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를 위한 짧은 소설 쓰기 수업 - 쓰면서 생각을 키우는 스토리의 힘 사춘기 수업 시리즈
정명섭.이지현 지음 / 생각학교 / 2024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릴 때를 벗어나 사춘기가 되면 아이들의 관심사가 ‘가족’에서 ‘친구’나 ‘외부세계’로 자연스럽게 이동하게 된다. 아빠, 엄마, 형제자매의 생각, 행동, 관계 등 그들에 대한 관심이 점점 가족 외부로 확장되어 친구A, 친구B, 쌤, 이성, 게임, 독서, 운동, 놀이, 연예, 취미, 특기 등으로 다변화된다.

내 아들도 중학 시절에 시도 때도 없이 오르내리는 감정의 불안정안 기복(起伏)이라든가 신체의 성장 속도 등 사춘기의 심신 변화에 제 스스로 깜짝 놀라 무언가 ‘집중할 것을 찾아 몰입하면 그런 변화에 민감해지지 않을 수 있을 거야.’라는 생각을 했다는데, 그 당시 아이가 찾은 몰입 대상은 ‘독서’와 ‘게임’ 2가지였다.

‘게임’은 학교 친구들과의 관계 형성 차원에서 하루 2시간 이내로 정신없이 몰입하여 하였고, ‘독서’는 어릴 때부터 책을 읽던 습관을 이때까지도 이어서 하는 것이었다.

특히 ‘독서’의 경우 청소년소설을 비롯하여 장르문학, 고전문학, 추리 역사물 등 다양한 책을 읽었는데, 이에 몰입하면 여타의 사춘기 심신 변화나 환경 상황에 휘둘리지 않고 집중하기 좋았다고 했다. 또한 아이 말에 의하면 “책을 읽다보니, 글을 쓰고 싶어졌다.”라고도 했다. 그리고 실제로 '노벨피아'에 옴니버스 형식의 웹소설을 써서 올렸다고 하더라.


《사춘기를 위한 짧은 소설 쓰기 수업》을 처음 보았을 때, 내 아들의 경우처럼 ‘글을 쓰고 싶은 사춘기 아이들’을 위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책의 저자인 정명섭 작가는 이 책을 『청소년을 위한 글쓰기(소설 쓰기) 첫걸음 안내서』라고 언급하면서 출판하게 된 이유를 다음처럼 밝혔다.

“(저는) 전국의 학교를 돌아다니며 학생들(소설을 쓰고 싶어 하는 어린 친구들)을 대상으로 소설 쓰기 강의를 해요. 그들을 만나서 고민을 듣고, 저마다 가지고 있는 이야기의 씨앗을 함께 싹틔워 가는 시간이 참 좋거든요. 글감을 어떻게 찾을지 몰라 헤매는 학생부터, 일단 쓰고 싶은 대로 썼다가 주변에서 재미없다는 반응을 보여 속상해 하는 학생까지. 저마다 다른 고민을 안고 끙끙대는 모습. 글 쓰면서 어려움에 부딪혀 헤매는 … (학생들을 위해) … 책으로라도 여러분과 만나려고 … 준비해 보았습니다.”(p6)


이 책 《사춘기를 위한 짧은 소설 쓰기 수업》은 전체적인 구성을 『기-승-전-결』로 꾸몄다.

목차 구성은 다음과 같다.


• 기 : 소설쓰기를 시작하는 학생들에게

• 승 : 어떤 이야기를 써야 할까?

• 전 : 어떻게 풀어내야 할까?

• 결 : 어떻게 마무리할까?


책을 구성에 따라 흐름대로 차근차근 읽다보면 ‘본격 소설 쓰는 스킬’이 눈에 확 들어온다.




[기 : 소설쓰기를 시작하는 학생들에게]는 ‘소설은 무엇인가’라는 정의, 분량, 종류 등 소설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 ‘소설을 왜 쓰나’, ‘소설 쓰기와 친해지는 법’ 등 ‘소설 쓰기’의 시동을 걸어 주는 부분이다.


우린 ‘소설’이라고 하면, ‘허구의 이야기’라고 인식한다. 그렇다면 우리네 삶 속에서 소설이 과연 필요할까? 이 책에서 소설의 필요성을 말한다.

“소설은 지어낸 것이지만 동시에 삶에 관련된 현실성을 가지기도 하죠. 그래서 흔히 소설을 인간의 서사시라고도 합니다. 그러니까 가상의 이야기라고 해도 소설은 우리가 겪는 현실을 가장 잘 보여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의 삶을 이해하고 극복하면서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 소설이 필요한 것이죠.”(p20)


소설이 ‘현실을 기반으로 하는 기승전결을 갖춘 허구의 이야기’(p27)이긴 하지만, ‘삶에 관련된 현실성’을 제대로 보여주기 위해서는 간과해서는 안 될 한 가지가 있다.

“소설은 서사의 집약체”(p18)

즉, 어떤 이야기에 사건과 인과관계 등을 덧붙여 서사로 만들어 내는 것이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속담에 비유하자면, ‘구슬’은 ‘이야기’이고 ‘보배’는 ‘서사’라고 할 수 있다.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수많은 이야기가 소설이나 기억에 남는 작품으로 거듭나기 위해선 ‘서사로 엮어내는 과정’이 필요한 것이죠.”(p19)


작가는 소설 쓰기를 하면 좋은 ‘강력한 장점 2가지’를 언급한다.

첫째, 소설 쓰기는 문장력, 어휘력 그리고 상상력을 높여준다.(p20)

둘째, 소설 쓰기를 통해 ‘자기 이름이 박힌 책’을 출간한 저자로서 익명의 대중 속에서 ‘나’를 온전히 식별한다는 큰 장점입니다.(p24-25)


특히 『소설 쓰기와 친해지는 법』이 눈길을 끌었는데, 2가지를 언급한다.

