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는 어떻게 살아남았나 - 영국 보수당 300년, 몰락과 재기의 역사
강원택 지음 / 21세기북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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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15일 총선 이후, 대한민국의 지리멸렬한 보수의 모습을 보며, 보수의 앞날에 대해 걱정하는 사람이 많다. 이러한 보수의 몰락을 두고 여러 의견이 분분한데, 최근에 서울대 정치외교학과 강원택 교수의 '보수는 어떻게 살아남았나'라는 책만큼 보수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해서 잘 소개하는 책은 없는 것 같다. 이 책은 기본적으로 영국의 보수당 300년의 역사를 간략하게 소개하는 책이다 보니 한국 정치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이 없다. 그리고 원래 이 책은 2008년에 동일 저자에 의해서 출판된 '보수정치는 어떻게 살아남았나'라는 책의 개정증보판이기에, 한국의 보수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하는 목적이 처음부터 없던 책이라 할 수 있다. 다만 시기적으로 이 책이 처음 출판된 2008년은 이명박 정권이 새롭게 출범해 비교적 보수정권이 잘 나갔던 시기지만, 지금은 대한민국의 보수가 철저히 몰락하였기에 그 어느 때보다 이 책의 내용이 피부에 더 와닿을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은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포함해 전체 20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아무래도 영국 보수당 300년의 역사를 서술하며, 그 안에 일어난 수많은 사건과 인물을 소개하기에 이 책은 500쪽 가까이 될 정도로 두껍다. 나도 처음에는 이 책의 두께만 보고, 언제 이 책을 다 읽나 걱정부터 앞섰다. 그러나 막상 이 책을 읽어보니 영국의 정치와 한국의 정치와 비슷한 점과 다른 점을 찾을 수 있어서 생각보다 흥미롭게 이 책을 완독했다. 여기서 영국 정치와 한국 정치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일일이 언급할 수는 없지만, 정치라는 것이 한 나라의 국민성과 풍토를 반영한 아주 고유한 영역임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이 세상에 200개의 나라가 있다면, 아마도 200개의 비슷하면서도 다른 정치제도가 있지 않을까? 저자는 이 책의 에필로그에서 영국 보수당이 영국 사회에서 가지는 그 위상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영국 보수당의 역사는 흥미로운 수수께끼다. 과거를 지켜내는 것을 존재의 목적으로 하는 정당이 거의 300년 동안 성공적으로 존속해오고 있기 때문이다. 보수당의 역사가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그 긴 시간 동안 단지 정치적 생명을 유지해오고 있다는 점 때문만은 아니다. 보수당은 예나 지금이나 여전히 정치적으로 커다란 영향력을 갖는 정치 세력으로 남아 있다. 그 오랜 시간 동안 보수당은 권력을 장악하고 있었거나, 혹은 제1야당으로서 집권당에 대한 가장 확실한 대안 세력으로 남아 있었다. 그 긴 세월 동안 보수당은 제3당의 지위로 떨어진 적이 없었다." (455쪽)

나는 이 책을 읽으며 과거의 윈스턴 처칠, 마거릿 대처, 그리고 최근에 테레사 메이와 보리스 존슨 모두 보수당 출신의 영국 수상이라는 사실을 배우게 되었다. 흔히 우리가 기억하는 영국의 정치인, 영국의 왕실 문화 그리고 대영제국의 역사는 모두 영국의 보수당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영국의 보수당은 역사적으로 잘 나갈 때도 있었고, 위기의 순간을 맞이할 때도 있었다. 그러나 거시적으로 봤을 때 영국의 보수당은 수많은 적들과 어려움을 뚫고 지금까지 살아남아 영국 정치의 끝판왕이 되고 말았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의 보수는 영국의 보수당이 걸어간 승리의 길을 비슷하게라도 걸을 수 있을까? 이 질문에 아직은 긍정적으로 답변하기 어렵지만, 이 책을 읽으며 그들이 새롭게 배울 수 있는 부분을 포착한다면 지금과는 다른 새로운 미래가 펼쳐질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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