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국의 역사학자, 그들만의 세상 - 역사학계의 친일파는 어떻게 살아남았으며, 어떻게 증식하고 있는가?
김명옥 외 지음 / 만권당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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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박근혜 정부 시절 정부에서 가장 공들였던 정책 중에 하나가 바로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였다. 교과서를 국정화한다는 것은 한국사를 국가에서 공인한 한가지 사관으로 학생에게 가르치겠다는 의도가 내포된 것이다. 그러나 국정화 정책은 정권이 교체되면서 산산조각 나버렸고, 현재는 국정화 교과서를 출간한 출판사와 집필자 모두 곤혹스러운 상황에 놓였다. 한국 사회에서 역사 논쟁은 과거 완료형이 아니라, 지금 당장 우리의 삶에 밀접한 관련이 있는 현재 진행형이다.

[매국의 역사학자, 그들만의 세상]은 한국 역사학계에 만연한 식민사관을 비판하는 책이다. 이 책을 공동으로 쓴 4명의 저자들 중에 실제로 역사학을 전공한 사람은 1명 정도이고, 나머지 저자는 역사학을 전공하지는 않았지만 독서를 통해 식민사관의 위험성을 간파하고 그것을 비판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재야사학자들이다. 이 책을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한국 사학계에 존재하는 강단사학과 재야사학을 먼저 알아야 한다. 강단사학이란 서울대 국사학과를 중심으로 하여 일제시대부터 지금까지 한국사 연구에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는 주류세력을 말한다. 그에 반해 재야사학은 대학교에 속해있지는 않지만 한국사를 연구하며 강단사학이 알게 모르게 가지고 있는 식민사관을 비판하는 비주류 세력을 말한다. 그런데 지금 대한민국의 강단사학과 재야사학의 대립은 실제로 너무 치열하고, 강단사학은 재야사학을 사이비 역사학이라 비판하고, 재야사학은 강단사학을 매국의 역사학이라고 비판한다. 그렇다면 강단사학이 옳은 걸까? 재야사학이 옳은 걸까?

나는 역사의 진실은 강단사학과 재야사학 사이에 존재한다고 믿는다. 왜냐하면, 강단사학에서 말하는 재야사학의 비전문성과 비학문성은 일견 타당한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어느 학문이나 전공자들과 비전공자들의 차이는 결코 작지 않다. 재야사학에서 아무리 많은 역사 책을 읽고, 혼자 공부를 한다고 할지라도 주류 역사학자들이  학위를 받기 위해 수십 년을 대학교에서 공부하였던 것만큼 집중적으로 공부를 했으리라 생각지는 않는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한국사가 일제 시절에 형성된 역사 실증주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는 말할 수 없는 게 또한 비참한 현실이다. 즉 현재 한국사는 우리가 일본의 식민사관에 동의하든 동의하지 않든 식민사학자들이 쓴 책과 자료를 통해서 한국사 연구를 시작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재야사학에서 말하는 것처럼 강단사학이 식민사관에 길들여진 것은 절반의 진실이다. 그런데 문제는 단순히 식민사관이 기분 나쁜 정도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국익에 직접적으로 연결된다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간도는 중국의 땅인가? 아니면 한민족의 땅인가? 역사적으로 독도는 일본의 땅인가? 아니면 우리 땅인가? 중국과 일본은 모두 자신들의 국익을 위해 명백한 역사마저도 아전인수격으로 왜곡하는데, 과연 그 사이에 낀 한국은 어떤 역사를 선택해야 할까? 강단사학과 재야사학의 갈등만큼 한중일의 역사문제도 섣부르게 해결하기 참으로 어려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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