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로 쓴 카피 오늘도 쓴 카피 - 모든 걸 경험할 수 없어 문장을 수집하는 카피라이터의 밑줄 사용법
이유미 지음 / 북스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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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오늘로 쓴 카피 오늘도 쓴 카피>를 택한 건 순전히 ‘카피’에 대한 관심 때문이다.

나는 수년 전 광고회사 카피라이터가 되고 싶어, 광고 교육기관인 한국광고연구원에서 카피라이터 과정을 밟았다. 예전에 카피라이터 공부할 때, 다양한 관련 전문서적을 탐독했다.

<카피라이팅의 원리와 공식>(천현숙), <컨셉 크리에이터>(김근배), <오길비의 광고>(David Ogilvy), <광고로 배우는 광고>(차유철), <마케팅 불변의 법칙> & <광고 포지셔닝>(Al Ries, Jack Trout), <성공광고특강>(박문수), <성공하는 광고의 숨은 심리>(신강균). <카피라이터 정철의 내 머리 사용법>(정철), <크리에이티브테라피>(윤수정) 등이 내 집 서재에 꽂혀있다.

카피라이터 이유미 작가만의 어떤 카피 이론 및 작법이 담긴 일종의 ‘전문서적’을 상상하며, 이 책을 펼쳤는데...


어라? 기존의 카피 관련 책들과 그 결이 다르다.


그래서 책을 읽으면서 상당히 의아했다. 에세이 같았다. 여러 사물과 일상 등에서 묻어 나오는 저자와 관련된 이야기와 느낌들이 다분히 실려 있다.

그런데 꼭 그런 것만은 아니었다.

‘카피’에 관한 이야기들이 섹션마다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고, 실제로 저자가 작성한 카피 예시들이 매 장마다 소개되어 있다. 그렇다면 ‘카피’ 서적이 맞는 건가?

그런데 다양한 소설과 에세이 등의 문학책 속 문장들이 보인다. 저자가 엄선(?)한 문장들이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문학을 소개하고 개인의 생각과 느낌을 적은 ‘서평집’ 같기도 하다.


“너, 정체가 뭐냐?”



책에 이런 문장이 나온다.

‘한 권의 책을 백 명이 읽었다면 백 개의 텍스트가 된다.’(p254)


정이현 작가의 에세이 <우리가 녹는 온도>에 있는 글귀라는데, 수많은 사람들이 <오늘로 쓴 카피 오늘도 쓴 카피>을 읽는다면 각자의 머리 혹은 가슴에 그들만의 ‘텍스트’로 남을 것이다.


나는 이 책을 한 번 읽어봐서는 이 책의 정체에 대한 감이 제대로 오지 않았다. 아마도 ‘카피’ 관련 책은 ‘전문서적’이라는 틀 속에서 이 책을 읽어서 그런 게 아닌가 싶었다. 그래서 이번엔 그런 편견 없이 다시금 찬찬히 읽어 내려갔다.


저자 이유미 작가는 스스로 이 책을 이렇게 정의했다.

“모든 걸 경험할 수 없어 문장을 수집하는 카피라이터의 밑줄 사용법”


나는 이 책을 한 번 더 읽고 나서야, 뭔가 ‘텍스트’들이 내게 와닿았다.


다음은 <오늘로 쓴 카피 오늘도 쓴 카피>을 읽고 느낀 나만의 ‘텍스트’이다.


첫째, 이 책은 ‘카피 에세이’다.

이유미 작가가 소설 및 에세이 등에서 수집한 ‘문장’들과 이를 응용하고 변형한 작가만의 공감어린 말맛 나는 ‘카피’들이 한 데 어우러진, 카피라이터 이유미의 ‘카피 일상 에세이’다.

이 책을 통해, 저자의 이력, 가족 간의 에피소드, 저자가 일상에서 읽고 보고 느끼는 감상, 관심, 생각 등을 읽어낼 수 있다.

‘글 쓰는 일이 본업이 되기 전 나는 편집디자이너였다.’(p249) / 색감에 민감한 남편과의 인테리어 취향이 달라, ‘그래, 당신 하고 싶은 대로 해’하면서 손을 놓자, 남편의 손길이 닿아 ‘점차 달라지는 집 분위기가 꽤 마음에 들었다’라고 했던 에피소드.(p36) / “엄마, 엄마는 커서 뭐가 되고 싶어?”라는 다소 갑작스럽고 적잖이 당황스러운 질문을 던진 아들과의 대화 이야기.(p39-40) / ‘주말은 무조건 빨래하는 날이다.’로 시작하는 빨래 에피소드(p126) 등...

기타, 카피라이팅 강의를 할 때, 틈틈이 하는 독서법, 문학책 이외에도 다양한 방식으로 ‘문장’을 수집하는 저자의 문장 수집기 등 다채로운 이야기가 펼쳐져 있다.


둘째, ‘문장’을 수집하는 다양한 방법과 수집한 이들을 가지고 어떻게 하는지 저자만의 ‘문장 수집 일상 활용법’이 펼쳐진다.

