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종에 반대한다 - 누구에게도 지배받지 않는 온전한 삶을 위해
아르노 그륀 지음, 김현정 옮김 / 더숲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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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종에 반대한다]는 백 쪽 남짓 되는 얇은 책이다. 하드커버로 되어 있지 않았다면 훨씬 더 얇고 가벼웠을 것이다. 그러나 [복종에 반대한다]는 책 자체는 얇지만, 책이 다루고 있는 주제는 결코 얇지 않다. 왜냐하면 이 책의 저자인 아르노 그륀(Arno Gruen)이 20세기 독일에서 유대인으로 태어나, 나치의 광기 때문에 미국으로 건너가서 살아야 했던 그의 아픈 기억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나는 감히 상상도 안된다. 히틀러가 다스리는 독일에서 유대인으로 살아간다는 것 말이다. 그런데 그런 유대인을 더 힘들게 하는 사람들은 히틀러 그 자체보다, 히틀러의 말에 철저하게 복종하는 사람들이었을 것이다. 히틀러의 한마디 한마디에 철저하게 복종하여 한나 아렌트가 말한 '무사유의 죄'를 범한 사람들은 과연 어떤 사람들일까?

히틀러의 동지였던 헤르만 라우슈닝은 히틀러가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회고했다. "유대인은 우리 안에 있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악귀를 없애기보다는 그 육신의 형상을 없애는 것이 더 쉽다." 유대인은 히틀러가 자신 안에서 쫓아낸 인간적인 부분이었고, 그는 이런 인간적인 부분을 대대적으로 파괴시키려 했던 것이다. -52p.

실상 히틀러에 복종했던 사람들은 강한 사람들이 아니라, 약한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눈에 보이는 약자를 괴롭히면서 강해지려 했다. 히틀러에 복종하는 사람은 강한 자에게는 약하고, 약한 자에게는 강하였다. 그렇다면 어떻게 우리가 이 복종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우리에게 내려진 명령이 부당하다는 것을 머리로 아는 것만으로 충분할까? 아르노 그륀은 이 책의 후반부에서 우리가 어떻게 해야 부당한 복종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대안을 제시한다. 

복종에 맞서 싸우려면 이성뿐만 아니라, 복종의 현혹에 반대되는 다른 감정도 필요하다. 바로 공감 능력이다.
공감 능력이란 타인의 감정과 상황에 대해 함께 느끼고 이해함으로써 우리 주변 세계에 
공감적으로 관여하는 능력이다.
공감 능력은 맹목적 복종에 빠져 있는 사람들에게 대항할 힘을 줄 뿐만 아니라, 깊이 묻혀 있는 자신의 감정이입 
능력을 끌어내준다. -122p.

이 책을 읽으며 북한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외부와의 접촉을 일체 차단당하고, 북한 기득권을 찬양하는 내용의 교육을 받고 자란 북한 주민들. 그들은 복종을 교육받고, 복종을 삶에 실천하며 살아가고 있다. 얼마 전 탈북민 한 명을 만났는데, 그가 북한에 있으면서 북한에서 말하는 지상 낙원이 다 거짓말이란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북한에서 부르는 모든 노래 가사에 김일성, 김정은이란 가사가 들어있어서 어쩔 수 없이 '푸른 하늘 은하수'를 불렀다고 하였다. '푸른 하늘 은하수' 노래 가사에는 김일성, 김정일이 없기 때문이다. 그에게는 다른 노래가 아닌 '푸른 하늘 은하수'를 부르는 것 그 자체가 복종에 저항하는 것이었다. 아르노 그륀은 책의 마지막에서 이렇게 말한다. 용기와 관심, 열린 생각이야말로 복종을 물리칠 수 있는 힘이라고 말이다. 남한과 북한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이 시점이야말로 용기와 관심 그리고 서로를 향한 열린 생각이 절실히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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