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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의 눈 - 상생철학자 시인 김의섭의
김의섭 지음 / 렛츠북 / 2018년 1월
평점 :
품절
내가 생각하기에 시의 진가는 해석학적 모호함에 달려 있다. 해석학적 모호함이란, 시가 가진 풍푸한 상징성으로 인해 독자로 하여금 수많은 해석학적 여지를 남겨주는 것을 의미한다. 해석학적 모호함의 반대는 해석학적 명료함이다. 해석학적 명료함이 가장 돋보이는 시는 바로 북한에서 위대한 수령님을 찬양하면서 학생들이 쓴 시다. 그 시를 읽어보면, 해석학적 모호함이 전혀 없다. 왜냐하면 그 시는 은혜의 태양 되시며 민족의 광채 되시는 위대한 수령님을 찬양하기 위해 애당초 쓰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 시를 읽다 보면, 시에 사상성은 투철하지만 과연 이 시에 문학성이 있는지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김의섭 철학자가 쓴 [철학자의 눈]은 해석학적 모호함보다, 해석학적 명료함이 지나치게 돋보이는 시집이었다. 저자는 상생철학자로서 만물이 서로 연결되어 있고 모든 만물이 서로서로 의지하고 있음을 시로 표현하였다. 그러나 상생철학이라는 그의 확고한 철학적 세계관이 모든 시에 묻어 나옴으로 말미암아, 모든 시가 비슷비슷하게 느껴졌다. 시어 역시 비슷비슷해서, 시집에 수록된 시는 수십 편이지만, 특별히 인상 깊은 시가 거의 없었다. 나는 차라리 저자가 이러한 주제의식을 가지고 운문이 아니라 산문을 썼으면, 독자에게 더 유익하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었다.
시집을 다 읽고 나서 내가 몇 년 전 신춘문예에 응모했던 시들이 떠올랐다. 그때 나는 최선을 다해서 시를 썼지만, 지금 다시 읽어보면 내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시에 너무 직접적으로 나타나 시가 가지는 고유한 상징과 은유의 맛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그때는 신춘문예에 당선되지 못한 게 아쉬웠는데 돌이켜 생각해보면 내게 잘 된 일이었다. 애당초 시인은 나의 길이 아니기에, 내가 잘 할 수 있는 다른 길을 찾아서 떠나면 되기 때문이다. 누구나 시인이 될 수는 있지만, 아무에게나 시인이란 이름을 붙일 수는 없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