우선 ‘책읽기’를 권한다. 저자 스스로도 잠들기 전 장편소설을, 지하철 등에서 에세이를, 짧은 시간 틈틈이 시집 등을 읽는다.(p208) 관심이 가는 책이든, 좋아하는 작가의 책이든 좋다. 심지어 기대하지 않은 책이라도 읽어볼 이유가 있다. 테마소설집 <LOVE OR LIKE>(나카무라 코우)는 기대하지 않고 봤던 책인데 의외로 너무 좋아서 두고두고 들춰보고 있다(p252)고 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저자는 “카피 쓸 때 때론 소설뿐만 아니라 다양한 장르에서 소스를 찾는다.”(p136)라고 말하고는 “가까운 주변에서 원하는 소스를 구하면 좋다. 꼭 책이 아니어도 된다. 유튜브, 팟캐스트, 라디오, TV, 카페에서 들은 누군가와의 대화, 동료가 툭 내뱉은 말 한마디, 하다못해 화장실 입구에 붙은 메모지에서도 (카피) 아이디어는 얼마든지 얻을 수 있다. 감각의 촉만 세우고 있다면! 꼭 소설의 문장으로 한정 짓진 말자.”라고 강조한다.


실제로 저자는 소설이나 에세이 등의 문학책 이외에도 여러 장르를 통해 다양한 소스(문장)를 수집한다.

잡지 인터뷰에서 읽는다.

‘그러다 작업실에 오면 20분 정도 워킹패드 위를 걷고 씻으면서 집안일을 지우고 대본을 쓸 수 있는 머리를 만들어요. 쓰기 이전의 삶과 쓰기의 삶 사이를 구분하기 위해 하는 빗질 같은 거예요. ...’(드라마 <작은아씨들> 작가 정서경 인터뷰-<씨네21×한겨레21 DRAMA WRITERS> 1397호)(p217-218)

팟캐스트를 청취하면서도 문장을 수집한다.

‘글은 삶의 구체성과 일상성을 확보해야 한다. 즉 생활에 바탕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은 글은 공허하고 헛되다. 나는 글을 쓸 때 되도록 개념어를 쓰지 않는다. 개념어는 실제가 존재하지 않고 언어만 존재하는 것 같다. 자기 삶을 통과해 나온 언어를 써야 한다.'(소설 <공터에서> 작가 김훈 인터뷰-도서 팟캐스트)(p82-83)

여타 광고들-예를 들어 산토리 위스키 광고 카피 ‘저 사람도 한잔해보면 좋은 사람일지도 몰라.’(p162)-도 좋은 문장 수집 사례이다.

드라마를 보다가도 캐치한다.

최근에 본 JTBC 드라마 <대행사>의 한 장면-회의실에서 회의에 열을 올리는 중에 답답해진 카피라이터가 육포를 꺼내 질겅질겅 씹는 장면-이 인상 깊었다는데, 저자는 이때 “회의하며 먹을 수 있는 유일한 고기 – 육포?!”를 떠올렸다고 한다.(p53)

상기의 드라마 사례처럼, 여러 ‘문장’들을 수집하다보면 카피를 쓸 때 ‘힌트’가 될 수도 있다. 심지어 ‘배움’도 된다고 하는데, 소설 <미스터 하이든>(사샤 아랑고)을 읽던 중 ‘오후 4시. 하루 중 가장 편안한 시간이 아닐까?’(p99)로 시작하는 인상적인 문장을 통해 저자는 “낮 4시를 이렇게 표현하다니. 이 문장을 읽고 시간을 표현하는 방식을 또 하나 배웠다.”고 고백한다.


이토록 다방면으로 수집한 문장들이 카피를 쓸 때 유용한 ‘소스’가 된다고 저자는 말했는데, 실제로 이유미 작가는 이들 ‘문장들’을 데이터베이스화 하는 작업을 한다. 이 방법은 [창의적으로 필사, 필타하는 방법](p214) 속에 자세히 소개되어 있다.


그리고 저자는 문장 수집의 중요성에 대해 다음처럼 부연하고 반복적으로 강조한다.

“평소에 책을 많이 읽고 메모하는 노력, 이런 노동, 밑 작업이 필요하다.”(p193)

“많이 체험하고 소화할수록 내가 풀어낼 수 있는 상품과 서비스의 영역은 넓어진다. 하지만 그 모든 걸 다 경험할 수 없어 간접 체험하는 것이고 실속 있는 체험 중 ‘읽기’만 한 것이 없다. 닥치는 대로 읽고 메모하자.”(p213)

“아무리 작고 사소한 것도 반드시 메모해놓자. 또렷한 기억보다 희미한 연필 자국이 낫다고 했다. 언젠가 반드시 유용하게 쓰일 날이 온다.”(p139)



셋째, 이유미 작가만의 ‘카피 쓰기 노하우 독본’이다.

‘독본’이라는 표현이 어울릴지 모르겠으나, 이 책에서 내가 느낀 ‘나만의 텍스트’로 ‘독본’이 새겨졌다. 독본은, 전문 분야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을 전달하기 위하여 지은 입문서라는 뜻을 지닌 단어이다.

이 책 <오늘로 쓴 카피 오늘도 쓴 카피>가 과연 그럴까?


우선 내가 예전에 카피라이터로 일을 했을 때, 흔히 처했던 상황이 있다. 바로 ‘창조적인 카피’에 대한 요구였다. 카피를 의뢰한 클라이언트들은 ‘창의적인 카피, 참신한 표현’을 요구했다. 그들은 ‘창조’를 쉽게 말하지만, 과연 이게 그리 쉬운 일일까?


이에 대해 저자 이유미 작가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말을 빌려 과감하게 단언한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말했다.

“그 어디에도 새로운 말은 없다. 지극히 예사로운 평범한 말에 새로운 의미나 특별한 울림을 부여하는 것이 작가가 할 일이다.”(p194)

이유미 작가는 말한다.

“카피도 창조가 아니라 편집이다.”(p194)


실제로 이 책을 다 읽고나면, 저자가 말하는 바를 이해하게 될 것이다.