첫째, 습관과 습작 : ‘글쓰기 습관을 들이기 위해 꾸준히 많이 쓰는 것’이 중요한데, 실천하느냐 못 하느냐가 엄청난 결과의 차이를 낸다고 강조하였다.(p39-41)

둘째, 독서 : ‘반드시 많은 양의 책을 읽는 것’의 중요성도 지적하였다.(p41-43)



[승 : 어떤 이야기를 써야 할까?]는 글쓰기 첫걸음에 해당하는 ‘소재 찾기’와 주인공이나 빌런 등 ‘등장인물’ 구상, ‘세계관과 배경’의 부여, ‘사건’의 설정 등에 관하여 설명하는 부분이다.


소재는 내 주변에서 탐색하고, ‘영화 〈스타워즈〉의 ‘다스베이더’와 같은 매력적인 인물 캐릭터를 구상하는 것과 세계관 및 배경의 중요성 등이 언급되어 있는데, 특히 ‘사건의 설정’이 관심을 끌었다.


나를 포함한 모든 독자가 ‘다음 상황이 궁금해서 독자가 빨리 다음 페이지를 넘겨보고 싶게 만드는 작품’(p75)들을 만날 때, 기분이 너무 좋을 것이다. 이런 작품을 일명 ‘페이지 터너(page turner)’라고 하는데, 그런 책을 만나게 되면 읽다가 책 속으로 빠져들어 버린다.


내 경우를 예로 들면, 예전에 일본 소설가 ‘스즈키 코지’(鈴木光司/すずき こうじ)의 소설 《링(Ring)》 시리즈를 책으로 읽은 적이 있다. 아마 1997년에 읽었을 것이다.(영화 〈링〉은 1999년 개봉) 이 책을 우연히 접하고 페이지를 넘기다보니 어느새 책 한 권을 다 읽어버렸고, 이내 다음 권을 찾아 읽었던 기억이 있다. 그 당시 나에게 소설 《링》이 페이지 터너였다.


“이야기가 ‘페이지 터너’라는 반응을 얻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무엇(일까요)? … 바로 ‘사건’입니다. 글이 재밌으려면 반드시 사건이 필요해요. 그리고 그 사건을 등장인물(주인공)이 해결하는 과정을 보여줘야 해요.”(p75)


소설 《링》의 경우, 보고 나면 1주일 후 본 사람이 심장마비로 죽게 되는 의문의 비디오테이프의 존재와 그에 얽힌 비밀, 연속된 죽음, 주인공 류지가 살기 위해 비디오테이프에 담긴 비밀을 풀기 위한 추리와 추적, 사다코의 등장 등 일련의 사건들이 재미 요소로 작용하여 읽는 내내 책을 놓지 못하도록 하였다.



“이야기는 물론 창작해야 하지만 ‘사건’은 찾는 게 좋아요. … 현실에서 벌어졌던 일이나 실제 일어나는 사건을 다뤄야 한다는 뜻이죠.”(p76)


소설 《링》의 경우, ‘생각만으로 건판이나 필름을 감광시켜 풍경이나 사진을 찍는 능력’인 염사(念寫) 초능력을 지녔던 영능력자 미후네 치즈코와 타카하시 사다코 등을 모델로 하였고, 1910년 도쿄대학 후쿠라이 도모키치 박사가 진행한 심리학 최면술 연구 실화 등 실제 있었던 사건을 찾아 소설 소재로 다뤘다고 한다. 그래서 더욱 독자를 집중하게 만들었던가 보다.


“사건을 토대로 이야기를 구성하면 독자들은 더 집중합니다. 어딘가에서 봤거나 혹은 있을 법한 이야기라고 느끼거든요. 그러니까 사건의 소재는 항상 가까이서 현실적인 것으로 찾아보세요.”(p77)



[전 : 어떻게 풀어내야 할까?]는 소설의 첫 문장부터 마지막 탈고까지의 과정 중에 필요한 ‘실제 소설 쓰기’에 관한 내용을 서술하는 부분이다.



우선 ‘시놉시스(synopsis)’를 언급한다.

“아이디어는 형상화 되어 있지 않고, 기승전결을 갖추지 못했어요. 그러니 떠오른 아이디어를 정리하는 단계를 거쳐야만 좋은 작품이 될 수 있어요.”(p87)

“글쓰기를 시작하기 전에 반드시 … ‘시놉시스’가 필요합니다.”(p87-88)

시놉시스는 ‘줄거리(핵심 서사)를 정리해 놓은 것’으로써, ‘제목/한 줄 줄거리(=로그 라인 log line)/시놉시스 본문’으로 시놉시스가 구성되며, 그 분량은 장편소설은 A4 3장, 단편은 A4 0.5~1장 정도라고 한다.



그리고 소설의 ‘첫 문장’에 대해 저자는 말한다.

“첫 문장은 독자를 작품 속으로 이끄는 길라잡이이자 등불 같은 존재라고 할 수 있어요.(p96) 반면, 첫 문장을 잘 쓰려고 거기에 너무 매달려 버리면 … ‘첫 문장의 함정’(에 빠질 수 있으므로) 얼른 벗어나야 합니다.(p97) 그러므로 ‘첫 문장’은 ‘대충’ 쓰는 게 좋습니다.(p96) 어차피 (초고가 완성된 뒤) (다듬어지는 과정에서 …) 첫 문장은 나중에 얼마든지 고쳐 쓸 수 있거든요. 그러니까 … 부담감은 버리세요.”(p97)


소설의 첫 문장을 쓰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갑자기 사건이 발생한다면, 독자들은 수긍하기 어렵고 이야기에 빠져 들기 힘들 것이다. 이때 필요한 것은 ‘빌드업(build-up : 무언가를 쌓아 올리는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이야기의 초반에 반드시 넣어야 하는 것은 ‘이유’입니다. … 사건 발생에도 명백한 이유가 있어야 해요. 사건 발생의 이유가 곧 인물의 서사가 되는 경우가 많아요. … 어쩔 수 없이 해야만 하는 이유, 그러니까 절박함이 필요해요. … 그런 전제를 앞에 깔면(서 빌드업 시키면) 주인공의 행동이 이해되기 때문에 독자들은 수긍하고 다음으로 넘어 갑니다. … 독자들이 소설 속에 등장하는 주인공의 행동에 공감하지 못하면 이야기가 매끄럽게 읽히지 않아요.”(p101)



저자는 ‘빌드업’의 또 다른 방법들을 제시한다.

