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모를 것이다 - 그토록 보잘것없는 순간들을 사무치게 그리워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정태규 지음, 김덕기 그림 / 마음서재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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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규 작가는 원래 부산의 고등학교 국어 선생님이었다. 그는 문학계에 등단하여 단편 소설을 발표하고 그 이후 교수가 되기 위해 박사학위까지 받으며 치열한 문학의 길을 걸었다. 그런데 그의 열정이 너무 과했던 탓일까? 그가 불과 50살을 조금 넘겼을 때 그는 루게릭병(근위축성 측삭 경화증, Amyotrophic Lateral Sclerosis)에 걸렸다. 이 병은 근육이 사라지고 척수의 운동신경 다발이 딱딱하게 굳는 불치병이다. 이 병의 진행속도를 늦추는 것은 가능하지만 이 병을 완치하는 건 불가능하다. 오늘보다 내일, 올해보다 내년이 더 나빠지는 병이다. 이 병에 걸리고 나서 그의 삶은 일상적인 것조차 혼자서 할 수 없는 장애인이 되고 말았다.  그는 말한다. 아내와 의학기술의 도움이 없었다면 본인은 벌써 죽었을 것이라고 말이다. 현재 그는 침대에 누워서 목에 구멍을 뚫고 음식물을 공급받으며 하루하루 기적적으로 살아간다.

[당신은 모를 것이다]는 병상에 누운 그가 '안구 마우스'라는 도구를 통해 쓴 책이다. 즉 이 책은 손으로 쓴 책이 아니라 눈으로 쓴 책이다. 과학기술의 발전이 얼마나 경이로운가? 눈만 깜빡거릴 수 있는 그가 그 눈 깜빡임으로 소설도 쓰고 수필도 쓰고 심지어 페이스북도 한다(나도 친구 추가를 했는데 수락하실지는 잘 모르겠다). 이 책을 읽으며 나는 인간의 본질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해봤다. 손가락 하나 자신의 의지대로 움직일 수 없는 그는 문학에 대한 열정으로 전업작가의 길을 걷지만 건강한 신체를 가진 몇몇 사람들은 그 몸을 가지고 영혼 없이 악행을 저지른다(라스베이거스 총기난사범 등). 정신이 살아 있어야 참된 삶이다. 몸만 건강하다고 살아있는 게 아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눈이 맑아진 느낌이다. 마치 영혼의 라식을 받은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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