몇 가지 좋은 예를 소개한다.

1. [소파]

- 소설 <노리코, 연애하다>(다나베 세이코) 중에서 - (p33)

‘그것이 진짜 침대가 아니고 시트나 베개가 없다는 사실이 저항감 없이 나를 편안하게 했다.’

- 이유미 카피 - (p34)

진짜 침대가 아니라서 더 편하다.

이불이나 베개가 필요한 진짜 침대가 아니라서

부담 없이 쉬게 되는 나의 임시 침대, OO소파.


2. [엄마의 의자]

- 자기계발서적 <김미경의 마흔 수업>(김미경) 중에서 - (p41)

‘아이들도 인재지만, 어른들도 인재다.’

- 이유미 카피 - (p43)

“엄마, 우리 더 클 수 있어요.”

어른을 더 큰 인재로 만들 가능성을 지닌 의자


3. [명품 가방]

- 소설 <불연속선>《중국식 룰렛》(은희경) 중에서 - (p49-50)

‘어떤 형태의 것이든 가방은 움직임을 예고한다.’

- 이유미 카피 - (p50)

기분을 예고하는 가방

주말 외출의 들뜬 기분, 준비와 결심

일주일을 망설이게 하던 고민에서

어딘가로 떠나고 싶은 마음까지

당신의 기분과 움직임을 먼저 알게 하는 OOO


4. [줄넘기 줄]

- 소설 <줄넘기>《어비》(김혜조) 중에서 - (p58)

‘아주 잠깐씩 그녀에게서 벗어날 수 있었으므로 줄넘기를 유용했다.’

- 이유미 카피 - (p59)

제자리에서 그녀를 잊는 법

줄을 회전시키는 두 손은 그녀에게 전화할 수 없고

제자리에서 도약하는 두 발은 그녀에게 달려갈 수 없다

매일 밤 술로 그녀를 잊기보다 더 나은 내가 되기로 했다

내가 멈추지 않는다면 줄은 쉬지 않고 돌아오니까


5. [작은 커피잔]

- 소설 <당분간 인간>(서유미) 중에서 - (p84)

‘자판기 커피의 양은 초면인 사람들이 대화를 나누면서 마시기에 적당했다.’

- 이유미 카피 - (p85)

처음 만난 사람과 어색한 대화를 나누며 / 커피를 마실 때 필요한 사이즈의 컵


6. [립스틱]

- 소설 <밤의 팽창>(구보 미스미) 중에서 - (p147)

‘그 불균형에 약간 가슴이 설레었다.’

- 이유미 카피 - (p148)

그를 설레게 할 / 당신의 불균형


7. [풋크림]

- 소설 <설국>(가와바타 야스나리) 중에서 - (p232)

‘여자의 신상은 이상할 만큼 깨끗했다. 발가락 밑의 옴폭진 곳까지도 깨끗할 것 같았다.’

- 이유미 카피 - (p232)

발가락 밑 옴폭진 곳을 만져봐도 향기만 묻어날 뿐 / 부드럽고 고운 발을 위한 풋크림



책 속엔 이외에도 숱한 문장과 카피가 엮여 있는데, 한 가지 주의할 점이 있다.


저자는 분명 “카피도 창조가 아니라 편집이다.”라고 했다. 즉 ‘카피는 모방’이 아니다!

그래서 이에 대해 저자는 다음과 같은 당부사항을 남겼다.

“소설의 문장으로 카피를 쓸 때는 최대한 자기 스타일대로 응용해보는 게 좋고, 그게 힘들다면 조사 하나라도 바꿔 뉘앙스를 달리하는 등 조금씩 바꿔보는 연습을 해야 한다. 카피도 마찬가지다. 하나의 제품을 광고하기 위해 수십 수백 개의 슬로건을 써봐야 한다. 좋은 문장을 많이 찾아보고 다양한 카피에 접목해보면 자신만의 스킬이 생긴다.”(p205)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저자는 ‘모방은 가장 좋은 기초훈련이다.’(p215)라고 언급한다. 이건 또 무슨 소린가? 저자가 ‘모방’을 언급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p215-216)

“글쓰기가 막막한 사람이라면 일단 필사부터 해보길 추천한다. 좋은 글, 탁월한 문장을 부지런히 따라 쓰면 어느 순간 그 문체를 흉내 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따라하기와 흉내 내기를 충분히 한 다음에야 비로소 나만의 것(나만의 카피 스타일)이 탄생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책은 Part4 [나만의 문장을 위한 일상 활용법]을 통해서, ‘틈틈이 읽고, 규칙적으로 필사하고 의식적으로 다르게 생각하고 쓰기. 나(이유미)만의 문장을 쓰는 가장 빠른 지름길을 소개한다.’(p206) 이 Part4를 읽고 활용하면 무척 유용하게 쓰일 것 같다.



또한 책 전체를 통해 다양한 카피 쓰기의 자세 및 저자 이유미 카피라이터의 카피라이팅 노하우가 다채로운 문장, 카피 사례 등에 빗대어 ‘주옥같은 어록’이 되어 녹아들어 있다.


