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알드 달 베스트 단편 세트 - 전3권 로알드 달 베스트 단편
로알드 달 지음, 정영목 외 옮김 / 교유서가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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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위 어금니 뒤쪽에 사랑니가 자라고 있다. 그 부위에 혓바닥을 대면 밥알이 낀 것처럼 이물감이 느껴진다. 사랑니는 곧게 자라고 있다. 전부터 오른쪽 아래 어금니 뒤쪽에도 사랑니가 곧게 자라고 있었다. 곧게 자라는 사랑니는 고통스럽지 않다. 썩지 않는다면 굳이 발치할 필요도 없다. 사랑니는 불편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로알드 달의 단편소설을 읽는 건, 마치 어금니 뒤쪽에 있는 사랑니를 혀로 핥는 느낌이었다. 그의 단편소설 하나하나는 독자에게 작은 불편함을 선사한다. 이 불편함이 치명적이지는 않다. 이 불편함은 쓴웃음을 자아낸다. 어금니 뒤쪽에서 무시로 자라는 사랑니처럼, 그의 단편소설은 독자의 마음속에서 서서히 자라난다. 책을 덮어도 그의 소설이 생각난다. 화장실을 가더라도 주인공의 우스꽝스러운 행동이 불연듯 떠오른다. 소설을 읽는 건 끝이 났으되, 탐구는 쉬이 끝나지 않는다.

새해를 맞아 교유서가에서 로알드 달의 단편소설을 세 권으로 묶어서 '로알드 달 베스트 단편 세트'를 출판했다. 1권은 '맛', 2권은 '클로드의 개', 3권은 '헨리 슈거'라는 제목이 각각 붙어있다. 이 세트를 다 읽지는 못하고, 나는 그저 1권만 맛보았다. '맛'에는 총 8편의 단편소설이 수록되었다. 8편의 단편소설은 배경과 주인공이 제각각 상이하다. 배경과 주인공은 다르지만, 단편소설에 반복되는 패턴이 있다. 소설의 초반부에는 주인공이 속임수를 써서 이익을 얻는다. 후반부에는 주인공의 속임수가 드러나거나 혹은 전혀 예상치 못한 내용이 전개되어 주인공이 큰 낭패를 겪는다. 그 어느 단편소설도 지루함이 없다. 매번 다음 단편소설을 기대하게 만든다.

책을 다 읽으면, 'The Roald Dahl Caritable Trust'라는 단체의 소개 글을 볼 수 있다. 이 소개 글에는 로알드 달이 어떤 사람인지 잘 묘사되어 있다.

"이야기는 당신에게 유익합니다. 로알드 달은 스파이였고 뛰어난 전투기 조종사였으며 그는 '찰리와 초콜릿 공장', '마틸다', '내 친구 꼬마 거인' 같은 훌륭한 이야기들을 숱하게 짓기도 한 세계 최고의 이야기꾼입니다. 그는 "만약 당신이 좋은 생각을 품고 있다면 그것은 햇살처럼 당신의 얼굴에서 빛날 것이고 당신은 언제나 사랑스러워 보일 것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우리는 좋은 일을 하는 것의 소중함을 믿습니다."

로알드 달의 단편소설을 읽기 전에, 그를 세계 최고의 이야기꾼이라고 말하는 걸 들었다면 과장이 심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이번에 그의 단편소설을 직접 읽으니 이건 전혀 과장이 아니었다. 로알드 달은 타고난 이야기꾼이었다. 인간의 욕심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면서도 동시에 무심하게 말하는 로알드 달의 글 솜씨에 빠져드는 건 유쾌한 일이다. 어금니 뒤쪽의 사랑니가 나와 평생 함께할 운명이라면, 로알드 달의 단편소설과도 평생 함께하고 싶다. 불편한 존재감이 선사하는 생의 의미가 결코 작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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