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교역자 수련회로 남양주의 마재성지를 방문했다. 마재성지는 다산 정약용의 형인 정약종의 순교와 그 일가의 믿음을 기억하고자 천주교에서 조성한 곳이라고 한다. 나는 개신교인이기 때문에, 평소 천주교 성지를 방문할 기회가 거의 없었던 터라 이번 방문이 상당히 신선하게 느껴졌다. 한옥으로 지어진 성당과 십자가 순례길은 내가 지금 믿고 있는 신앙의 본질이 무엇인지 다시금 나를 일깨워주었다. 지금 나는 예수님을 과연 누구라고 생각하고, 그를 따르는 것인가?
그런 점에서 영국의 신학자 레베카 맥클러플린(Rebecca Mclaughlin)이 집필한 '여인들의 눈으로 본 예수' 역시 내게 신앙의 본질이 무엇인지 일깨워 준 신선한 책이었다. 이 책에는 '주님을 사랑한 첫 여성 제자들 이야기'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데, 이러한 부제에 합당하게 이 책은 예수님의 탄생, 사역, 십자가, 부활 등의 성육신 사건을 주변 여인들이 어떻게 지켜보았는지 상세하게 기록했다.
당시 유대 문화의 기준으로 여인을 예수님의 성육신 사건의 주된 증인으로 삼는다는 것은 위험한 일이었다. 그것은 신뢰도와 연결되는 문제이며, 남성 중심적인 유대 문화의 기대치에 어긋나는 일이었다. 그렇지만 삼위일체 하나님은 예수님의 성육신 사건에 여성을 주된 증인으로 삼으시어 그들의 귀와 눈과 입을 통해 오늘까지 예수님의 성육신 복음이 전파되게 하셨다. 이게 바로 복음의 신비이자 동시에 신비의 복음이 아닐까?
"마리아와 엘리사벳과 선지자 안나는 매우 다른 삶을 살았다. 마리아는 어렸고 가난했고 보잘것없어 보였다. 엘리사벳은 삶의 대부분을 불임에 따라붙은 수치심과 슬픔을 안고 살았다. 안나는 젊어서 과부가 되었고 이제 늙었다. 그러나 이들은 모두 저마다 하나님이 부어 주신 예언을 했고, 그 예언의 도움을 받아 우리는 예수께서 누구인지 본다. 예수의 잉태, 유년기, 어린 시절에 대해 우리가 알고 있는 내용은 대부분 그분을 둘러싼 이 여인들의 목격 증언이 있어서 가능한 것이다. 오늘 우리가 이 여인들의 눈을 통해 예수를 진정으로 볼 수 있기를 바란다." (55쪽)
너무 어려도, 너무 가난해도, 너무 늙어도 그리고 여성이어도 예수님의 증인이 될 수 있다. 남녀노소 그리고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누구든지 성령님이 임하면 그는 예루살렘과 온 유대와 사마리아와 땅 끝까지 이르러 예수님의 증인이 된다. 오늘 하루 내가 있는 그곳이 성지가 되고, 내가 하는 모든 언행이 증언이 되고, 나의 모든 실존이 증인이 되길 원하고 바라고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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