[사람을 관찰하기]

“아무리 물건을 팔기 위한 카피일지라도 제품보다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을 먼저 봐야 한다. 즉 사물보다 사람이 먼저다. 사람을 관찰해야 물건이 보인다. 관찰은 모든 마케팅의 시작이다.”(p158)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기]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물건 혹은 제품을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기, 이는 물건의) 이름 때문에 갖는 선입견을 가볍게 깨준다.”(p52)

“고객의 마음을 이런 역발상의 카피가 움직일 수 있다.”(p34)


[차별화]

“색다른 제품은 차별성이 곧 정체성이다. 평범하지 않은 물건을 사는 사람은 남들과 다르다는 취향과 감성을 즐긴다. 카피에서도 그 지점을 건들어 주자. 평범한 상품 설명 대신 의미와 가치를 넣자.”(p51)

“카피를 쓸 때 상품의 기능이 뚜렷하면 그걸 살려 쓰는 게 맞다. 하지만 딱히 이렇다 할 특징이 없다면 그걸 사용할 때의 분위기를 언급해주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OO스탠드를 켰다. 내 방은 어둠이란 포근한 담요를 덮었다.’와 같은 카피처럼 말이다.”(p106)


[공감]

“모든 글은 공감이 우선이다. 그렇다고 모두를 설득해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단 한 명의 마음에라도 가닿을 수 있다면 그게 좋은 카피고 좋은 문장이라 생각한다. 줄넘기를 꼭 다이어트나 건강으로 접근할 필요는 없듯이 말이다.”(p60)

“공감가는 문장을 쓰기 위해선 나도 공감력을 키워야 한다. 즉 누군가의 글에 잘 반응해야 한다는 뜻이다. 책을 많이 읽다보면 자연스럽게 생기기도 한다. 책에서 만나는 문장은 내가 겪은 상황, 기분, 감정 그리고 행동들이다.”(p107)


[구체성]

“구체적인 카피는 어떤 모습을 그려준다. ... 이런 시각적 텍스트는 읽는 사람에게 글이 아닌 이미지로 각인되어 더 오래 기억된다.”(p143)

“여러 번 강조했지만 ‘눈앞에 그림이 그려지는 것처럼’ 글을 쓰는 것이 중요하다.”(p235)

“구체적인 카피가 고객에게 줄 수 있는 건 바로 행동하게 하는 것. 고객은 구체적일 때 움직인다.”(p236)


[일상성]

“습관적이고 상투적인 표현을 고민 없이 쉽게 쓰지 말자. 단 한 줄의 카피라도 우리의 일상과 얼마나 맞닿을 수 있는지를 생각해보자. 그래야 평범함에서도 특별한 울림을 주는 글이 나올 수 있다.”(p38)


[확신이 있다면 과감하게]

“카피를 쓰는 내가 납득할 수 있고 다른 사람도 설득할 용기도 있다면 때론 과감하게 써보자.”(p148)

“카피라이터는 밥상만 차리는 게 아니라 직접 떠 먹여주기도 해야 한다. 수많은 제품 중 하나를 선택하는 일은 늘 어렵다. 카피라이터는 그 고민과 결정에 확신을 심어줘야 한다.”(p181)


이처럼 이 책 <오늘로 쓴 카피 오늘도 쓴 카피>는 저자인 이유미 카피라이터만의 ‘카피 쓰기 노하우’가 담긴 ‘독본’이라 할 수 있겠다.


이에 이유미 작가님께 제안을 하나 하고 싶다.

기왕에 ‘카피 쓰기 노하우’ 이야기가 나서 말인데, 추후 <카피라이터 이유미의 밑줄 카피라이팅 테라피> 쯤의 제목으로 ‘전문적 카피라이팅 사례 및 작법’ 서적을 내보면 어떨까 싶다.


이상으로 이 책을 읽고 나서 나에게 다가온 ‘텍스트’를 3가지로 정리하여 적어보았다.



책 본문 중에 [믹스커피를 타듯 쉬워질 때까지]라는 섹션이 있다.

여기에 이유미 작가의 카피가 적혀있다.(p142)


‘쉬운 커피, 쉬운 출근. / 봉지 뜯고 물 붓는 OO커피처럼 / 출근이 쉬웠으면 좋겠다.’


까만 커피 속에 하얀 각설탕이 뱅글뱅글 돌면서 점점 사라지는 모습이 떠오르는 것처럼, 시각적 텍스트(p143)가 인상적인 카피이다.

그리고 이어서 저자는 이렇게 청유한다.

“처음 쓴 카피가 가장 완벽한 건 아니니 단어도 계속 바꿔보면서 가장 탁월한 한 줄을 완성해보자. 쉬운 커피처럼 쉬운 카피가 될 때까지. 그런데 뭐니 뭐니해도 가장 맛있는 커피는 ‘오늘 처음 마시는 커피’가 아닐까?”(p143)


문득 이유미 작가가 ‘오늘 처음 마시는 커피’라는 문구를 활용하여 카피를 써보라는 과제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아래처럼 내 느낌대로 카피를 써보았다.


‘오늘 처음 마시는 커피처럼 / 출근 첫 발걸음이 산뜻하다.’ [OO제화]

‘오늘 처음 마시는 커피처럼 / 출근 새 아침이 맛있다.’ [아침에 먹는 주스]


오랜만에 카피를 써보니, 감회가 새롭다.




내가 읽고 느낀 이 책 <오늘로 쓴 카피 오늘도 쓴 카피>는, ‘카피 에세이’이자 저자만의 ‘문장 수집 일상 활용법 소개서’이자 ‘이유미 카피라이터의 카피 쓰기 노하우 독본’이다.


작가의 일상을 재미지게 엿볼 수 있고, 작가가 밑줄 긋고 수집한 문장들을 간접적으로 음미하는 사치를 누릴 수 있으며, 작가가 쓴 카피들을 감탄하며 읽다보면 이 책에서 진하게 배어나오는 작가만의 카피 쓰기 노하우들을 ‘손쉽게 득템’ 할 수 있다.


