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스퍼드대학교의 과학과 종교 ‘안드레아스 이드레오스’ 석좌교수인 알리스터 맥그래스(Alister E. McGrath)는 현재 영국신학을 대표하는 석학이다. 현재 알리스터 맥그래스의 명성과 실력에 견줄 수 있는 영국신학자는 세인트앤드류스 대학교 교수로 있는 톰 라이트(Tom Wright)밖에 없는 듯하다. 알리스터 맥그래스의 책은 국내에도 많이 번역되었는데, 지난 5월에 두란노서원을 통해서 ‘포스트모던 시대, 어떻게 예수를 들려줄 것인가’라는 책이 출판되었다. 이 책은 이야기의 힘을 활용한 내러티브 변증에 대해 강조하는데, 영어 원제는 간단하게 'Narrative Apologetics'로 되어 있다.
알리스터 맥그래스는 이 책에서 지성과 합리성에 근거한 변증이 아니라, 이야기를 통한 인간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변증에 대해 논한다. 알리스터 맥그래스는 상상력을 자극하는 내러티브 변증이 지성과 합리성에 근거한 변증보다 사람의 마음에 깊은 감동과 인상을 준다고 믿는다. 왜냐하면, 역사상 최고의 기독교 변증가라고 일컬어지는 영국의 C. S. 루이스야말로, 여러 문학작품을 통해 사람의 마음에 있는 상상력을 자극해 기독교의 진리를 변증했기 때문이다. 물론 알리스터 맥그래스와 C. S. 루이스가 내러티브 변증을 중요하게 생각했다고 해서, 그들이 지성과 합리성의 가치를 무시하는 반지성적 그리스도인이란 뜻은 아니다. 오히려 알리스터 맥그래스와 C. S. 루이스는 기독교 역사에서 가장 탁월한 기독지성이라 평가할 수 있는데, 그들은 역설적으로 너무나 지성적이기에 그 지성의 한계를 잘 알았던 것 같다. 상상력은 반지성적이라기보다는 초지성적이며, 탄탄한 지성의 토대 위에 상상력의 건물이 건축된다.
‘포스트모던 시대, 어떻게 예수를 들려줄 것인가’는 총 7장으로 나누어져 있고, 각 장은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내러티브 변증이 포스트모던 시대에 가장 적합한 변증임을 강조한다. 알리스터 맥그래스는 이 책에서 변증이야말로, 상대를 설득하는 종합예술이고, 변증가야말로 여러 재능이 필요한 종합예술가임을 강조한다.
“기독교를 변증하는 사람은 이렇게 기독교 이야기와 청중을 연결시키는 과제를 맡아서 우리 자신이 누구며 어떤 존재가 되어야 하는지 발견하도록 도울 힘이 복음 안에 있음을 보여 주려 한다. 이 지점에서 변증은 과학이 아니라 예술이 된다. 다른 사람들이 기독교의 이야기가 자신의 개인적 이야기와 연결되고 결국 자신의 이야기를 변화시킨다는 것을 볼 수 있게 도우려면 공감력과 상상력 같은 여러 재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169쪽)
알리스터 맥그래스는 이 책에서 C. S. 루이스와 톨킨에 관해서 많이 이야기한다. C. S. 루이스는 ‘나니아 연대기’를 쓴 것으로 유명하고, 톨킨은 ‘반지의 제왕’을 쓴 것으로 유명하다. 그런데 루이스가 젊은 시절에 무신론자였을 때 기독교로 회심하는데, 가장 영향을 준 사람이 바로 톨킨이었고, 그 톨킨은 내러티브 변증에 상당히 능한 사람이었다. 알리스터 맥그래스는 이 두 사람의 신앙과 생애를 통해 내러티브 변증이 가진 힘을 확신할 수 있었다.
변증은 특정 목회자나 신학자의 영역이 아닌, 모든 그리스도인의 의무이자 책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리스도인에게 변증은 단지 무겁고 재미없는 의무가 아닌, 가장 달콤하면서도 가장 감미로운 사명이다. 내러티브를 통해서 본인이 먼저 복음의 참맛을 느끼고 이를 타인에게 전하는 것은 일류 셰프가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친구에게 그 음식을 나누는 것과 비슷하다. 단지 머리를 아프게 하는 변증이 아닌 가슴을 울리는 변증의 세계를 알고 싶은 사람에게 이 책의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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