(1) 시작이 막막할 땐, 클리셰 활용하기(p102)

-‘클리셰(cliché)’는 프랑스어로 ‘진부하거나 틀에 박힌 것’을 의미하는데, 문학에서는 ‘판에 박힌 대화, 상투적 줄거리, 전형적인 수법이나 표현’을 뜻하는 용어로 사용된다. 이는 달리 말하면 ‘진부하게 느껴질 만큼 많은 사람이 낯설어하지 않고 공감하는 내용’이라는 의미이므로, 클리셰를 잘 활용하면 이야기의 빌드업이 마치 에스켈레이터처럼 빠르게 전개되도록 하거나 기대감과 긴장감을 고조시켜 주는 역할을 해서 유용하고 한다.(p104)

(2) 시작 부분에 주인공이 등장하는 몇몇 장면을 그려 넣어 보기(p104)

(3) 우연히 발생한 일이나 사소한 일상의 한 장면에서 도입부를 시작하는 것도 추천(p105)

(4) 초반에 ‘떡밥’을 잘 뿌리는 것도 중요(p105)

(5) 소설 도입부를 짧게 쓰는 것도 추천(p106)

-최근 소설의 도입부를 짧게 쓰는 경향이 있는데, 이건 사람들이 빠른 전개를 선호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도입부가 길어지면 독자들은 금방 흥미를 잃기 십상이다.


이 외에 ‘소설에 단순한 재미뿐 아니라 주제까지 담는 법’(p110-112)을 서술하였고, ‘작품의 재미를 살리고,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건지 이해를 높이는 방법’으로써 ‘묘사’(p115)와 ‘대사와 지문’(p116)에 대해 상세히 알려주며, ‘소설 시점 체크’도 잊지 않도록 설명한다.



[결 : 어떻게 마무리 할까?]는 소설을 완성하는 마무리-결말 내기, 서사 완결, 떡밥 회수, 퇴고 등-에 대해 서술하는 부분인데, 소설 쓰기 마지막 단계의 중요성을 매우 강하게 설파하였다.


기성 작가도 글쓰기를 하다가 중도에 포기하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고 하는데, 하물며 사춘기 학생이나 막 입문하려는 작가 지망생의 경우 그런 충동이 더할 수도 있겠다. 저자는 이에 대해 언급한다.

“그만 쓰고 싶다는 생각을 불러일으키는 병은 ‘내 글 구려병’입니다. 막상 쓰기는 했는데, 쓰면 쓸수록 불안해서 걸리는 병이죠. 쓴 글이 재미없고 별로라고 생각하며, 글쓰기를 중단할 명분을 찾는 것이 그 증상입니다. 이 병은 ‘설정병’과 더불어서 작가들이 잘 걸리는 대표적인 질병입니다.”(p136-137)


나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글쓰기를 왜 끝까지 해야 할까요?

그냥 접고 다른 글을 쓰는 게 훨씬 더 효율적일 수 있는데 말이죠.(p138)


위의 내용이 바로 ‘내 글 구려병’의 치명적인 증상이라는데, 저자는 이에 대한 ‘효과 빠른 치료제’를 《사춘기를 위한 짧은 소설 쓰기 수업》을 통해 세심하게 알려준다.


이 책의 마지막 부분에, 정명섭 작가와 이지현 사서교사가 함께 정리해 놓은 [부록]이 있다.


• 부록1 : 작가라는 직업이 궁금해요!

• 부록2 : 책 출간, 이렇게 하세요!

• 부록3 : 선생님을 위한 책 쓰기 활동 지도법 A-Z

• 부록4 : 사서 선생님이 알려주는 글쓰기 십계명


‘부록’ 내용은 책의 본문 내용에 못지않게 상당히 실용적이며 현실적인 내용들로 가득하다. 특히 작가라는 직업을 희망하거나 책을 실제 출간하고 싶다면 ‘부록’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부록’처럼 《사춘기를 위한 짧은 소설 쓰기 수업》의 뒷심을 든든하게 받쳐주는 포인트는 또 있다.


첫째, 소설을 쓸 때 고려해야할 것들이 ‘순서’대로 정리되어 있다.

소설 쓰기를 처음 구상할 때부터 첫 문장을 시작으로 마무리할 때까지 전 과정이 이 책에 순서대로 담겨져 있다. 실제 글쓰기를 하다가 막히거나 궁금한 내용이 생긴다면, 그 부분을 찾아보면 손쉽다.


둘째, 총 17가지의 질문(Question)으로 구성되어 있다.

책은 소설 쓰기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내용을 17가지 뽑아내어 Q1부터 Q17까지 정열하고 그에 대한 답을 제시하는 형식으로 내용을 꾸몄다.



셋째, 매 장(章)마다 말미에 ‘미션’이 주어져 있다.

총 14가지 미션인데, 실제 글쓰기를 습작하려 한다면 《사춘기를 위한 짧은 소설 쓰기 수업》을 차근차근 읽고 말미의 미션 수행을 해볼 것을 추천한다. 글쓰기 습작을 습관화하도록 돕고 실력을 쌓도록 이끌 것이다.


넷째, 정명섭 작가의 ‘작가 데뷔 스토리’는 독자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정명섭 작가는 여타 전문 작가들처럼 ‘문학’을 전공했다거나 처음부터 글쓰기를 했던 작가가 아니라고 한다. 비문학 전공자이고 카페 바리스타 등 타 직업 종사자였다. 이후 다소 늦게 글쓰기를 시작하여 30대 중반인 2006년에 소설 《적패》로 작가 데뷔하였다. 추리소설과 역사소설을 읽던 독자였다가 2003년에 글을 쓰기로 결심했다고 한다.(p40-41) 그리고 3년 여 동안 약 20편 정도의 장편(미출간)을 쓰면서 ‘습작’의 시기를 거친 후 정식 작가가 된 것이다. 이처럼 늦게 글쓰기를 시작하여 소설가가 된 정명섭 작가의 사례는, 글을 쓰고자 하는 사춘기 청소년 독자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크나큰 자신감을 얻게 해줄 것이다.