그렇기에 이 책을 읽는 독자가 ‘카피라이터 지망생’이라면 어쩌면 각종 이론이 난무하는 ‘카피라이팅 전문서적’을 헤집으면서 공부하고 있을지도 모르는데, 이 책 <오늘로 쓴 카피 오늘도 쓴 카피>는 사뭇 편안한 마음으로 ‘현직 카피라이터의 카피라이팅 노하우’를 얻어갈 수 있는 책이 될 것이다.

카피라이터 지망생이 아니더라도 이 책을 읽는 모든 독자에게, 이 책은 이 책만의 독특한 구성과 읽을거리로 인하여 읽는 재미가 쏠쏠한 책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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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부시게 빛나는 날들이 너를 기다리고 있어
안상현 지음 / 빅피시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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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힐링메시지로 가득한 힐링상자.
마치 꽝 없는 추첨상자에 손을 넣고 휘저으면 크든 작든 당첨선물을 얻을 수 있듯, 삶의 기다림 속에서 힐링이 필요할 때 부담없이 이 책에 손을 뻗어 슬쩍 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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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부시게 빛나는 날들이 너를 기다리고 있어
안상현 지음 / 빅피시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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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위로하려고 쓰기 시작한 글이 조금씩 주변으로 퍼져나갔고, 어느덧 수십만 명의 마음을 어루만지게 되면서 문장의 힘을 믿게 되었다.”라고 말하는 저자 안상현 작가.

 


이번 책 <눈부시게 빛나는 날들이 너를 기다리고 있어> 누군가 혼자라고 느끼는 순간, 언제나 곁에서 힘이 되어줄 수 있었으면 한다.”는 저자의 마음이 담긴 책이다.

 

그런 마음은 목차에서부터 물씬 풍긴다.

 

프롤로그_기다리던 순간을 마주하는 날까지

1_여전히잘 해내고 있다는 말을 전하고 싶어서

(당신은 어디든 갈 수 있고무엇이든 할 수 있는 사람)

2_자꾸만 예민해질 때 생각하면 좋은 것들

(내 안의 불안과 스트레스를 다스리는 법)

3_내 마음을 힘들게 하는 사람이 있다면

(요즘의 당신에게 필요한 사소하지만 중요한 다짐들)

4_결국한 걸음 더 나아가려는 당신에게

(여전히 어려운 것하지만 두렵지는 않은 것)

 

이 책의 첫 대목부터 마음이 짠했다.

 

출퇴근길 인파로 꽉 찬 지하철 속에서도 ...

휴대폰 게임을 하고 동기부여가 되는 말을 보는 거.’

눈 깜짝할 새 지나가는 점심시간에도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려고 하거나 간단한 운동이라도 해보려고 하는 거.’

그렇게 바쁜 하루를 마치고 ... 친구와 문자를 주고받으며 ...

영화를 예약해서 보거나 귀여운 동물 사진을 보며 미소 짓는 거.’(p16-17)

 

이 모습들이 우리들의 흔한 모습일 것이고, 때로는 안쓰럽다.

저자는 이런 흔하고도 짠하고도 안쓰럽기까지 한 모습에도 따뜻한 시선을 보낸다.

 

또 하루를 살아내준 것이 자랑스럽다고,

이렇게 오늘도 꿋꿋하게 버텨줘서 고맙다고.”

 


책을 천천히 음미하며 읽다보면, 내 삶이 나를 더 힘들게 하는 쪽으로 내몰아 세우는 것 같다는 생각(p10) 때문에 지치고 힘들며 그저 버틴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삶은 기다림이라는 어떤 간절한 마음이 서서히 마음속에 스며든다.

 

왜 일까?

바로 힐링 메시지 때문이다.

 

앞서 본 한 대목만으로도 이 책의 성격이 드러난다. 이 책은 힐링으로 가득한 힐링 상자와도 같다. 힐링 메시지가 약 100개 남짓 담겨져 있다.

 


어떤 상황에 직면하여 내 마음을 갉아 먹혀 힘들고 지칠 때 힐링이 필요하면, 마치 꽝 없는 추첨상자에 손을 넣고 휘저어 추첨지를 건져 올리듯, 이 책의 목차를 눈으로 훑어보고는 마음에 드는 소제목을 찾아 읽어보자.

그 어떤 추첨지를 뽑아도 꽝이 없기에 당첨이 되고 크든 작든 당첨선물을 얻을 수 있듯, 이 책 속의 그 어떤 페이지를 들추어 보더라도 독자의 마음에 크든 작든 힐링을 안겨줄 것이다.

 

내가 처한 그 어떤 상황이 굳이 마음의 병에 걸릴 정도로 거창한 상황이어야 하는 건 아니다.

불편한 상황, 마음에 거리낌이 드는 때, 일하다 막힐 때, 걱정거리가 있을 때, 스트레스 때문에, 그냥 적적할 때, 소심해질 때, 위안이 그리울 때 등등 일상의 다양한 상황에서 나에게 힐링을 주고 싶다는 마음의 울림이 느껴진다면, 부담없이 이 책에 손을 뻗어 슬쩍 보면 된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만나게 되는 사람 중에 매사에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을 마주하게 된다면, 대응하기 불편하다.

이 책에서 명쾌한 답을 준다.

 

부정적인 사람의 특징은 길게 생각하지도 않고 넓게 살피지도 않는다 ... 어떤 유의미한 깨달음도 얻지 못한 채 평가하고 재단하는 자신에 취해서 조금의 발전도 없이 시니컬해지기만 한다 ... 일말의 가능성과 기회마저 한순간에 비난과 포기로 물들이고 마는 사람. 그런 사람과는 가까이 해봤자 피곤의 깊이만 더해질 뿐이다.”(p141-143)

 


지금 내 인생이 불행한 것 같으면,지금, 행복해지기 위한 체크리스트(p78-80)를 슬쩍 읽어보면 어떨까?

