. 안중근의 자서전인 안응칠역사를 비롯하여 그에 대한 전기 서적, 후대에 나온 안중근을 평한 도서 등 어느 정도 이상의 다양한 책들을 탐독하든지 안중근에 대한 연구내용을 검색하든지 각종 언론기사와 증인들의 증언을 수집하든지 해야 하지 않을까. 그러나 이젠 그럴 필요가 없어진 것 같다. 이 책 민족의 영웅 안중근이 있기 때문이다.


민족의 영웅 안중근, 위의 질문에 대한 대답을 포함하여 안중근에 관한 그 어떤 궁금증에 대해서도 모든 답이 담겨져 있는 책이다.



저자 전우용 님은 이 책을 쓰면서 교양서와 학술서의 경계를 허물고 싶었지만, 이도저도 아닌 책이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너그러운 양해를 바란다.”(p10)며 겸손의 말을 하였으나, 이 책은 안중근의 저서인 안응칠역사, 동양평화론을 비롯하여 수많은 이들의 저술, 언론기사, 사진자료, 연구자료, 역사적 고증 내용이나 증언 등이 저자의 손을 거쳐 수집되고 분석, 분류되어 얻어진 벽돌들을 가지고 차곡차곡 쌓아 올린 결과물이라 하겠다. 그만큼 각고의 노력이 2,000매 가까운 원고 뭉치 속에 배어들어, 우리는 그저 이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안중근을 원거리, 중거리, 근거리에서 바라볼 수 있고 마치 3차원 입체 모델링이 된 듯 안중근의 겉모습은 물론 속속들이 어렵지 않게 알 수 있게 되었다.


전우용 님은 19세기 말 이 땅에 전래된 근대적 개념어들에 관해 연구했는데, 근대적 개념어들을 사용하여 시대를 뛰어넘는 선구적 사상을 정리한 사람이 안중근이라는 데 생각이 미쳤다(p9)면서, 안중근이 동양평화체제 구상을 세우는 데 사용한 개념과 그의 사상 하나하나를 세밀히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이 책의 2를 먼저 썼다고 한다. 그리고 사람의 생각과 은 서로 떼어 놓을 수 없기에 안중근의 일대기를 가급적 충실히 정리해보고자 했으며 그 내용이 1에 해당하고, 마지막으로 현 시대 안중근이 갖는 상징적 위상과 그렇게 된 이유, 과정에 대한 답을 찾고자 3를 덧붙였다고 하였다.(p9~10)



저자가 이 책을 쓰게 된 이유는 고스란히 이 책의 목차를 이루었다.

1<안중근의 삶>

2<안중근의 생각>

3<안중근에 관한 생각>

이 목차에 이 책의 정체성이 그대로 반영되어 있고, 이 목차로 인하여 저자는 교양서와 학술서의 경계를 허물고 싶었다고 하였는데 - 전기, 평전, 수필, 근대사서 등의 성격이 고스란히 담긴 교양서와 학술서 간의 경계는 물론, 백과사전의 경계까지 허무는 새로운 형태의 저술 장르 탄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1<안중근의 삶>, 말 그대로 안중근의 삶을 조명하였다. 이 부분을 읽기 전에는 제1부가 안중근이 뤼순감옥에서 저술한 자서전 안응칠역사를 소개하고 그 내용을 선보이나보다 지레짐작하였는데, 그렇지는 않았다.

일반인이 한 역사적 인물을 접할 수 있는 흔한 방법은, ‘위인전과 같은 책을 읽는 것이다. 특히 어릴 때나 학창시절에 주로 읽게 되므로 읽기 편하게 각색되어 있고 위인을 통해 교훈이 될 만한 점을 부각시킨다.

이 책의 제1부는, ‘안중근의 삶을 각색하고 있지 않다. 오히려 저자가 수집한 각종 자료를 바탕으로 사실을 기술하였는데, 찾아낸 자료가 각색되어 있다면 바로잡기를 하였고, 어떤 상황에 대해 여러 자료(혹은 증언)가 차이가 나면 비교분석한 바를 객관화 시켜서 보여주었다. 즉 저자는 사실을 뽑아내고 사실을 보충하거나 사실대로 바로잡아 안중근의 삶을 보다 극명화시켰다.