다섯째, 정명섭 작가가 현업에서 쌓은 소설 쓰기 노하우와 경험이 담겨 있다.

《사춘기를 위한 짧은 소설 쓰기 수업》은 작가의 노하우와 경험을 손쉽게 체득할 수 있는 ‘소설 쓰기 노하우집’이자, ‘청소년 눈높이에 맞춘 단계별 소설 쓰기 특강 A-Z’라고 할 수 있다.



정명섭 작가도 책 서문에서 이렇게 밝히고 있다.

“이 책을 통해 제가 소설을 쓰면서 쌓은 노하우와 경험을 최대한 많이 알려줄 테니 편하게 재밌게 읽어주세요.”(p6)


마지막으로, 이 책 《사춘기를 위한 짧은 소설 쓰기 수업》은 소설가를 지망하는 사춘기 청소년, 글쓰기를 좀 더 잘 하고 싶은 사람, 늦깎이 신진 작가를 꿈꾸는 성인, 글쓰기 수업을 위해 도움을 구하고자 하는 학교 선생님 등에게 더없이 좋은 노하우집이자 안내서가 되어 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꿈을 나르는 지하철 - 지하철 택배 할아버지가 전하는 '가슴 따뜻한 세상 이야기'
조용문 지음, 이경숙 그림 / 리스컴 / 2023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지금 마음속이 아프거나 차갑다면, 혹시 이 사회는 삭막하다는 생각이 엄습한다면, 이 책 《꿈을 나르는 지하철》은 약이 되고 온기가 되어 당신의 마음을 따뜻하게 보듬어 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꿈을 나르는 지하철 - 지하철 택배 할아버지가 전하는 '가슴 따뜻한 세상 이야기'
조용문 지음, 이경숙 그림 / 리스컴 / 2023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일상에서, 사람들에게서 보고 듣게 되는 다양한 일상 이야기는 쉽게 공감을 불러일으키곤 한다. 내가 살면서 숨쉬는 현실에서 실제 일어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수년간 KBS2에서 방영된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라든가, SBS 파워FM 장수프로그램 《두시탈출 컬투쇼》와 같은 사연 이야기를 읽고 공유하는 프로그램이 많은 공감을 샀을 것이다.

‘아침편지’로 유명한 고도원 작가의 책 《고도원의 따뜻한 이야기 아흔아홉 가지》라든가, 시인이자 소설가인 이상각 작가의 책 《108가지 따뜻한 이야기》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나는 대한민국의 만화가 김동화 화백이 집필한 《빨간 자전거》 만화책 시리즈를 소유하고 있는데, 이 책도 야화리라는 동네에서 자전거를 타고 우편물을 배달하는 집배원이 보고 겪는 여러 일상 속 따뜻한 이야기들을 다룬 만화이다.


이와 비슷한 스타일의 에세이책을 오랜만에 발견하였다. 그 책은 《꿈을 나르는 지하철》로, 지은이는 조용문 님이다. 이분은 전문 작가도, 문필가도, 문학 관계자도 아니다. 다름 아닌 ‘지하철 택배 할아버지’이다.


생각해보니 어떤 ‘직업군’에 속한 분들이 자신이 하는 일을 통해 겪은 이야기들을 글로 풀어내어 책으로 엮은 경우가 꽤 있다. 예를 들어, 김완 님이 쓴 특수청소부의 이야기 《죽은 자의 집 청소》, 국내 1호 디지털장의사 김호진 님이 쓴 《디지털 장의사, 잊(히)고 싶은 기억을 지웁니다》, 청소일을 하고 그림을 그리며 N잡러로 살아가는 김예지 님이 쓴 《저 청소일 하는데요?》, 택시기사 서홍 님이 쓴 《길 위의 인생 – 나는 서울의 택시기사다》, 경비원 최훈 님이 쓴 《나는 아파트 경비원입니다》, 요양보호사 이은주 님이 쓴 《나는 신들의 요양보호사입니다》 등 생각보다 많은 책들이 출간된 바 있다.


마찬가지로 이 책 《꿈을 나르는 지하철》은 지하철 택배일을 하는 할아버지 택배원이 전하는 ‘가슴 따뜻한 세상 이야기’가 우리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적셔준다.


조용문 작가 이력은 다음과 같다.


『‘지하철 택배 할아버지’로 알려진 파워블로거. 30년간 근무한 한국조폐공사를 퇴직한 후 노인 일자리 알선 프로그램을 통해 2010년부터 지하철 택배 일을 시작했다. 배송일을 하면서 경험한 일상과 사람들의 이야기를 매일 블로그에 써나갔다. 그의 글을 읽고 공감해주는 사람들이 늘어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을 비롯한 여러 방송에 출연하고, 프랑스와 일본의 다큐멘터리에 소개되기도 했다.』


이렇듯 조용문 님은 2010년부터 지난 14년 간 지하철 택배일을 하면서 일상 속 사진을 찍기도 하고, 보고 듣고 느낀 내용을 ‘블로그’에 기록하였는데, 어느덧 공감하는 이웃이 늘어서 ‘파워블로거’가 되었고, 방송출연에 이어 책 출간을 하게 된 것이다.


조용문 작가는 이 책을 쓰게 된 동기를 이렇게 밝힌다.

‘이 책의 주인공은 길에서 만난 평범한 사람들이다. 만원 지하철을 타고 출퇴근하는 직장인, 자식을 위해서라면 무거운 것도 마다 않고 이고 지고 지하철 계단을 오르내리는 어머니, 자기 일처럼 발 벗고 나서서 남을 도와주는 시민들의 사람 냄새 나는 이야기를 책에 담았다.’(p5)


작가는 지하철 택배를 하면서 배송 속도가 느려 하루에 3건 정도만 소화한다고 하는데, 택배 초보시절을 지나 어느 정도 업무루틴화가 이루어지면서 점차 지하철 안팎을 돌아볼 여유가 생겼고 일을 하며 보고 겪은 경험담을 기록으로 남기다보니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이 일이 언제부턴가 나의 소명이 되었다.’(p4)라고 밝혔듯 정녕 소명 의식을 가지고 이 일을 즐기는 것 같다.