 

이 생각 저 생각이 들고 적적하여 잠이 오지 않을 때,잠이 오지 않는 밤에(p75-76)는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왠지 삶이 칙칙한 듯한 느낌이 든다면, 검정 같은 색으로(p65-67)는 마치 영화의 반전(反轉)과도 같이 내 마음에 위안을 준다.

 

혹시 내 삶이 왠지 휘둘리는 것 같은가?

애써 좋은 사람이 될 필요는 없다(p121-123)를 읽어보자. 어쩌면 대형냉장고 당첨상품과도 같은 힐링이 될 것이다.

 


지금보다 더 잘 되기를 원한다면?

잘되는 사람들의 특징(p207-208)을 가슴에 새겨봄도 좋을 것이다.

 

심지어 이 책에는, 힘듦을 극복하는 방법들(p95-99), 회사를 옮겨야 할지 고민이라면(p199-201), 포기하려는 사람에게 해주고 싶은 말(p203-204) 등 꽤 구체적인 부분까지 어루만져준다.

 


책 속 에피소드 하나가 있다.

 

오래전 안상현 작가가 강연을 했는데, 60~70대로 보이는 독자님이 와주셨다. 강연 내내 내가 감히 저분 인생에 도움이 될 만한 말을 전하고 있을까?’라는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강연 후 그 독자님께 다가가서 오늘 강연 괜찮으셨나요?” 물었더니, 의외의 답변이 돌아왔다.

 


“... 최근에 글을 읽을 수 있게 되면서 딸이 처음으로 사준 책이 작가님 책이었어요. 제 인생은 이제 재미없겠다고만 생각했는데, 읽는 게 행복해지니까 하고 싶은 것투성이네요. 저에게 행복을 가져다주셔서 감사합니다.”

 

작가는 회상한다.독자님은 그날 오셨던 분 중에서 가장 행복해 보였다. 누군가에게 사소하게나마 건넸던 말과 글의 힘을 느낄 수 있었던 순간이었다.’

 


그리고 결심한다.내 글이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고, 공감을 주면서 그 누군가의 하루를 편안하게 만들었으면 한다. 자신도 모르게 행복에 닿았다 느낄 수 있을 때까지.’(p86)

 

이러한 안상현 작가이기에, 이 책이 더더욱 우리에게 힐링이 되고 삶은 기다림이라는 미학을 선사하는 것은 아닐까.

 


작가는 이 책을 손에 쥔 우리들에게, 책 표지와 프롤로그부터 본문 구석구석까지 희망어린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여느 때보다 눈부시게 빛나는 날들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p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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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이 없는 나라 - 서열화된 대학, 경쟁력 없는 교육, 불행한 사회
이승섭 지음 / 세종(세종서적)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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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들이 “바다를 향한 동경심”을 가지고, 하고픈 대로 행하고 하고픈 공부를 뜻대로 하는, 그럼으로써 ‘제2의 데미스 허사비스’들이 무수히 많아질 수밖에 없는 ‘교육으로 다시 일어서는 나라’에서 살 수 있는 날이 곧 올 것이라 믿는다. 이 책엔 그런 ‘믿음‘이 담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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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이 없는 나라 - 서열화된 대학, 경쟁력 없는 교육, 불행한 사회
이승섭 지음 / 세종(세종서적)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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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는 흔히 ‘교육으로 일어선 대한민국’이라는 자랑거리가 있다.

6.25 한국전쟁으로 건질 것 없이 무너져버린 이 나라는 못 살고 모두가 어려웠으나, 열심히 공부하는 수많은 학생들과 더불어 외국 유학을 떠났던 학생들도 있었다.(p23) 그들은 1970년대 이후 우리나라의 산업역군이 되었고, 1980년대를 거치면서 우리나라는 눈부신 발전을 거듭하였다.

1971년 우리나라 일인당 국민 소득이 300달러 미만(p25)이었으나, 2022년 기준으로는 30,000달러 이상이 되어 무려 100배 이상 증가하였다. 6.25 한국전쟁 이후(일인당 국민 소득 67달러)로는 500배 증가한 수치이다!

이런 수치만 놓고 보면, 정말 우리나라는 ‘교육으로 일어선 나라’가 맞는 것 같다.


이렇듯 우리나라가 교육으로 일어서고자 노력하던 1970년대 말, 영국에서는 영국 교육의 현실을 비판하는 노래가 뜨고 있었다.


Another Brick in the Wall


영국의 전설적인 록밴드 ‘핑크 플로이드(Pink Floyd)’가 1979년 발매한 음반인 <The Wall>의 타이틀곡이다. ‘벽(Wall)’이라는 주제를 통해 획일화된 교육으로 인한 인간 부재, 소통 부재와 단절을 표현한 곡이다.


1970~1980년 동시대에, 우리나라는 교육이 자랑거리였으나 영국은 교육문제를 거론하며 비판한 것이다. 그런데, 2000년대 들어 우리나라에서 과감히 ‘교육문제’를 꺼내든 책이 있다. 바로 <교육이 없는 나라>이다.


