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협의 거센 바람 - 교회 안에 들어온 진화론의 가면
이재만 지음 / 두란노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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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협의 거센 바람]을 읽으며 몇 년 전 대학교에서 졸업논문을 썼던 때가 생각났다. 나는 그 당시 정보사회학을 전공하는 학생으로서 졸업을 위해 정보사회 학과 관련된 논문을 써야 했다. 그래서 나는 그 당시 인터넷에 있는 기독교 안티 사이트를 연구해서 논문을 썼다. 그런데 나는 그 당시 정말 열심히 신학 대학원 입학시험을 준비 중이었다. 그렇기에 나는 매일 성경만 공부하는 상황에서, 제대로 된 사회학 논문을 쓸 지식적, 시간적 여유가 전혀 없었다. 그렇지만 졸업논문을 쓰지 않으면 대학원에 진학을 할 수 없으니, 토요일마다 5페이지씩 꼬박꼬박 써 내려가서 결국 30페이지 정도의 논문을 완성했다. 그 이후 논문을 지도 받기 위해 그 논문을 들고, 교수님을 찾아갔다. 교수님은 내 논문을 보시고 한숨을 푹 쉬었다. 왜냐하면, 명색이 사회학 논문인데 사회학 책보다 성경에 대한 인용이 훨씬 더 많았기 때문이다. 엄밀히 말하면 나는 그 당시 사회학 논문을 쓴 게 아니라, 신앙 수필을 쓴 것이었다. 교수님은 내가 사회학자로서의 미래는 없지만, 목회자로서의 미래는 있다고 생각하셨는지, 논문에 대해서 조금 코멘트 하시고 결국 논문을 통과시켜주셨다.

창조과학에 대해 이야기하는 [타협의 거센 바람]을 읽으며, 나의 부끄러운 졸업 논문이 생각난 이유는, 과연 이 책이 과학 책인가 신학책인가 헷갈려서였다. 이 책이 과학 책이기 힘든 이유는 이 책이 나의 졸업논문처럼 성경에 대한 인용이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 책이 신학책도 아닌 이유는 신학자가 쓴 책에 대한 인용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정리하자면 과학자나 신학자가 이 책을 읽었을 때 이 책은 과학 책도 아니고, 신학책도 아니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문학책으로 분류하고 싶다. 창조 과학을 믿는 이재만 선교사의 신앙 고백이 담긴 수필집으로 말이다.

 

나는 창조과학과 진화론 중에 무엇이 옳은지 피 튀기면서 논쟁할 마음이 없다. 그것은 이재만 선교사와 우종학 교수의 역할이다. 둘의 논쟁이 궁금하다면, 우종학 교수의 블로그(http://solarcosmos.tistory.com/701)에 들어가 보면 된다.

 

다만 내가 창조 과학자들에게 말하고 싶은 것은 그들의 태도에 관해서다.

나는 그들이 말하는 창조과학이 진리이면 진리일수록, 그와 다른 이야기를 하는 그리스도인들에 대해서 타협주의자라는 등, 이단자라는 등의 이야기를 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종교라는 이름의 폭력이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는 유연한 사고방식을 요구하고 있다. 실제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넓은 식견과 따뜻한 포용력을 겸비하지 않고서는 그의 신념과 믿음에 상관없이 사회에서 정당한 대접을 받기 어려운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종교적 확신이 귀하면 귀할수록 그런 확신을 가지고 있지 못한 사람을 더 존귀하게 대해야 한다. 창조 과학자들은 창세기 1장에서 모든 사람이 하나님의 형상을 가지고 창조되었음을 문자 그대로 믿는다. 그런데 어떻게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된 다른 사람이 자신과 같은 창조과학에 대한 믿음을 가지지 못했다고 해서, 상대방을 그렇게 비난할 수 있을까? 한 집에서 같은 밥을 먹고사는 가족도 서로 생각이 다른데 하물며 기독교인이라고 할지라도 창세기 1장을 해석하는 방법은 조금씩 다르지 않을까? 그들의 고압적이고, 공격적인 태도가 바뀌지 않는 한 창조 과학계의 주장은 그들만의 울타리를 벗어나 사회에서 온전한 대접을 받기 힘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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