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소본능 - 환경부 2018 우수과학도서 선정, 국립중앙도서관 2018년 휴가철에 읽기 좋은 도서 선정
베른트 하인리히 지음, 이경아 옮김 / 더숲 / 2017년 11월
평점 :
절판


나는 사실 부천이라는 지역을 떠나서 생활한 적이 거의 없다. 물론 내가 태어난 곳은 다른 지역이지만, 부천에서 초중고를 다니고, 서울에서 대학교, 대학원을 마치면서도 나는 부천이라는 지역을 떠나지 않았다. 그래서 그런지 사실 부천을 그리워한다는 마음은 내게는 조금 먼 일이다. 부천은 그저 삶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혹시 내가 먼 외국에 있다거나 하면, 까치울을 그리워할지 모르겠다. 그때는 이곳의 하늘과 산이 너무나 그리울지 모르리라. 

사실 인간보다 새와 물고기는 자신이 태어난 곳으로 돌아가려고 하는 귀소본능이 매우 큰 것 같다. [귀소본능]에서 소개된 몇몇 동물의 사례를 보면, 그들은 자신이 태어난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이 그들의 생애에 가장 중요한 사명처럼 여겨지게 된다. 철새들의 귀소본능은 다소 신기한데, 그들은 수천 킬로미터의 거리에 떨어진 자신의 고향을 향하여 몇 달 간을 쉬지도 않고 날아간다고 한다. 그래서 고향으로 돌아가기 직전에 최대한 먹이를 많이 먹고 몸무게를 불려서 자신의 몸의 세 배나 네 배 정도까지 몸집을 불린다고 한다. 그리고 비행을 시작하면 몸에 저장된 모든 에너지를 다 사용하여, 몇 달 후 고향에 도착했을 땐, 뼈만 남은 앙상한 모습이 되어 있다고 한다. 그들은 고향으로 돌아가 그곳에서 후손을 낳는 것이 궁극적 삶의 목적이리라.

사람이나 동물이나 짝을 만나서, 자신을 닮은 자식을 낳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이 책에 소개된 동물들은 그 의미 있는 일을 위하여 자신의 생명을 단축시키면서까지 고향으로 돌아간다. 그들이 그렇게 살아가는 것은 누구에게 교육받아서가 아닌 하나님이 창조하신 그대로의 본능(instinct)이리라. 수천 킬로미터를 날아 고향에 도착해 알을 낳는 철새의 모습 속에서 생명에의 외경을 느끼게 된다. 오늘날 소속 정당을 쉽게 바꾸는 정치인들을 철새라고 부르는데, 앞으로는 그런 말을 사용하면 안 될 것 같다. 그것은 철새에 대한 모독이며, 철새의 귀소본능을 가볍게 여기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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