“잘못된 교육 제도와 그로 인해 비롯된 사회 환경 탓으로 우리 사회와 아이들은 엉뚱한 곳에서 시간과 노력을 낭비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 사회의 학부모와 아이들이 억울하고, 국가와 사회는 교육을 통해 국가 경쟁력을 더욱 높일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있다.”(p48)


“우리나라에는 ‘교육’은 없고 ‘대학 입시’만 있는 것 같다.”(p59)


이 책 속에 있는 문구들인데 책을 읽다보니, 우리나라 교육현실에 암울한 느낌이 들었다.

그럴 만도 하다. 내 주변에 수험생들이 있기 때문이다. 고교 졸업하고 재수 중인 조카애의 창백한 얼굴이 떠오른다. 아침 7시에 독서실로 나가 공부하다가 재수학원에서 강의 듣고 다시 공부하다가 밤 11시에 귀가한다고 했다.


이 책에 한국, 중국, 일본, 미국 4개국 대학생들에게 자신이 느끼는 자국 고등학교에 대한 인식 조사를 한 결과가 소개되어 있는데, 우리나라 대학생의 80.8%가 자신이 경험했던 고등학교 시절을 ‘사활을 건 전장’이라 답했다.(p107)



지금 내 주변의 아이들을 비롯하여 우리나라 대부분의 학생들이 그러할 것이다.


친구 중에 수학 선생님이 하나 있다. 그 친구 말이 “요새 내신등급 높이기 위해 물불 안 가린다. 학교 수업과 학원 수업을 병행하면서 학창시절을 보내는 학생들을 보면 안타깝다.”고 하는데, 요즘 시류가 ‘서울대’ 아니면 ‘의대’를 목표로 몰아붙이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명문고’를 결정하는 것은 안타깝게도 ‘의대와 서울대 합격생 숫자’이다.(p65)


음... 학생들의 목표가 ‘의대’ 혹은 ‘서울대’여야 하나?

서울대, 의대에 못가는 다른 인생들은 무엇이 목표이기에 그토록 공부를 하는가.



<교육이 없는 나라>의 저자 이승섭 교수는 KAIST에서 학생처장, 입학처장, 글로벌리더십센터장을 역임하면서 교육과 입시에 대한 관심과 문제의식을 갖게 되었는데, 대학 입시만을 목적으로 진행되는 우리 교육의 문제점과 그로 인한 사회적 어려움과 국가 경쟁력 상실 등을 짚고 그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고자 이 책 <교육이 없는 나라>를 집필하였다고 한다.


이 책은 다음의 5개 장을 통해 우리나라 교육문제에 대하여 다각도로 다루고 있다.


1장. 교육으로 일어선 나라

2장. 교육이 없는 나라

3장. 미래를 위한 교육, 공부와 연구

4장. 대학의 혁신: 서열화에서 차별화로

5장. 교육으로 다시 일어서는 나라



1~3장에서는 우리나라 근대 교육 시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시간의 흐름 축과 초중고 및 대학의 단계적 수직 축을 중심에 두고, 다양한 조사 및 연구자료, 언론보도, 인터뷰, 사례, 경험, 현상 등을 기반으로 하여 현재 우리나라 교육의 문제점을 짚어보았고, 4장과 5장에서는 우리나라 교육 현실을 타개할 수 있는 대안 및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책 본문 중에서 눈길을 잡는 언론보도기사(p69-71)가 하나 있다. 미국의 경제미디어 <블롬버그> 2022년 11월 14일자 “과거 한국의 경제 성장을 이끌었던 교육의 성공이 이제는 국가 발전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되었다”는 기사인데, 비교 대상인 OECD 15개 국가 중 우리나라의 ‘교육 비용 대비 경제 효과’는 꼴찌이다.



우리나라에서 초중고대 학생의 교육을 위해 교육 비용을 쏟아 부어서 사회에 나온 이들이 나라 경제 발전에 미치는 효과는 겨우 6.5%라는 것이다.

그래프 상에서 일등인 아일랜드는 무려 22.8%인 것에 비하면 격차가 크다.


이 기사에는, 지나친 사교육, 일류 대학에 대한 집착, 그리고 높은 청소년 자살률 등에 대한 언급과 함께, 교육에 일찍 지쳐버린 우리나라 젊은이들은 막상 사회에 나가서는 자기 계발을 소홀히 해 OECD 국가 중 인지 능력이 가장 빠른 속도로 떨어진다고 한다.


기사에서 ‘지나친 사교육’이라고 언급하였는데, 우리나라의 사교육 비중이 어느 정도인지 다음 그래프를 보면 가늠할 수 있다. 아일랜드와 비교해보면 무척 흥미롭다.



저자는 오늘날 우리나라 교육 상황에서 ‘학교는 학원을 결코 이길 수 없고 그래서 공교육은 무너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는데 그 이유는 ‘교육 기관인 학교’와 ‘입시 준비 기관인 학원’이 ‘입시 준비의 장’에서 경쟁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한다.(p83)



이런 ‘입시 준비의 장’이 왜 이토록 우리나라에서 판을 치는 것인가.

바로 이 사회는 학벌, 인맥 등이 얽히고설킨 ‘학벌사회’이고, 대학은 소위 SKY 등으로 통칭되는 ‘서열화된 대학’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현 시점에서 학벌사회와 서열화된 대학 환경 속에서 가장 큰 피해자는 과연 누구일까?


초중고 시절 죽도록 공부에 매달려 서열화된 대학 중에 한 곳을 점수 따라 골라 입학하고, 대학 시절엔 취업 등을 위한 스펙쌓기에 열을 올리다 막상 취업을 해도 전공과 무관하거나 적성에도 맞지 않는 경우가 부지기수이다.


