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사회 - 인간 사회보다 합리적인 유전자들의 세상
이타이 야나이 & 마틴 럴처 지음, 이유 옮김 / 을유문화사 / 2016년 12월
평점 :
절판


‘유전자 사회’의 저자인 이타이 야나이와 마틴 럴처는 리처드 도킨스가 쓴 ‘이기적 유전자’란 책을 읽고 인생의 진로가 변화되었다고 한다. 그들은 그 책을 읽고 평생을 인간과 동물의 유전자를 연구하는 진화유전학자로 살게 되었다. ‘만들어진 신’을 썼던 전투적 무신론자 리처드 도킨스가 그들에게는 위대한 롤모델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유전자 사회’는 ‘리처드 도킨스’에게 드리는 그들의 헌정판이자, ‘이기적 유전자’의 사회학적 확장판이라고 할 수 있다.

‘유전자 사회’는 ‘이기적 유전자’에서 인간이 유전자를 운반하는 ‘생존기계’라는 전제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한다. ‘이기적 유전자’가 유전자가 어떻게 대를 거듭하며 지구상에서 생존할 수 있는 지에 주목한다면, ‘유전자 사회’는 인체 내의 유전자가 서로 어떻게 협력하며 공존하는 지에 대해서 주목한다. 즉 우리의 몸 그 자체가 이기적 유전자로 구성된 유전자 사회라는 것이다. 이는 몸에 관해 그동안 잘 듣지 못하였던 신선한 관점이다.

‘유전자 사회’는 총 10장으로 나누어져 있다. 나는 그중에서 맨 처음에 있었던 1장 ‘시간은 나의 편, 암의 유전자 공략 작전‘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왜냐하면 현대사회에 암환자가 점점 많아지지만, 정작 대부분의 사람들은 암이 무엇인지 잘 모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암세포는 무엇일까? 이 책에 의하면 암세포는 ’무한성장을 지향하는 불멸의 세포‘라고 할 수 있다. 암세포는 말단소체가 짧아짐으로써 세포분열이 감소되지 않고, 계속 성장을 하며 확장하는 돌연변이다. 이 책에서는 암세포의 8가지의 특징을 간략하게 설명하고 있다.

 

-암세포의 8가지 특징

1. 스스로 성장신호를 제공하는 것

2. 세포 분열을 막는 신호를 무시하는 것

3. 영원히 사는 세포가 되는 것

4. 세포 사멸을 피하는 것

5. 면역에 의한 파괴를 피하는 것

6.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게 만드는 것

7. 새로운 혈관을 끌어들이는 것

8. 멀리 있는 부위에 침입하는 것

 

우리의 신체는 각각의 세포가 각각의 수명이 있다. 세포가 그 수명을 다할 때, 새로운 세포가 태어나 그 오래된 세포를 대체한다. 우리의 몸은 세포의 죽음과 탄생을 통하여 날마다 새롭다. 그러나 암세포는 몸 전체의 생태계를 고려하지 않고, 암세포의 생존 그 자체만을 위해 계속 성장한다. 그리하여 모든 신체의 에너지를 암세포가 확장되는 데 사용하여, 결국에는 몸을 사망에 이르게 한다. 암은 이기적 세포다. 암이야말로 유전자사회를 망치는 가장 위험한 존재다.

우리는 흔히 사회에 큰 문제를 야기하는 존재를 사회의 암적 존재라고 말한다. 그런데 한국사회에서 재벌이라고 불리는 대기업이야말로 어느새 사회의 암적 존재가 된 게 아닐까? 과연 한국의 재벌은 한국사회의 건강을 위하여 기업을 운영할까? 아니면 재벌의 무한성장을 위하여 국가의 법률을 바꾸고, 국가의 예산을 이용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최순실 게이트로 드러난 재벌의 민낯은 재벌이 한국사회의 암적 존재라는 국민들의 의심을 확신으로 바꾸어주었다. 한국사회의 건강을 망치는 암적 존재를 수술하지 아니하면, 결국에는 한국사회 전체가 회복불능의 상태에 빠질 수 있다. 정기적인 건강검진을 통하여 개인의 몸에 숨어 있는 암세포를 찾아내서 항암치료를 하듯이, 지금이야말로 대한민국 곳곳에 숨어 있는 암적 존재를 찾아내서 축출하는 공동체적 항암치료가 필요한 시점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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