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돈키호테》는 150만 독자가 사랑한 《불편한 편의점》의 저자 김호연 작가의 신작이다. 그래서 너무 기대되는 작품이다. 어떤 이야기가 이 속에 담겨 있을까?
이 소설의 초반을 읽을 때는 주인공 ‘진솔’이 다니던 회사를 사직한 후 처한 백수 상황과 이를 헤쳐나가는 과정-유튜버로서 인생2막을 여는 것-이 주 골격을 이룰 것이라 생각했다. 실제로 요즘 청년고용률, 실업률을 놓고 보면 그럴 수도 있지 않을까?
지난달 취업자 수 증가 폭이 기저효과와 기상악화 등의 영향으로 2021년 2월 이래 37개월 만에 최소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청년층 취업자는 8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고, 청년층 고용률도 6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출처 : 한국경제(2024.4.12.) ‘사라진 코로나發 기저효과…3월 취업자 증가폭 37개월 만에 최소’
그래서 ‘젊은이와 청춘’에 대한 이야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 것이다.
그런데 더 읽다보니, 스토리가 좀 다르게 흘러가더라. 또 다른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돈 아저씨’의 행방이 묘연해졌는데, 솔이가 개설한 유튜브 채널 ‘돈키호테 비디오’를 통해 돈 아저씨를 찾아 추적하면서 행방을 찾는 방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되었다.
“나의 유튜브 채널 ‘돈키호테 비디오’는 돈 아저씨를 찾는 공개방송이 될 것이다.”(p50)
그럼 ‘추리소설’인가?
실제로 대학시절 돈 아저씨의 절친 권영훈을 만나 아저씨가 학원가로 갔음을 알게 되고, 이를 추리하다가 같은 학원에서 강사로 일했던 동료를 만나고, 지인의 도움으로 아저씨가 입사한 출판사에서 일어난 일을 출판사 동료로부터 듣게 되고, 이후 영화감독을 꿈꾸며 시나리오 작업을 하였다는 소식에 검색과 분석, 잠복 등을 거쳐 영화제작사 대표를 어렵사리 인터뷰하면서 돈 아저씨가 시나리오 계약을 했고 실제 시나리오 작업을 했음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분노의 법정〉이라는 시나리오를 함께 작업하였던 영화사 피디와 같이 잠적했다는 소식까지 알게 되었으나 그 후의 행방을 알 길이 없었는데, 뜻밖에 당시의 피디인 ‘민주영’으로부터 이메일 연락이 왔고 유튜브 생방 인터뷰에 참여하여 이후의 얘기를 들려주었다. 돈 아저씨는 영화감독을 포기하고 창작한 여타의 시나리오들을 판매하여 2억 6천만 원의 수익을 냈고 그간에 장발에 수염을 기른 살찐 아저씨가 되었으며 이후의 행방을 알지 못한다고 전해주었다.
이렇게 추리하고 연관 있는 사람을 찾아 만나며 돈 아저씨의 행방을 찾는 과정에서, 돈 아저씨의 청년시절부터 최근(2019년)까지 겪어온 삶을 알게 된다. 그럼 ‘액자소설’인가?
소설 《나의 돈키호테》는 형식상 ‘액자소설’이기도 하고, ‘추리소설’의 얼개를 빌려 서술하기도 하였지만, 그 기저는 따로 있다.
바로 ‘추억의 힐링 소설’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 ‘돈 아저씨’와 ‘돈키호테 비디오’, 그리고 ‘라만차클럽’이 있다.
진솔이 중학생일 때인 2003년, 돈키호테 비디오에서의 진한 추억이 있다. 당시에 솔이는 ‘혼자’라는 고민을 하던 중2였다. 솔이가 초등학교 5학년 때 솔이네 가족이 서울에서 대전으로 이사 오게 되면서 대전살이가 시작되었는데, 치킨집을 운영하느라 부모님은 바빴고 언니는 유학을 떠나 없었으며, 오빠는 고3이었기에 솔이는 늘 외톨이라 여겼다. 하지만 돈키호테 비디오에서 돈 아저씨와 일명 ‘라만차클럽’ 회원들-돈키호테 비디오를 아지트 삼아 뭉쳤던 솔이, 한빈, 성민, 대준, 새롬-과 함께 하면서 그 시절을 유쾌하게 보낼 수 있었다.
“생각해보면 돈키호테 비디오에서 보낸 시간이 대전에서 지내며 가장 즐거운 순간이 아니었나 싶다.”(p27)
그리고 솔이는 대학 졸업 후 ‘노마드 엔터웍스’라는 여행 관련 영상콘텐츠 제작사에서 일하다가 피디로 승진하고 〈도시탐험대〉라는 프로그램을 기획하였는데 예상외로 인기를 끌게 되었으나 그에 관한 스포트라이트는 메인 피디와 제작사 대표가 받는 꼴이고, 실제 기획자인 솔이는 까임을 당하였고 퇴사하였다. 2018년 직장을 사직하고 대전으로 내려온 뒤, 백수가 되어 무엇을 해야 할지 막막할 때 추억 속의 돈키호테 비디오와 돈 아저씨는 솔이에게 유튜버로서 인생2막을 열 수 있게 하는 힘이 되고 힐링이 되어주는 매개로 작용한다.
