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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참견 - 3천 명의 삶의 마지막을 위로한 감동의 언어 처방전
히노 오키오 지음, 김윤희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16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일본과 한국은 동일한 시간대를 사용하지만, 사회문화적으로는 10년 정도의 차이가 난다고 한다. 일본이 1980년대 거품경제가 꺼지고 불황이 닥쳤듯이, 한국도 1997년 외환위기가 발생하여 국제통화기금의 도움을 받는 위기를 겪었다. 또한 일본은 이미 몇 십 년 전부터 출산율이감소하고, 노령인구가 증가하는 고령화 사회를 맞이하였는데 한국 역시 몇 년 전부터 고령화 사회에 진입하여 사회적으로 여러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 따라서 현재 일본의 트렌드는 미래 한국의 트렌드가 된다고 예측할 수 있다. 이런 일본과 한국의 관계를 생각한다면, ‘위대한 참견’ 역시 앞으로 한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 알려주는 선구자적 신간이다. 왜냐하면 일본에 암환자가 급증함에 따라서 일본사회에서 암환자를 이해하고, 상담하고, 그들과 공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문제가 되었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저자인 히노 오키오 박사는 바로 그 암환자와 암환자의 가족들과 면담하면서, 그들의 마음을 치유할 언어처방전을 제시한다. 그 언어처방전은 그들의 마음과 영혼을 치유한다. 그게 바로 저자가 몇 년 전 부터 일본 최초로 시작한 ‘암철학 외래’이다. ‘암철학 외래’는 단순한 상담 이상이다. 저자는 그것을 바로 위대한 참견이라고 명명한다.
히노 오키오 박사는 책에서 죽음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비교적 담담하게 이야기 한다. 그는 차가운사람의 시체를 주로 만졌던 병리학자임에도 불구하고 죽음을 통하여 역설적으로 삶의 의미를 깨달았다. ‘위대한 참견’은 국내에 처음 번역되는 히노 오키오 박사의 책이다. 그래서 대한민국에서 히노 오키오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사람은 매우 드물 것 같다. 나도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그에 대해서 전혀 알지 못하였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며 히노 오키오 박사가 고수 중의 고수라는 생각을 여러 번 했다. 그 이유는 그가 다양한 인문학 도서에서 적절한 문구를 인용하고, 인문학적 사유를 의학적으로 확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히노 오키오 박사는 독서의 힘을 믿는 독서의 고수다. 그리고 내 추측이 맞는다면, 히노 오키오 박사는 크리스천이다. 왜냐하면 그는 책에서 시종일관 일본의 유명한 기독교 사상가인 우치무라 간조의 책을 많이 인용하고 그의 제자인 난바라 시게루의 책 역시 여러 번 인용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구약의 요엘과 신약의 로마서를 인용하고, 예수가 마굿간에서 태어났다는 점을 이야기 하는 것을 보아 그가 기독교 사상가인 우치무라 간조의 책을 탐독했음을 알 수 있다. 물론 이 책은 기독교 신앙서적이 아니기 때문에, 죽음이후의 부활에 대해서는 이야기 하지 않는다. 히노 오키오 박사가 부활과 사후세계에 대해 믿는 지 안 믿는지도 이 책으로는 알 수 없다. 그러나 히노 오키오 박사는 각자의 삶에는 분명한 사명과 의미가 있다고 믿는다. 그는 간난 아기가 이 세상에 단 10분만 살더라도 삶의 분명한 목적과 의미가 있다고 말한다. 그는 우리의 인생에서 암이 절망이 아니라, 우리의 사명을 망각하는 것이 절망이라고 생각하였다.
이 책을 읽으며 암을 대하는 대한민국의 현주소는 어떤지 알고 싶었다. 현재 한국 사회는 암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병원은 암환자를 사람이 아니라 물주로 본 것은 아닌지, 암환자는 암에 걸렸다는 진단을 받고 모든 삶의 소망을 내어버린 것은 아닌지, 그 가족들은 외로움에 죽어가는 암환자를 때론 방치하고만 있었던 것은 아닌지 한국 사회에 암을 새롭게 접근하는 위대한 참견이 절실히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