첫 이야기로 택배 초보시절 겪은 〈할아버지 별꼴이에요〉 일화를 소개한다.

전화로 배송지를 파악하고 이동하였는데, 아무리 찾아도 ‘벨코리아’라는 상호가 눈에 띄지 않아서 마침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아이에게 물어보았다. 그러자 아이가 하는 말은 뜻밖이었다. “할아버지, 별꼴이에요.”(p14)

‘나는 순간 머리가 하얘졌다. 길 하나 못 찾는 노인이 답답해서였을까…… 온갖 생각이 그 짧은 찰나에 머릿속을 스쳤다. 그러나 아이의 다음 말을 듣고서야 오해가 풀렸다.

“할아버지가 별꼴이 아니라 가게 이름이 ‘별.꼴.이.야.’라고요.”(p15)

전화로 소통하다 보니 비슷하게 들리는 말에 혼선이 생겨…… 당연히 ‘벨코리아’가 상호일 것으로 생각했던 나의 고정관념이 산산이 부서진 순간이었다.(p15)

지하철 택배원의 초보 시절 최고의 선생님은 그 아이다.(p16)




또 다른 에피소드 〈이름은 모르지만 동료입니다〉는 지하철 미화원과 인사를 주고받게 된 사연(p18-22)인데, 우리에게 작은 깨달음을 얹어준다.

흔히 지하철을 탈 때, 특히 비슷한 시간대에 출퇴근을 하는 직장인이라면 항상 그 시각 지하철에서 일하는 근무자들(미화원, 공익근무요원, 역무원 등)을 마주칠 것이다. 친한 사이도 아니고 알고 지내는 사이도 아니지만, 매번 같은 얼굴을 마주치다보니 얼굴은 무척 낯이 익다. 그 분들께 알은척해보거나 가볍게라도 인사 한번 건네 본 적 있나? 모르긴 몰라도 아마 거의 없을 것이다. ‘안녕하세요?’, ‘오늘도 수고 많으십니다.’, ‘덕분에 아침이 깨끗해졌네요?’ 등 인사 한 마디로도 하루의 시작이 무척 청명하지 않을까? 시작이 어렵지, 막상 물꼬가 터지기만 하면 매일 아침이 밝아질 것이다.


비슷한 에피소드로 〈시니어 핸드폰 일타 강사〉도 우리를 각성하게 해준다.

매일 마주치지만 얼굴은 익숙한 사람들과는 달리, 어느날 전혀 모르는 사람이 길 안내 등 도움을 청할 때가 있다. 모르는 척 지나친다고 해도 어쩔 수는 없지만, 작은 관심을 가져본다면 어떨까? 내가 아는 것이라면 도움이 되어보자. 이 또한 우리의 하루를 청명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그런데 이번 일화는, 배려나 도움의 관점뿐만 아니라 ‘늦은 나이라도 배움은 있다. 부끄러울 것 없다.’는 관점으로도 이야기를 풀어내었다.

휴대폰 문자메시지 하나 보내지 못했던 한 노인에게 작가가 차근차근 시범을 보이며 사용법을 알려 주었다는 일화인데,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처럼 나이가 많은 사람들은 누군가 직접 가르쳐주지 않으면 새로운 것들을 배울 수가 없다. 그래서 공원이나 대합실에 앉아서 내 또래들을 만나면 적극적으로 핸드폰 사용법을 가르쳐준다.”(p32)

‘어린이든 노인이든 끊임없이 배우려는 태도는 나이에 상관없이 누구에게든 날개를 달 기회를 만들어 줄 것이다.’(p33)


이 외에도 하루도 어김없이 자기 몫의 삶을 성실히 살아낸 〈강남역 껌 파는 할머니〉(p44) 이야기, 무더운 여름날 택배를 전하는 아파트 세대 앞에 놓인 아이스박스에 ‘택배원분들 더운 날씨에 수고 많으십니다. 시원한 물이나 간식 챙겨 가세요.’라고 적혀있던 문구에서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해지는 친절’을 몸소 경험했던 이야기(p64), 코로나 시즌 때 공모전 대상 상패를 택배로 전달 받게 된 수령인과 그 친구들에게서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이 시대의 올바른 소통법”(p143)임을 깨닫게 된 사연, 〈서울역, 고향 가는 길〉(p178)에서 미스터리한 청년과의 만남과 진심어린 대화, 지하철 승강장 안전문에 쓰인 시 〈엄마의 인생 예보〉를 보고 눈물이 났다는 젊은 여성 이야기(p212), 종로3가역 추억의 풀빵 이야기(p184), 당산역에서 발생한 배송 중 택배물품 분실사건(p120) 등을 비롯한 총 37편의 이야기들이 내 가슴을 따뜻하게 만들어주었다.




이 책 속에서 내 마음에 와 닿는 문구를 소개해본다.


‘살아온 세월이 깊을수록 눈에 보이는 것들이 많은 법이다. 자식을 낳으면 부모를 이해하게 되고 손주가 태어나면 더 큰 사랑이 이해되는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생의 모습이 아닐지. 겪어보기 전까지 모르는 것투성이라는 사실이 하나의 깨달음처럼 다가오지만, 배우고 이해하는 데 늦을 때란 없다. 깨닫고 나서도 하지 않는다면 후회만 남는다.’(p55) - 〈내 자식 같은 남의 자식〉편


‘길 위에서 마주치는 수많은 사람 중에서 내가 가장 존경하는 사람은 어머니다. 자식에 대한 사랑으로 자신의 모든 걸 대가 없이 내주는 유일한 사람이 바로 어머니이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수록 어머니의 사랑이 더 크게 와 닿는다. 기억 속 그리운 어머니처럼 나이 들어 비로소 내가 받고 자란 사랑의 크기가 온전히 느껴진다.’(p83) - 〈세상에서 가장 존경하는 사람〉편