예를 들어, 안응칠역사에 안중근이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하기로 결심하고 실행에 옮기기까지의 과정을 기록해 놓았고(p99~108) 안중근과 친분이 있는 안창호, 이강, 이범윤, 최재형, 이범진 등 독립운동 동지들에 대하여 부정적인 평가를 기술(p119~120)해 놓은 부분이 있다. 저자는 <안중근 기록의 의문점들>이라는 제목 하에 저격까지의 과정 중 의문점들을 조목조목 바로잡았고 왜 동지들을 부정적으로 평가했는지를 합리적으로 보충설명 하고 있다.(p108~126)



또한 저자는 (안중근)가 이토 히로부미를 처단한 것은 사사로운 원한이나 이해관계 때문이 아니었다. 그는 대한의군 참모중장으로서, 한민족의 일원으로서, 평화를 갈망하는 인류의 대표로서 정의를 실천했다. 그에게는 개인의 삶이 곧 민족의 역사이자 인류의 역사였다.”(p31)와 같은 저자가 생각하는 바를 책 곳곳에 실었다. , 일종의 평전의 성격도 가미되어 있는데, 우리나라 근대사를 전공한 국사학 박사로서 문화재청 문화재 전문위원,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 객원교수, 한양대 동아시아문화연구소 연구교수 등을 역임한 저자의 학문적 관점에서 바라본 안중근에 대한 평가를 곁들여 보는 재미도 있다.


1부를 통해, 안중근이 어떤 삶을 살았는지를, 이토 히로부미를 처단하게 된 이유와 그러기까지의 과정을, 중국 땅에서 일제의 재판을 받아야 했던 시대상을, 그가 사형을 받아들인 마음을 소상히 알 수 있다.



2<안중근의 생각>, 안중근이 남긴 글을 통해 그의 생각을 알 수 있게 해준다. 안중근이 남긴 글은 그리 많지 않다. 뤼순감옥에서 쓴 안응칠역사동양평화론, 연해주 망명 중에 쓴 해조신문기고문, 200여 점에 달하는 휘호가 있다. 그리고 일본 검찰관과 논쟁한 내용도 문서로 남아 있다. 많지 않은 글과 기록으로나마 그가 죽기 전에 어떤 생각을 품었는지, 그가 자기 목숨을 버려 이루고자 한 가치가 무엇이었는지 알 수 있다.(p223)



이 책의 제2부를 먼저 썼다.”(p9)라고 저자가 서문에서도 밝혔듯이, 2부를 읽다보면 저자가 이 부분을 쓸 때 상당히 혼신의 힘을 다 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도 그럴 것이 저자 자신이 안중근의 사상 기반에 대해 너무도 궁금해 했던 것이다.

(안중근)는 정의, 인도, 민족, 평화, 민권, 독립, 만국공법 등 여러 개념어를 벽돌로 사용하여 동양평화론이라는 웅장한 건물을 지으려 했다. ... 그는 이 벽돌들을 어디에서 구했을까?”(p224~225)

그리고 저자는 결심하였다.

(안중근)는 시대를 앞서는 생각을 키웠고, 그 생각을 확신했다. 죽음을 앞두고 모든 사심을 버렸기에, 그의 생각은 ... 투명한 결정체가 되었다. 결정체를 통해 그의 생각을 만든 원소(元素)들을 추적해본다.”(p226)



저자는 안중근 집안의 가풍’, ‘부모의 영향, ‘유교기본 소양, ‘천주교교리 학습, ‘신서적신문읽기, ‘들과 사귀기 등을 통해 안중근의 사상 기반을 파악하였고, 안중근이 의거 전날 밤에 지은 한시 장부가에 담긴 굳은 신념과 동양평화론에 담긴 앞선 생각들, 죽음을 마주하고 쓴 휘호들에 담긴 그의 지식과 이상 등을 살펴보았다.

특히 동양평화론을 구성하는 개념어들을 샅샅이 찾아내어 그 유래, 분석 내용 등을 기술한 <동양평화론을 구성한 개념들>이란 부분은, 저자의 근대적 개념어연구 성과와 안중근의 사상을 잘 아울러 기술하여 저자가 이 부분에 꽤 힘을 실은 느낌이 역력하다.



