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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작 스마트 소설 ㅣ 스마트소설 외국작가선 1
주수자 옮김 / 문학나무 / 2021년 6월
평점 :
'단순함은 궁극의 정교함이다'라는 말이 있다. 이는 단순한 게, 무엇인가 부족한 상태가 아니라 더 이상 사족을 더하지 않아도 되는 군더더기 없는 상태임을 의미한다. 문학나무에서 지난 6월에 출간된 '명작 스마트 소설'을 읽으며 '단순함은 궁극의 정교함이다'라는 말을 다시금 떠올렸다. 이 책에 실린 수많은 스마트 소설이 지극히 단순한 스토리에서 궁극의 정교함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단편소설을 그리 즐겨 읽지는 않았다. 그 이유는 세계명작이라고 일컬어지는 소설이 단편소설보다는 장편소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었다. 토마스 만의 '요셉과 그 형제들',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 톨스토이의 '부활', 도스토옙스키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과 같은 세계고전을 보면 얼마나 두꺼운지 모른다. 이처럼 두꺼운 벽돌책 정도는 되어야 세계고전의 반열에 오를 수 있나 생각이 들 지경이다.
또한 내가 단편소설을 즐겨 읽지 않았던 이유로는 단편소설 특유의 그 밀도 높은 문장을 내가 감당하기 쉽지 않아서였다. 모든 소설이 다 그렇지만 단편소설은 작가가 문장 하나하나에 더 공을 들여서 쓰기 마련이다. 저자가 한정된 지면에 더 깊이 있는 내용을 담고자 하다 보니 독자 입장에서는 단편소설을 읽는 게 종종 난해한 암호를 푸는 것 같다. 단편소설이라는 암호를 완벽히 해독하지 못했다는 미련이 내가 단편소설을 읽는 데 심리적 걸림돌이 되지 않았을까?
그러나 이번에 '명작 스마트 소설'을 읽으며, 이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단편소설을 읽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다. 프란츠 카프카, 나쓰메 소세키, 버지니아 울프, 오스카 와일드, 조지프 러디아드 키플링, 에드가 앨런 포우처럼 이전에 알고 있던 소설가의 단편소설과 로드 던세이니, 에이빈드 욘손, 사키, 셔우드 앤더슨처럼 이번에 처음 알게 된 소설가의 단편소설을 읽는 과정이 그리 힘들지 않았다. 왜 이번에는 이들의 단편소설을 읽는 게 그리 힘들지 않았을까? 그 이유는 내가 이번에 이들의 단편소설을 읽으며 내용을 완전히 이해하려고 하지 않고 그들의 전반적인 스타일을 파악하며 책을 읽었기 때문이다. 한정된 정보의 양으로 인해 독자가 단편소설을 완벽히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또한 저자 역시 독자가 자신의 단편소설을 완벽히 이해하길 바라며 소설을 쓰는 것은 아닐 것이다. 단편소설을 읽으며 이해와 해독이라는 키워드를 잠시 내려놓고, 구경과 관람이라는 키워드를 떠올리면 좋을 것 같다. '명작 스마트 소설'을 통해 잠시나마 위대한 소설가의 문학세계를 구경하고 관람할 수 있어 유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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