“오늘 하루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저희 열차의 왼편으로 한강에 예쁜 노을이 물들었습니다. 근심과 걱정은 지하철에 두고 내리시고, 지금 보이는 자연의 예쁜 풍경만 가져가시길 바랍니다.”(p203) - 〈아름다운 한강을 만나는 행운〉편, 당산철교를 지나는 순간 울려 퍼진 기관사의 안내방송


‘역시 글은 지은이가 누구인지, 작가가 유명한 사람인지 아닌지를 떠나서 읽는 사람에게 공감이 되는 게 가장 좋은 글이라는 생각이 든다.’(p216) - 〈남몰래 흐르는 눈물〉편


지금 마음속이 아프거나 차갑다면, 혹시 이 사회는 삭막하다는 생각이 엄습한다면, 이 책 《꿈을 나르는 지하철》은 약이 되고 온기가 되어 당신의 마음을 따뜻하게 보듬어 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요괴어사 2 - 각성
설민석.원더스 지음 / 단꿈아이 / 2023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정조대왕과 무사 백동수, 그리고 요괴어사대 대원들이 뭉쳐 요괴들과 결전을 벌인다!
설민석 역사강사가 펼치는 신개념의 K-역사판타지 장편소설.
생각지도 못한 이야기들과 역사적 사실들에 판타지 요소들이 자연스레 결합되어 있어서, 왠지 그 시대 요괴어사대가 존재했을 것만 같은 생각마져 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요괴어사 2 - 각성
설민석.원더스 지음 / 단꿈아이 / 2023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요괴어사2-각성》이란 책에 관심이 갔다. 작가가 뜻밖에도 ‘설민석’이었기 때문이다. 역사를 강의하는 그 설민석이 소설을 써? 그래서 ‘역사 소설’이겠거니 했는데, 놀랍게도 ‘역사 판타지 소설’이다.


소설의 역사적 배경은 조선 정조 시대이다. 책 표지에 “만백성을 보살피려는 정조대왕, 뜻을 함께하는 어사대의 활약!”이라고 쓰여 있어서, 왠지 정조의 친위대 중 하나로 ‘어사대’가 창설되었고 그들의 활약상이 전개되는 소설인가 싶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내가 알고 있는 정조의 친위대는 ‘장용영’이다. 그리고 찾아보니 ‘어사대’라는 것은 고려 시대에 있던 감찰기구의 명칭이라고 한다.


이에 대한 의구심은 소설을 읽다가 바로 알게 되었다. 정식 명칭은 ‘요괴어사대’이고 그들의 본거지는 목멱 기지이다. ‘목멱’은 목멱산, 즉 지금의 남산이다. 조선 시대 태조가 한양을 도읍으로 정하였을 때 남산은 풍수지리설상으로 안산(案山) 겸 주작(朱雀)에 해당되는 중요한 산이었고, 그로 인해 성신(星辰)에게 지내는 제사인 초제(醮祭)를 지내던 국사당(國師堂)이 남산에 있었다.


《요괴어사2-각성》의 공간적 배경으로 목멱산 국사당이 있고, 소설 속 인물로 국무당(國巫堂)이 나온다. 여기에 더하여 정조, 무사 백동수 등 실존했던 인물이 등장한다. 특히 백동수는 정조 친위대인 장용영의 장교로 있을 때 이덕무, 박제가와 함께 군사 무예 훈련서인 《무예도보통지(武藝圖譜通志)》를 정조의 어명으로 편찬(p228)한 인물로, 《요괴어사2-각성》 속 인물 중 정조와 더불어 요괴어사대를 창설하고 훈련하며 성장시키는 중심적 인물로 나온다.




이 소설은 실존 인물과 역사적 배경을 기반으로, 전혀 뜻밖의 소재가 결합되었다. 바로 ‘요괴 퇴치’이다.

이 책을 소개하는 글로 아래와 같은 문구가 있다.

“망자천도(亡者薦度)를 꿈꾸는 임금, 정조. 그리고 그 뜻을 이루기 위해 결성된 조직, 요괴어사대! 그들의 특별한 여정.”(표3)

또한 소설 본문 중에도 ‘무령이 이토록 흐느끼는 것은 달빛 아래 이루어졌던 요괴어사대의 창단식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달이 곳곳에 흐르는 모든 물을 비추듯, 정조는 조선에서 나고 죽은 백성을 돌보고자 했다.’(p39)라는 문구가 있다.

이처럼 《요괴어사2-각성》은, 스스로를 ‘군사(君師)’로 자처하면서 갖가지 개혁 정책 및 탕평을 통한 대통합을 추진하여 백성들의 생업이 편안해지고 질서가 잡힌 세계를 꿈꾸었던 정조의 이상(理想)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망자천도까지 상상력을 넓힌 것이다!


요괴어사대의 리더 ‘백원’이 요괴 만인사(萬人蛇)와의 결전에서 부상을 입고 전투력과 무기인 청룡언월도를 모두 상실해 버렸다.(p217) 그때 정조는 사도세자가 남긴 비기(祕記)를 백원에게 건내며 “백원아. 이제는 과인뿐 아니라, 하늘의 달과 별, 신수와 짐승까지 모든 만물을 네 스승으로 모시거라.”(p228)라는 말을 남겼다.

이 책은 백원에게 매우 익숙한 《무예도보통지》였는데, 이 책을 수없이 읽으며 무예에 전념하던 어느날 배접지가 벌어졌고, 우연히 그 속에 적힌 글을 발견하여 일일이 배접지를 다 떼어내어 확인해보니 사도세자가 남긴 《무예신보(武藝神譜)》였다.




이 책에 사도세자가 직접 쓴 서문이 있다.

「………절절하게 맺힌 한과 설움으로 구천을 맴돌고 있는 백성들이 너무 불쌍하여 견딜 수 없었다………. 훗날 사악한 것들에 맞서 싸우는 이들에게 나의 병법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을 다해 이 책에 담는다. 부디 익히고 닦기를 쉬지 않고 노력할지어다.」(p234)


‘훗날을 내다보신 거였어! … 죽은 요괴들을 대비하기 위한 《무예신보》. 행여나 남들 눈에 띌까, 전하께서 이 비급(祕笈)을 배접지로 만들어 교묘하게 감춰 보관하셨던 거로구나….’(p235)

백원은 이 모든 것을 깨닫게 되고, 이 비급의 내용을 익혀나갔다. 종국에는 물아일체(物我一體)의 경지에 올랐다.


