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의 수문장
권문현 지음 / 싱긋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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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여름에 가족이 함께 서울의 어느 호텔에서 호캉스를 보낸 적이 있었다. 그때 방에 에어컨 작동 문제 때문에 아이가 땀을 뻘뻘 흘리면서 고생한 적이 있었다. 아내가 그것 때문에 호텔 측에 컴플레인을 걸었는데, 호텔 측에서 죄송하다고 하면서 다음에 호텔에서 1박을 할 경우 무료로 룸 업그레이드를 해주겠다고 약속했다. 이 약속은 우리 가족이 다시 이 호텔을 방문하게 되는 일종의 '미끼'가 되었다. 지난가을에 우리는 이 호텔에서 다시 일박을 했고, 호텔 측의 룸 업그레이드 덕분에 쾌적한 환경에서 잘 쉴 수 있었다. 당시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좋은 객실을 이용할 수 있어 호텔 측에 감사했다.

아무래도 고급 호텔은 나와 같은 평범한 사람이 자주 방문할 수 있는 공간은 아니다. 더군다나 국내 최고의 호텔로 손꼽히는 웨스틴조선호텔과 콘래드 서울호텔은 여태껏 방문한 적이 한 번도 없다. '전설의 수문장'의 저자인 권문현 선생은 웨스틴조선호텔에서 36년간 근무하고 정년퇴직하여 현재 콘래드 서울호텔 지배인으로 8년째 근무 중이다. 평생직장이란 개념이 많이 사라진 이 시대에 권 선생의 성실한 직장 생활은 그 자체가 미담이 아닐 수 없다. '전설의 수문장'에는 권 선생이 처음 벨보이로서 직장 생활을 시작했을 때의 이야기와 현재 호텔 지배인으로서의 이야기가 모두 수록되어 있다.

호텔업은 한국사회에서 가장 대표적인 서비스 업종이다. 호텔에는 고객들로부터 나오는 다양한 요구 사항과 컴플레인이 항상 있기 마련이다. 때때로 고객들의 요구 사항이 정당할 때도 있지만, 밑도 끝도 없는 진상 고객도 호텔에 있기 마련이다. 권 선생 역시 지난 시간 동안 헤아릴 수 없는 많은 고객들을 호텔에서 상대했을 것이다. 그는 과연 호텔에서 진상 고객을 어떻게 상대했을까? 혹시 그만의 탁월한 노하우가 있지 않을까?

"44년 동안 정말 끝까지 소통이 되지 않았던 고객은 한두 명으로 기억한다. 그 외 수천여 명의 고객은 대부분 대화만으로도 엉킨 마음을 풀어주었다. 명함을 받고, 이야기를 듣고, 공감하고, 설명해드린 것이 전부인데 고객들의 마음이 스르르 풀어졌다. 그래서 나는 '진상 고객'이라는 단어보다 '애정 고객'이라는 단어를 더 좋아한다. 애정이 있어야만 지적도 한다. 애정 고객은 또 찾아올 고객이다." (57쪽)

저자는 호텔에서 '진상 고객'이라 불리는 고객을 '애정 고객'이라고 부른다. 이는 역발상이 아닐 수 없다. 호텔리어를 끔찍하게 괴롭히는 고객이 역으로 호텔에 너무나 애정이 있어서 진상을 피운다는 것이다. 생각해 보면 저자의 말이 맞다. 호텔이 마음에 안 들면, 굳이 진상을 피우지 않는다. 호텔이 마음에 들기 때문에, 앞으로 또 방문할 의사가 있기 때문에 그 고객은 호텔에 컴플레인을 심하게 걸 수 있다. 진상 고객을 애정 고객이라 부르며 고객을 따뜻하게 대하는데, 어느 고객이 그에게 마음을 열지 않을까? 이처럼 '전설의 수문장'은 호텔업에 관심이 많은 사람뿐만 아니라, 여타 서비스 업종에 속한 사람도 읽으면 좋은 내용이 참으로 많다. 언젠가 저자가 일하는 호텔을 방문해 그와 직접 인사를 나누고 책에 사인을 받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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