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프카와 함께 빵을 에프 그래픽 컬렉션
톰 골드 지음, 전하림 옮김 / F(에프)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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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코틀랜드 출신의 카투니스트 톰 골드가 그린 '카프카와 함께 빵을'은 상당히 독특한 카툰이다. 일단 여기에 실린 카툰들은 주로 세계 문학의 내용을 패러디해서 그린 카툰이 대부분인데, 연속되는 스토리나 주인공이 보이지 않는다. 스토리라인이 없기에, 모든 카툰이 내용이 다 제각각이며 등장인물도 카툰마다 다르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스토리도 다르고 등장인물도 다른 이 카툰들이 미묘하게 세계 문학이라는 주제로 연결되어 있다. 나는 카투니스트로서 톰 골드의 천재성이 드러나는 부분이 바로 이 부분이라 생각한다. 서로 아무것도 연결되어 있지 않은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서로가 서로에게 긴밀히 연결되어 있기에 '카프카와 함께 빵을'은 일반적인 만화에서는 전혀 느껴본 적 없는 새로운 경험을 독자에게 선사한다.

그러나 만화로 된 이 책이 읽기는 쉬워도 이해하기는 조금 어렵다. 이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첫 번째 이유는 이 책이 세계 문학과 관련된 패러디를 시도하는데, 그러한 패러디가 세계 문학에 대한 상식이 없는 독자에게는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두 번째 이유는 영국식 유머에 한국인이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저자는 당연히 스코틀랜드 출신으로 영국인이다. 그런데 카툰의 특석상 유머가 당연히 들어가야 하는데, 그가 이 책을 집필할 때 장차 한국에 번역될 것을 고려해 한국식 유머를 사용했을 가능성은 전무하다. 따라서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영국식 유머로 가득한데, 이 영국식 유머가 한글로 번역되어도 한국인 입장에서는 정확하게 무엇이 웃긴지 잘 모르겠다. 확신하건대 이 책을 보면서 박장대소하는 한국인이 있다면 그 사람은 세계 문학과 관련된 상식이 깊거나, 영국식 유머의 웃음 포인트를 잘 아는 사람일 것이다.

그런데 세계 문학과 영국식 유머를 잘 모르더라도 독자는 이 책에서 여러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다. 나는 이 책에서 회고록 내용을 다음과 같이 분석한 게 인상적이었다.

'회고록 내용의 총 분석'

-입증할 수 있는 진실

-가능하지만 있음직하지 않음

-부정확한 기억에 근거한 세부사항

-미심쩍은 기억

-논란의 소지가 있는 사실

-근거 없는 신화 창조

-장밋빛 향수

-원한을 갚을 목적의 헐뜯기

-헛소리

-예술가적 상상

아마도 최근에 미국에서 큰 파문을 일으켰던 볼턴의 회고록이 톰 골드의 회고록 내용 분석에 가장 부합하는 책이 아닐까? 볼턴의 회고록에 분명 어느 정도의 진실이 담겨 있겠지만, 사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을 헐뜯기 위해서 책을 썼기 때문에, 그와 관련된 내용을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독자는 알기 어렵다. 엄밀히 말해서 회고록은 소설에 가까운 문학작품이다. 저자는 관련 내용을 일일이 증명할 필요도 없고, 증명할 수도 없기에, 회고록은 소설이 되기 싶다.

나는 '카프카와 함께 빵을'을 읽으며 정통 한국인으로서 박장대소하며 읽지는 못했지만, 책과 문학에 관한 새로운 통찰을 얻은 것 같아 유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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