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의 인문학 - 삶을 위로하는 가장 인간적인 문학 사용법
김욱 지음 / 다온북스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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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성장한다는 건 상처를 입는다는 뜻이다. 엄마 뱃속에 있는 아기는 상처 받을 일이 없다. 엄마가 그 아기를 사랑으로 보호하여 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아기가 엄마의 뱃속에서 나와 탯줄을 끊고 자라나기 시작할 때 그 아기는 세상에서 상처를 받는다. 그 상처는 몸의 상처, 마음의 상처, 영혼의 상처를 포함한다. 때로는 그 상처가 너무 심하여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또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 상처 덕분에 지금의 내가 있지 않았나 하고 다시금 상처의 의미를 곱씹는다.

김욱 선생이 쓴『상처의 인문학』은 한국 문학과 세계 문학에서 인생의 큰 상실과 상처를 경험한 작가들이 문학 작품에서 그 상처를 어떻게 다루었는지 이야기 한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기존에 잘 알고 있던 작가라고 생각했던 작가들의 상처를 새로 알게 되었고, 이전에 미처 알지 못했던 작가들의 작품을 접하며 그들의 상처가 얼마나 컸을지 간접적으로 느끼게 되었다. 그 중에서 노벨 문학상을 받은 가오싱젠에 관한 글이 나는 가장 인상 깊었다. 가오싱젠은 중국인이지만, 중국의 비 민주적인 통치 행태에 저항하여 프랑스로 망명한 망명 작가다. 가오싱젠은 중국을 사랑하며, 중국어로 글을 쓰지만, 자유로운 사고를 가진 그를 탄압하는 중국 정부에 의해 더 이상 중국에 머무를 수 없었다. 그리하여 그는 프랑스로 건너가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밖에 없었다. 김욱 선생은 그의 삶을 이렇게 바라보았다. “어둠을 비난하는 방식으로는 빛이 찾아와 주지 않는다. 빛이 머무는 곳으로 떠나야 되는 것이다. 이것은 새로운 삶의 무대를 향한 망명이며 전향이다”(60쪽). 이 세상이 어둡다고 느껴질수록 빛으로 나와야 한다. 누가복음 15장에서, 아버지의 집을 떠난 둘째 아들이 세상에서 지독한 어둠을 경험하고 다시 아버지의 집으로 돌아갔을 때 그는 광명을 얻었다. 그의 상처는 아버지에게 돌아가는 디딤돌이 되었다. 상처가 없었다면 우리는 더 편안할 수는 있었겠지만 더 성장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상처의 인문학』을 다 읽으며, 세월호 사고로 마음의 큰 상처를 입은 사람들의 상처가 문득 떠올랐다. 그 상처는 언제 과연 아물 수 있을까? 누가 그 상처를 위로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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