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의 전장에서 - 최초의 항생제, 설파제는 어떻게 만들어져 인류를 구했나
토머스 헤이거 지음, 노승영 옮김 / 동아시아 / 2020년 5월
평점 :
절판


코로나19의 백신과 치료제가 없어서 전 세계가 고통을 당하는 이때에, 토머스 헤이거의 '감염의 전장에서'는 인류 역사에서 백신과 치료제의 기원이 얼마 되지 않았음을 이야기하고 있다. 우리는 코로나19라는 질병의 백신과 치료제가 지금은 없지만, 언젠가는 의학계와 과학계가 모든 기술을 동원해 백신과 치료제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그러나 불과 100여 년 전에는 질병에 치료제가 없는 경우가 허다했다. 그래서 그 당시에 인간이 질병에 걸리면 자가 면역력을 강화시켜 질병과 맞서 싸워 스스로 이겨야했기에, 지금과 같이 암에 걸렸다고 해서 항암제를 투여하는 식의 치료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과거에는 전염병에 수많은 사람이 속수무책으로 죽는 경우가 허다했다.

최초의 항생제인 설파제의 역사에 대해서 탐구하는 '감염의 전장에서'는 그 제목에서 중의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 지금도 그렇지만 과거의 병원에서 질병을 치료하는 것은 흡사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피와 오물이 난자한 병원에서 생과 사의 갈림길에 서있는 환자를 치료하는 상황은 치열한 전쟁이 펼쳐지는 전장과 다를 바 없었다. 그런데 또한 전쟁터야말로 감염과 질병에 가장 취약한 곳이었다. 전쟁에서 실제 맞서 싸워 죽는 경우보다 감염병에 걸려 죽는 경우가 더 많았기 때문이다. 눈에 보이는 적군이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세균과의 전투는 전장에서 더 치열하게 펼쳐졌다. 그리고 대다수의 전투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세균과의 전투는 세균의 승리로 전투가 끝났다. '감염의 전장에서'라는 책의 제목에서 우리는 세균과의 전투에서 치열하게 싸운 병원 수술실과 전쟁의 참혹한 현장을 동시에 떠올릴 수 있다.

미국의 토머스 헤이거는 과학과 의학 분야의 베테랑 저술가로 '감염의 전장에서' 항생제와 관련된 방대한 의학사를 서술했다. 저자는 독일에서 시작해, 영국을 거쳐, 프랑스를 지나, 미국으로 갔다가 다시 독일을 배경으로 하는 방대한 의학사를 서술하며 방대한 의학 서적과 논문을 읽어 내려갔을 것이다. 때때로 지나치게 전문적인 내용이 서술되어 지루할 때도 있지만, 저자가 이 책을 쓰기 위해 보여준 열정만큼은 결코 가볍게 볼 건 아닌 것 같다. 저자는 항생제와 관련된 의학사를 마무리하며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첫 기적의 약물 설파제가 우리에게 가르쳐준 교훈이 있다면 그것은 과학에는 사실 '기적' 같은 건 없다는 사실이다. 대단한 약물이 발견될 때마다- 또한 현대의 기술적 진보가 일어날 때마다- 이 책 첫머리의 제사에서 언급한 고르고의 피처럼 두 가지 상반된 결과가 다른다. 하나는 긍정적이고 치유적이고 이로우며, 다른 하나는 부정적이고 종종 의도와 다르고 이따금 치명적이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이 사실을 알았다. 우리도 명심해야 한다." (444쪽)

만약 코로나19의 백신과 치료제가 개발되었는데, 그 백신과 치료제의 부작용이 너무나 심각하다면 우리는 그 백신과 치료제를 사용해야 할까? 그리고 코로나19의 치료제가 처음에는 코로나19를 치료하는 데 효과를 보였는데, 그 치료제에 내성이 생겨서 더 이상 치료 효과를 보이지 않는다면, 이 사회에는 어떤 일이 발생하게 될까? '감염의 전장에서'는 우리에게 분명하게 말한다. 아무런 부작용 없는 완전무결한 만병통치약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이다. 코로나19 역시 결코 예외가 될 수 없을 것 같아 앞으로 코로나19와 관련된 백신과 치료제를 사용하는 것은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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