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키아벨리 - 원서 전면개정판 교유서가 첫단추 시리즈 43
퀜틴 스키너 지음, 임동현 옮김 / 교유서가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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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의 세계는 냉혹하다. 승자는 모든 것을 가지고, 패자는 모든 것을 잃는다. 지난주 있었던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오세훈 후보가 박영선 후보를 꺾고 이겼다. 결과가 발표되고 선거 직전까지 시끄러웠던 오 후보의 내곡동 의혹이 한주 사이에 쏙 들어갔다. 승리를 장담한 박 후보는 서울 시내에 '부족했습니다 감사합니다'란 현수막만 남기고 사라졌다. 앞으로 뉴스에서는 매일 오 서울시장에 관한 소식은 보도되겠지만, 박 후보의 소식은 찾아볼 수 없을 것이다. 선거의 결과는 냉혹하다. 그래서 모든 정치인이 선거철만 되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승리하려고 하나보다.

마키아벨리는 정치와 관련되어서 종종 언급되는 역사적 인물이다. 이는 그가 쓴 '군주론'이란 책 때문이다. 나 역시 마키아벨리가 '군주론'을 쓴 것은 잘 알고 있었지만, 정작 마키아벨리가 어떤 사람이고, '군주론'이 어떤 내용인지 그동안 알지 못했다. 그러다가 나는 최근에 교유서가에서 출판된 '마키아벨리'를 읽을 수 있었다. 이 책은 영국의 역사학자 퀜틴 스키너가 집필한 옥스퍼드 'Very Short Introduction' 시리즈에 속하는 책이다. 한국에서 이 책은 교유서가 '첫단추 시리즈'의 43번째 책으로 출간되었다. 퀜틴 스키너는 이 책을 총 4장으로 구성했고, 1장은 '외교관', 2장은 '군주의 조언자', 3장은 '자유의 이론가', 4장은 '피렌체의 역사가'란 이름을 각각 붙였다.

마키아벨리가 사실 외교관이었던 마키아벨리가 '군주론'이란 책을 쓴 이유는 단순하다. 그가 정권이 바뀌면서 감옥살이를 하고 나왔는데, 공직에서 아무런 자리를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일종의 실업자가 된 마키아벨리는 할 수 있는 게 책 읽기와 책 쓰기밖에 없었다. 이러한 마키아벨리의 인생은 참으로 단테와 유사한 부분이 많다. 단테는 마키아벨리처럼 피렌체 출신의 공무원이었으며, 단테 역시 피렌체에서 추방당하고 일종의 나그네 혹은 방랑객이 되었을 때 비로소 '신곡'을 집필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군주론'과 '신곡'이라는 서양 고전은 마키아벨리와 단테의 실직이 아니었으면 아마도 탄생하지 못하지 않았을까?

마키아벨리가 실직 상태에서 쓴 '군주론'은 과연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까? 퀜틴 스키너는 마키아벨리가 냉혹한 현실 인식을 기반으로 '군주론'을 집필했다고 말한다.

"자신이 만났던 통치자들과 정치가들에 대한 최종적인 판단을 기록으로 남길 무렵 마키아벨리는 그들 모두가 한 가지, 단순하지만 근본적인 교훈을 잘못 이해하고 있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들이 가지고 있던 공통적인 결점은 변화하는 상황에 직면했을 때 유연하게 대처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들 모두가 공통적으로 깨닫지 못했던 사실은 그들이 자신의 성격이라는 틀에 시대를 끼워 맞추려 노력하는 대신에 자신의 성격을 시대의 상황에 맞게 적응시켰더라면 훨씬 더 큰 성공을 거두었으리라는 점이다." (43쪽)

아마도 마키아벨리는 '군주론'에서 군주는 무조건 선하고 의로운 정책만을 펼쳐야 한다고 말하지 않는 것 같다. 그는 군주가 자신의 왕권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때때로 더러운 술수마저도 기꺼이 써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으면 군주는 그 왕권을 누군가에게 빼앗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마키아벨리가 생각한 것처럼, 자신의 성격에 시대를 끼워 맞추려 하기보다 시대의 상황에 자신의 성격을 적응 시키려고 하는 노력은 군주뿐만 아니라 우리에게도 필요하다. 거센 바람이 불어올 때 유연하지 못한 나무는 부서지지만, 유연하게 바람에 대응하는 풀들은 아무런 피해를 입지 않는다. 일단 이 책으로 마키아벨리에 대해 입문했으니, 앞으로 그의 '군주론'을 읽으며 그의 사상을 더욱더 깊이 알아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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