이상(以上)과 같은 제 5부 '백원' 편에 등장하는 백원의 각성 이야기처럼, 《요괴어사2-각성》에는 요괴어사대로 모여들게 된 비형랑(鼻荊郞)의 후손들인 ‘무령’, ‘벼리’, ‘광탈’, 그리고 요괴를 퇴치한다는 뜻이 맞아 요괴어사대에 합류한 ‘요괴를 심판하는 천계의 신수(神獸)’인 ‘해치(獬豸)’에 얽힌 뒷이야기와 각성, 그리고 새로운 요괴들과의 결전 내용이 펼쳐진다.




제 1부 '무령의 재판' 편에서 무령이 당했던 치욕스러운 사건과 요괴가 되어 나타난 홍련으로 인하여 무령이 재판에 얽혀든 이야기, 재판 과정에서 무령의 죄상을 두고 증언하고 변호하는 과정에서 엎치락 뒤치락하는 상황 묘사가 매우 흥미진진하다.

해치가 재판장이 되어 열린 재판 과정에서 무령이 언제부터 염력을 사용하게 되었고 신기가 생겼는지가 나오고, 어사대에 들어간 후부터 결계를 쳐서 공간을 분리하여 그 사이를 이동하게 되고, 무기로 사용하는 금줄은 추후 목멱 기지에 들어와서 국무당에게 신공을 배운 후부터였음이 드러난다.(p23-25)


제 2부 '인신공양' 편에서 요괴 만인사가 등장하고, 전 이조판서 서지원과 그 가족에 얽힌 사건이 발생한다. 서지원은 청렴하고 올곧은 사람으로 평판이 좋았으나, 인삼 무역 관련 뇌물 사건으로 귀향살이 중이다. 부인 박정임은 집안에 만인사 사당을 두고 인신공양(人身供養)을 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만인사 인신공양 사건의 피해자는 거지, 백정, 약초꾼, 보부상 등 주로 신분이 낮은 자들이었는데, 벼리의 아버지인 유해득도 끼어 있었다.


제 3부 '광탈' 편에서 광탈이 만인사에게 당하여 혼이 육신에서 떨어져 나와 만인사에 삼켜졌는데, 이때 광탈이 부모에게 버려지고 남사당패에서 혼나면서 광대짓을 했어야 했던 어린 시절 이야기가 등장한다. 그 사이 다른 어사대 대원들이 만인사와 결전을 벌이고, 끝내는 해치가 정조에게서 받은 여의주를 사용하여 만인사를 소멸시킨다.


제 4부 '송장벌레' 편에서 광탈의 부모와 벼리의 아버지에 대한 진실이 등장하고, 제 6부 '불가사리' 편에서 1,000년 전 수라(修羅)에게 잃은 해치의 잘려나간 뿔의 행방, 백원의 형이 죽게 된 사연, 요괴 불가사리의 사연 등이 나온다. 그리고 제 7부 '해치의 뿔' 편에서 해치가 각성하게 되고,  제 8부 '수라', 제 9부 '인당수'로 이어지며 이 다음에 나올 《요괴어사3》에 대한 기대감을 증폭시킨다.


이 책 《요괴어사2-각성》에서 몇 가지 특장점이 눈에 띈다.


첫째, 역사를 전공한 한국사 강사가 저술한, K-역사 판타지 소설이다.

한동안 한국 드라마에 새로운 바람이 불었던 적이 있다. 바로 역사 판타지 드라마이다. 킹덤, 구가의 서, 태왕사신기 등을 비롯한 작품들이다. 소설류, 웹툰 등도 한 축이다. 이들과 《요괴어사2-각성》의 차이점은, 글쓴이의 정체이다. 여타 작품은 드라마 작가, 소설 작가, 웹툰 작가가 창조한 작품들인데, 《요괴어사2-각성》은 한국사 강사인 ‘설민석’과 작가 ‘원더스’가 공저로 만들어 낸 K-역사 판타지 장편소설이다.




둘째, 역사적 사실과 인물이 사실적 개연성을 더해준다.

정조, 무사 백동수, 사도세자, 국무당 등 실존 인물과 사도세자사건, 《무예도보통지》의 존재, 정조 시대를 살았던 이덕무와 박제가의 이름, 신성시했던 목멱산 등이 사실성을 더하여, 이 소설이 판타지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왠지 요괴어사대가 있었을 거 같다.’는 개연성마저 들게 한다.


셋째, 소설 속 다양한 이야기들이 다중적으로 전개된다.

우선 큰 줄기는 정조가 창단한 요괴어사대의 활동상이다. 다양한 요괴의 출현으로 사건이 발생하면 요괴어사대가 대항하여 결전을 벌이고 해결한다.

그 사이사이에 정조와 요괴어사대 대원들에 얽힌 각자의 이야기들-벼리와 부친 유해득, 무령의 과거, 백원의 어린 시절, 광탈의 지난한 과거와 부모에 얽힌 사연-이 지속적으로 깔려 있다.

그 와중에 매 이야기마다 새로 등장하는 조연급 인물과 요괴들에 얽힌 이야기들도 펼쳐지면서, 《요괴어사2-각성》은 다양한 이야기들이 그물망처럼 얽혀 있으면서도 이야기 전개는 마치 밀도차가 있는 액체들이 섞여 흐르는 듯하다.




넷째, 이야기 짜임새의 밀도가 높다.

예를 들어, 광탈의 혼이 만인사에 먹혔을 때 지난날 남사당패에서 자신을 괴롭히던 꼭두쇠와 자신을 보듬던 용석이 광탈 앞에 환영으로 나타났다. 꼭두쇠는 용석을 가리키며 웅얼거렸다. “쟤가 제일 무서워하는 게 뭔 줄 알아? 나? 아니거든. 저놈이 제일 무서워하는 건, 광탈이 네가 진실을 알게 되는 거야. 그거 때문에 평생 전전긍긍하며 살았지.”(p131)

여기에서 광탈에 얽힌 복선이 등장한다.