이렇듯 서열화된 대학 체계에서는 학생들 자신이 좋아하는 대학교 혹은 자신의 적성에 맞는 전공은 존재하지 않는다!


앞서 언급했던 <블롬버그> 2022년 11월 14일자 뉴스에서도, 우리나라 대학 졸업생 절반 이상이 전공과 관련이 없는 직종에 종사하고 기업 종사자의 2/3가 전공과 연관성이 없는 업무를 수행한다는 내용이 있다.(p70-71)



예를 들어 어릴 적부터 로봇을 만드는 과학자가 꿈이었던 학생도 입시 공부를 하면서 높은 점수를 받으면 의대에 가라는 주위의 성화에 의대로 발길을 돌리고, 입시철에 이루어지는 고액 입시 상담의 핵심은 해당 대학과 학과에 가장 낮은 점수로 들어가게 하는 것이다. 그렇게 들어간 대학과 학과 그리고 전공에 무슨 애정이 있고 배우는 즐거움이 있겠는가.(p168-169)


이와 비교될만한 다른 소식으로, 2016년 구글이 만든 AI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와 이세돌 9단과의 바둑 경기가 온 세상의 주목을 받았던 적이 있다.(p79)

이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AI에 대해서 많은 관심을 갖게 되었는데, 이런 알파고를 만든 사람은 ‘데미스 허사비스(Demis Hassabis)’ 구글 딥마인드 CEO이다.


그는 어릴 적부터 체스 천재였는데 13세에 세계 체스 대회 2등까지 올랐다. 이후 게임 회사에 들어가 게임 개발자로 경험을 쌓고 학교로 돌아와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교에서 컴퓨터공학으로 학사를 마치고 다시 게임 사업을 하면서 런던 대학에서 뇌과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p79)


저자는 말한다.

“우리 사회가 기대하고 키우고 싶은 과학 영재는 이런 모습이 아닐까?”


하지만 13세에 체스에 빠져 있는 아이, 15세에 게임 개발자가 되는 아이, 그리고 그 모든 것을 바라보고 허락하는 부모, 다시 돌아와 컴퓨터공학과 뇌과학을 공부할 수 있게 하는 대학교.

이들 중에서 그 어느 것 하나 가능할 것 없는 우리의 교육 현실에서, 우리 사회는 ‘성공한 데미스 허사비스’만을 이야기 하고 ‘알파고의 산업적 가치’를 논한다. 우리나라는 초등학교부터 학원에 가서 밤늦게까지 어려운 수학, 과학 문제를 풀기 시작하는데, 체스를 배우거나 게임 개발자가 되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p80)인데도 말이다.



생텍쥐베리의 <어린 왕자>에 이런 글이 있다.

“배를 만들게 하고 싶으면 먼저 바다를 향한 동경심을 갖게 하라.”(p105)


꿈을 지닌 아이가 그 꿈을 이룰 수 있게 관심 갖고 지지하며 지원해 줄 수 있는, 우리나라 교육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이승섭 교수는 무엇보다도 우선 대학의 서열화가 아닌 “차별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하면서, 저자가 생각하는 ‘대학 차별화 제도를 위한 기본 원칙’(p182-183), ‘교육 중심 대학의 발전방안’(p192-193) 등을 비롯한 다양한 대학 차별화 대안을 4장에서 설파하였고, 5장에서 우리나라가 ‘교육으로 다시 일어서는 나라’가 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저자 이승섭 교수는 말한다.

“오래전 몇 사람의 연예 기획자가 꿈꾸었던 하지만 결코 실현될 수 없을 것 같았던 세계 속의 한류는 오늘날 세계 1등 <기생충>과 BTS, 그리고 <오징어 게임>과 함께 세계적인 흐름의 중심이 되었다. 급변하는 오늘날, 우리 교육 당국이 미래의 ‘K-교육’을 향한 용기와 지혜 그리고 시대적 안목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다.”(p161)


얼마 전 ‘MZ 노조’로 불리는 서울교통공사 올바른노동조합이 영업본부 노동자 대표 선거에서 양대 기득권 노총을 제치고 당선되었다는 뉴스를 접했다. 양대 노총이 아닌 노조가 서울교통공사 근로자 대표가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MZ 노조’는 정치 세력화와 수직적 문화로 대표되는 기존 강성 노조 운영 방식과 파업 투쟁 위주인 운동 방식에 대한 거부감, 직장에서 얻을 수 있는 구체적인 이익이 아닌 전체 노동자로서 누리는 ‘계급적 권익’을 우선시 하는 기존 노조의 기조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며 탄생한 노조이다. 어떤 문제에 대한 대안을 실제 행동으로 옮긴 사례라 할 수 있겠다.



이렇듯 우리나라 교육계에 교육현장에서 문제를 드러내고 대안을 제시하는 ‘이승섭’ 교수와 같은 교육전문가, 과감하게 비판하고 선동할 수 있는 ‘핑크 플로이드’와 같은 선구자, 각성하고 행동하는 ‘MZ 노조’와도 같은 행동가가 서서히 등장하여 우리나라 교육체질 개선을 이룰 날이 곧 올 것이라 믿는다.


우리나라의 모든 아이들이 “바다를 향한 동경심”을 가지고, 하고 싶은 공부를 뜻대로 공부하고 하고 싶은 바대로 활동할 수 있는, 그럼으로써 ‘제2의 데미스 허사비스’들이 무수히 많아질 수밖에 없는 그런 ‘교육으로 다시 일어서는 나라’에서 살 수 있는 날이 곧 올 것이라 믿는다.


이 책 <교육이 없는 나라> 속에 그 ‘믿음’이 담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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