같은 라만차클럽 일원으로 항상 솔이와 티키타카하였던 한빈은 외적으로 밝고 명랑해보였으나, 사실은 어려운 시절을 보냈다. 돈 아저씨의 본명은 ‘장영수’이고 한빈은 ‘장한빈’. 즉 부자지간이다. 서강대 법대 출신이지만 학생운동으로 인해 취업이 마땅치 않았던 돈 아저씨는 결혼하고 한빈이 태어나 경제적인 문제를 타개하기 위해, 학원 강사로 일하였지만 학원 내 부조리에 맞서다가 강사일을 그만두고, 출판사로 옮겨갔으나 대리번역 사건을 고발하며 맞서 싸우다가 퇴사하는 등 일련의 일들로 인해 한빈의 부모는 이혼하고 한빈은 성장과정 중에 경제적으로 어렵게 살아왔다고 한다.
대준이도 학창시절에 왕따를 당하였는데 돈 아저씨와 라만차클럽 덕을 많이 봤다고 한다. 이후 성인이 되어 부산에서 가정을 이루고 분식집을 경영하게 되었는데, 돈 아저씨가 자주 만들어주었던 일명 ‘돈볶이’ 레시피를 돈 아저씨에게서 받아 메인 메뉴로 내놓고 있다 했다.
그랬던 돈키호테 비디오 가게였는데, 그곳은 비었고 그 자리에 카페가 자리하고 있었다. 그리고 돈 아저씨도 없었다. 한빈의 말에 의하면, 돈 아저씨-한빈의 아버지-가 어느날 갑자기 사라졌다는 것이다. 건물 지하실에 비디오가게 간판과 집기들이 보관 중이었다. 그리고 라만차클럽 회원들도 ‘어떤 사건’을 계기로 모두들 뿔뿔이 흩어져 버렸고, 그렇게 15년이 흘렀던 것.
솔이는 그때 그 시절 아저씨의 추천으로 읽어본 책과 보았던 영화를 소개하는 유튜브 방송을 시작하였고, 동시에 행방을 알지 못하는 돈 아저씨를 찾는 과정이 ‘돈키호테 비디오’ 채널을 통해 송출되면서 흩어졌던 라만차클럽 회원들과 연이 닿고, 그들의 보이지 않는 도움으로 유튜브 채널의 초기 구독자 수가 증가하기도 하였다. 돈 아저씨에 관해 시간을 내어 인터뷰에 응해준 선한 증언자들-출판사 동료 김승아, 영화 제작사 민주영 피디-의 용기있는 행동 덕분에 혹여 끊길 수도 있었던 추적의 끈을 놓치지 않을 수 있었다. 이런 노력들이 가상했던지, 처음에 유튜버 활동을 반대했던 솔이 어머니도 넌지시 도움을 주기도 하였다.
그리고 마침내 돈 아저씨를 찾고야 만다!
그런데 왜 장영수는 돈 아저씨(돈키호테 아저씨)가 된 것일까?
표면적으로는 ‘돈키호테 비디오’ 가게 주인이기 때문이겠지만, 그 이면에는 숨은 뜻이 있었다. 소설을 읽다보면 그 이유를 은연중에 발견할 수 있다. 세상의 부조리에 맞서 세상을 바꾸고 싶었던 것이다.
“아저씨는 왜 세상을 바꾸겠다고 애쓴 거예요?”(p313)
“난 그냥 약한 사람이 고통받는 게 싫었어. 어릴 때부터 아버지가 엄마 때리는 것도 못 참았고, 돈 좀 있다고, 관에 빽 있다고 가난한 집 괄시하는 놈들도 못마땅했고. 그래서 대학 가서도 그런 데 나섰던 거 같아. ... 좋게 말하면 의협심 넘치는 투사고 나쁘게 말하면 현실감각 없는 몽상가였지. 그러다가 만난 책이 《돈키호테》였단다.”(p314)
이렇게 솔이와 돈 아저씨 간의 대화는 318페이지까지 이어진다. 이를 통해 돈 아저씨의 깊은 뜻을 이해할 수 있고, ‘돈키호테’에 담긴 의미를 알 수 있게 된다.
각박한 현실 속에서 돈키호테가 되고자 했던 돈 아저씨는 결국 ‘새롭게 변신’을 하고 ‘자유공화국(República Libre) 바라타리아(Barataria)’을 이룩한다!(p267)
“사람들에게 필요한 공간이 될 거다. 여기 바라타리아는 자유에 목마른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 될 거라고.”(p285)
《나의 돈키호테》는 총 5부로 나뉘어 있다. 돈 아저씨를 찾기까지 벌어지는 이야기가 1~3부까지이고, 4부 〈태양의 나라〉에서는 돈 아저씨의 주선으로 ‘라만차클럽’ 2기를 결성하여 스페인으로 떠나는 낭만적인 여행에 관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 소설의 클라이막스이고, 이해와 화합의 내용이며, 왜 이 소설이 ‘힐링 소설’인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부분이다. 그리고 마지막 5부 〈채널 돈키호테 비디오〉는 4년 후 2023년의 상황을 그린 에필로그 성격의 마무리이다. 특히 돈 아저씨가 어떻게 되었는지를 잔잔하지만 가슴 뭉클하게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