이후 광탈이 만인사에 홀려 거의 실신할 무렵에 해치가 참고 참았던 천기를 누설해 버렸다. “요괴가 지껄이는 헛소리에 넘어가지 마라. 너를 낳아 준 진짜 부모는 목숨뿐 아니라 혼까지 걸고 너를 찾아다녔어!”(p151)

여기에서 2차 복선이 등장한다.

그리고 페이지 193~195에 걸쳐 광탈의 출생과 남사당패에 가게 된 진실이 드러난다.


다섯째, 다양한 요괴들이 출현하여 흥미를 더한다.

《요괴어사2-각성》에 출현하거나 이름이 거론된 요괴를 나열하면, 요괴 홍련, 만인사, 수라, 강철이(強鐵이), 길달(吉達), 장자마리, 불가사리, 토어(土魚), 원귀 심청, 신수 귀수산(龜首山) 등 다양한데, 작가가 창조해낸 것들이 아니라 실제 우리 역사 기록이나 문헌 등에 등장하는 이름들이라는 게 놀라웠다.




여섯째, 역사 판타지 소설이라는 타이틀에 맞게 상당한 판타지 요소들이 가미되어 있다.

애초에 요괴들의 출몰부터 판타지이고, 그들과의 결투 과정, 이들에 대항하는 요괴어사대의 존재와 그들의 능력, 각성 등 또한 판타지 요소들로 가득하다.

백원의 경우를 한 예로 들어보면, 실의에 빠진 백원이 정조가 하사한 《무예신보》의 내용을 익히면서 수련하는 과정에서 더욱 강해져, 청룡언월도를 들어 올려 땅을 내리 쳤을 때 ‘굉음과 함께 천지가 흔들렸(고) …… 날카로운 번개가 지나간 것처럼 거대한 연무장 바닥은 두 동강이 나 있었(다).’(p240-241)

그리고 이 과정에서 오랜 잠을 자던 불가사리를 깨워낸 연유로 불가사리가 백원을 시험에 들게 하였으나, 이 모든 시험을 이겨낸 백원에게 “불가사리, 귀인을 뵈옵니다. 알아뵙지 못하고 시험하려 했던 점, 용서해 주시길 비나이다.”(p284)라고 말하고는 불가사리 스스로 백원의 내면으로 흡수되었다. 그후 백원의 몸은 불가사리의 힘으로 강철갑옷이 감싸는 신통력이 발휘된다. 이는 판타지 요소로써 인물의 능력치 향상과 더불어 이를 통한 극적 재미를 한층 끌어올려준다.




일곱째, 이 책을 읽다보면 우리가 깨달음을 얻게 되는 구간 구간들이 박혀 있다.

한 예를 들면, 페이지 7~186에 걸쳐 조연급 인물로 등장하는 전 이조판서 서지원이란 인물을 통해 권세 있는 일부 양반네의 파렴치함을 여실히 드러냄으로써 우리에게 깨달음을 얻게 해준다.

‘그(서지원)가 딸(무령)을 버린 것도 모자라, 딸을 해친 자의 허물을 덮는 파렴치한이었다니.’(p75)

‘집은 한눈에 봐도 -임금이 사는 궁궐보다 조금 작은 정도로- 거대했다. “이런 집에 살면서 청렴결백? 웃기시네.” 서지원은 선비라 일컫는 자들의 실체라 할 수 있었다. ……… 입으로는 청렴하다 말하지만, 고리대금으로 백성들의 피 같은 돈을 빨아먹었다. 안빈낙도(安貧樂道)를 좇는다지만, 실상은 노비를 부리고 소작농이 애쓴 수확을 긁어 갔다. 간혹 흉년이 들면 곳간을 푸는 부자도 있었지만, 그중 단 한 톨도 그들이 키운 건 없었다. 분명 선행은 맞지만, 이는 다음 수확을 위한 투자가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p91-92)

‘어명으로 장 20대를 맞고 무기한 유배형에 처해진 서지원 부자는 무인도에 유배당했다. 석 달 먹을 곡식 자루에는 겨만 날리고 벌레 먹은 곡식이다. 이를 보고 서지원은 흉년에 양민들에게 꿔 준 곡식이 딱 이랬다는 게 떠올라 자업자득(自業自得)인가 싶었다.’(p181-183)




나는 K-역사 판타지 장편소설인 《요괴어사》시리즈 중에서 제 1권을 읽지 않은 채로 제 2권인 《요괴어사2-각성》(2023.12.18.발행)을 읽었는데, 상당한 몰입감을 느꼈다. 흥미로운 소재와 개연성, 짜임새가 한 몫을 한 것이다.

앞서 언급했던 ‘소설 속 다양한 이야기들이 다중적으로 전개’된다는 특징 덕분인지 제 1권에 해당하는 《요괴어사1-지옥에서 온 심판자》(2023.04.24.발행)를 읽지 않았음에도, 정조의 뜻으로 비형랑의 후손들을 찾아다녔고 각각의 사연이 있는 이들이 요괴어사대로 모였으며, 요괴 강철이 사건에 이어 요괴가 된 홍련과 얽힌 연리도(蓮鯉圖)를 이용한 살인사건 등이 발생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 다음에 발행될 《요괴어사3》은 원귀가 된 심청과 얽힌 사건이 본격적으로 펼쳐질 것이 예상되는데, 과연 어떤 이야기가 전개될까 무척 궁금하다.


뿐만 아니라, 해치는 이후 어떤 활약을 펼칠 것인가. 요괴들의 수장 격인 수라와 그 무리들은 어떤 식으로 세상을 어지럽힐 것이며, 정조와 요괴어사대는 이에 어떻게 대응하며 활약할 것인가. 또 어떤 새로운 요괴가 등장할 것인가. 또 어떤 비기나 비밀 등이 드러날까. 너무도 많은 호기심이 증폭된다.


K-역사 판타지 장편소설 시리즈 《요괴어사》의 다음 권이 두구두구 기대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