3<안중근에 대한 생각>, 1909년 안중근 의사 의거 직후부터 현 시대까지 무려 113년에 걸쳐 사람들의 머리와 가슴, , 입을 통해 여전히 살아 숨 쉬는 안중근에 대한 평가와 반응을 다루고 있다. 그런 만큼 제3부는 이 책에서 상당한 지면이 할애되어 있고, 저자가 근현대를 헤집어 총망라하다시피 수집한 수많은 객관적 자료들과 역사적 사료들이 제3부를 굳건하게 지탱하고 있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너무도 신기한 느낌을 받았다. 안중근에 대한 반응이 한국을 넘어, 동아시아를 비롯하여 세계적으로도 무척 뜨겁고 다양했다는 점이 그렇다. 그리고 시기별로 안중근에 대한 예우, 평가가 각 시대상과 결합되어 다사다난했음을 처음 알았고, 일제와 한국 귀족 친일세력들의 부정적 반응도 처음 접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근대 이후로 현대에 이르기까지 안중근의 상징성은 오래도록 유지 확산되어 그 명성이 드높음을 알 수 있었다.



오늘날 안중근은 한국인들이 존경하는 역사상의 위인앞자리를 점한다. 안중근은 이순신과 더불어 특히 일본을 향해 강력하게 발산하는 한국 민족주의의 대표 상징이다.”(p395)

안중근은 북한에서도 민족 영웅이다. 그런 점에서 안중근은 민족 통합의 상징이다.”(p395)

안중근은 한국 민족운동과 민족주의의 모범이 되었다. 이토를 처단했기 때문이 아니라, 자기 목숨보다 민족의 자존을 더 중하게 여겼기 때문이고, 그 생각을 실천으로 옮겼기 때문이다.”(p427~428)

정권의 통제력은 1987년 민주화 이후 상당히 약해졌다. 냉전체제가 해체되고 ... 평화와 공존을 중시하는 가치관이 확산했다. 국내 정세와 국제관계 모두가 바뀐 상황에서, 반일 민족주의와 애국주의의 표상이던 안중근을 평화의 아이콘으로 재인식하기 시작했다.”(p530)

안중근은 한국 국민 통합의 상징인 동시에 동아시아 지역 통합의 가능성을 제시하는 통합의 상징이다.”(p396)


저자는 안중근을 통합의 상징이라고 해놓고는, ‘분열을 내포한 통합의 상징이라고 표현하였다. 그에 대한 설명은 제3부에 상세하게 기술되어 있다.



이 책 민족의 영웅 안중근을 읽는 내내, 그 내용의 객관성 및 합리성, 이색적인 구성방식, 내용과 구성을 밑 받치고 있는 자료의 딴딴함 등으로 인해 읽는 독자에게 매우 신선하게 다가오는 매력이 느껴졌다.


앞서 새로운 형태의 저술 장르 탄생이라는 표현을 쓴 바 있다. 소설이나 영화 등의 작품을 팬들이 재창작한 작품을 일컫는 팬 픽션(Fan Fiction)’과 사실에 근거하여 쓴 작품을 가리키는 논픽션(Nonfiction)’을 조합함으로써, 민족의 영웅 안중근과 같은 스타일의 작품 장르를 팬 논픽션(Fan Nonfiction)’이라는 새로운 장르로 명명하는 것은 어떨까 제안하고 싶다.


민족의 영웅 안중근을 읽은 독자라면, “이제는 안중근을 안다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19091026일이 안중근 의사 의거일이란 것을 안다.

1910336일은 안중근 의사 순국일임을 우린 안다.

그리고 올해 2022년은 의거 113주기이자 순국 112주기이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니, 마음이 짠해 왔다. 100여 년 전의 한 인물은, 살아서도 죽어서도 대한의 백성들에게 하나 됨의 촛불과도 같은 심상(心象)을 오래도록 남겨주고 있다. 분명 안중근의 혼은 현세에 깃들어 있고, 그 살아있는 혼이 지금껏 우리에게 뭔가를 얘기하는 것이리라.

저자의 각고의 노력으로 탄생한 이 책 민족의 영웅 안중근을 통해, 우리는 제대로 안중근을 되새길 수 있고 앞으로도 민족, 애국, 평화, 통합, 그리고 영웅으로 그를 기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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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에게는 아들의 속도가 있습니다 - 아들에게는 왜 논리도, 큰소리도 안 통할까?
정현숙 지음 / 월요일의꿈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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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아들 양육에 도움되는 이야기를 담고 있으며 ‘엄마의 마음’이 많이 느껴진다. 더불어 아이의 양육에 ‘아빠의 역할’도 중요하다는 점도 잊지 않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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