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간 혼자 일하게 된다 - 프리랜서, 1인기업가, 혼자 일하는 사람들의 시대
최하나 지음 / 더블:엔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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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종 사람들에게 나의 직업을 소개해야 할 때가 있다. 그럴 때 나는 '프리랜서 기자'라고 자기소개를 한다. 사실 '프리랜서 기자'는 내가 하는 여러 업무 중에 극히 일부분이다. '프리랜서 기자'라고 하기에는 내가 주 중에 하는 일이 참으로 다양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프리랜서 기자'라고 자기소개하는 이유는, 나 스스로 시간 활용이 자유로운 '프리랜서'임을 스스로에게 선언하기 위함이다. 나는 누구에게 지시하는 것도 싫고, 누구에게 지시받는 것도 싫다. 그저 상호 평등한 관계 속에서 업무를 진행하길 원한다. 따지고 보면 어릴 적부터 나는 대기업 사원이나 공무원이 되는 것을 극혐했다. 생각만 해도 너무 답답해 보였다. 결과적으로 프리랜서 기자가 된 나의 모습을 보니 조촐하게나마 어릴 적 꿈을 이룬 것 같다.

최근에 최하나 작가의 신작인 '언젠간 혼자 일하게 된다'를 읽으며 적잖게 책의 내용에 공감이 갔다. 최 작가는 프리랜서를 선언한지 5년 차에 접어든 기자이자 작가이며, 불규칙한 수입으로 어려움을 겪을 때도 있지만 프리랜서를 선택한 자신만의 길을 올곧게 걸어가려 노력 중인 인물이었다. 이 책은 총 3부로 나누어졌는데, 1부는 '언젠간 혼자 일하게 된다', 2부는 '프리랜서의 월요병', 3부는 '프리랜서에게도 스승은 필요하다'라는 제목이 각각 붙어있다. 이 책은 사실 체계적인 프리랜서 입문 가이드북은 아니고 작가가 프리랜서 생활을 하면서 느낀 여러 단상을 에세이라 할 수 있다. 프리랜서가 아니면 쓸 수 없는 솔직한 생활밀찰형 에세이가 내가 느끼는 여러 고민과 비슷한 부분이 있어서 상당히 인상 깊었다. 이 책의 내용과 내가 짧게나마 경험한 프리랜서의 삶을 종합하여 혹시라도 프리랜서를 희망하는 사람들을 위해 세 가지 조언을 한번 생각해봤다.

첫 번째 조언 1. 고정지출은 최대한 줄이고, 고정수입은 반드시 확보하라!

이 책에서 저자는 집필을 위한 작업실을 마련하려다가 결국에는 임대료가 부담스러워서 작업실을 마련하지 않고 집에서 작업을 하기로 결정했다. 프리랜서로서 확고하게 자리가 잡히지 않은 상황에서 섣부르게 작업실과 같은 고정지출비용을 늘리게 되면, 이는 프리랜서로서의 생명력을 스스로 단축시키는 결과를 야기할 수 있다. 작업실에 대한 로망과 환상이 있다 하더라도 그것은 프리랜서로서 어느 정도의 고정수입이 확보되었을 때나 가능하다. 프리랜서 초창기에는 자신의 수입과 지출에 대한 냉철한 계산을 바탕으로 고정지출을 최대한 줄여서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 현재 나는 신용카드는 후불 교통카드를 제외하고는 일체 쓰지 않는다. 대부분의 결제는 지역화폐 카드로 하고, 지역화폐가 안될 때는 체크카드로 결제한다. 수입이 적을 때는 지출을 어떻게든 줄여야 생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프리랜서는 강한 사람이 오래 남는 게 아니라, 오래 남는 게 강한 사람이다. 그렇기에 최소한의 생활비가 보장되는 고정수입을 프리랜서를 선언하기 직전에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 프리랜서 직종과 상관없는 일이라 할지라도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 않고 안정적으로 수입을 기대할 수 있는 파트타임잡이 있다면 그것을 붙잡아야 한다. 프리랜서를 하겠다고 당당하게 선언했지만 고정지출을 줄이지 않고 고정 수입을 붙잡지 않았다면 그 선언은 공허하다. 국가나 기업이나 프리랜서나 적자에는 당해낼 재간이 없다.

두 번째 조언 2. 일을 몰아서 하려고 하지 말고 소분해서 일을 하고 정해놓은 데드라인에 목숨을 걸어라!

어떤 사람은 프리랜서로 하는 일을 며칠에 몰아서 하고, 나머지 날은 일 안 하고 푹 쉬는 것을 선호할 수 있다. 그러나 나는 며칠에 몰아서 할 일을 매일 할 수 있도록 잘게 나누어서 일하는 것을 선호한다. 프리랜서는 백수가 아니다. 그냥 노는 사람이 아니다. 날마다 수행해야 할 업무와 과제가 있어야 프리랜서다. 아무리 어려운 프로젝트라 하더라도 그 프로젝트를 적절하게 소분해서 미리미리 준비하면 프로젝트에 대한 피로감과 부담감을 줄일 수 있다. 그리고 프리랜서 업무 중에는 데드라인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업무가 있고, 데드라인을 그리 중요하지 않게 생각하는 업무가 있다. 그런데 사람은 서면 앉고 싶고, 앉으면 눕고 싶은 존재라서 데드라인이 없는 업무는 계속 일을 미루고 싶은 욕구가 생기기 마련이다. 일의 완성도를 위해서 일을 소분해서 매일 처리하는 것과 일을 하기 싫어서 오늘 할 일을 계속 미루는 것은 전혀 다른 행동이다. 데드라인이 없는 업무라면 스스로 데드라인을 정해서 그 업무를 확실하게 종결하는 것이 새로운 업무를 맞는 기본자세이다. 업무를 질질 끌고 데드라인을 맞추지 못하는 프리랜서에게 남는 건 후회와 아쉬움 뿐이다.

세 번째 조언 3. 프리랜서로서 생존도 중요하지만 성장도 중요하다. 지속 가능한 프리랜서를 위해 공부를 게을리하지 마라!

회사는 직급이 있어서 개인의 역량에 따라 승진을 하게 된다. 그러나 프리랜서는 승진이 없다. 스스로 프리랜서의 직함을 바꾸고 '셀프 승진'을 할 수 있겠지만, 프리랜서는 애당초 승진이라는 개념이 없기 때문에 프리랜서로 살아가면서 스스로 나아지고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기가 상당히 어렵다. 프리랜서로서 돈을 많이 벌면 성장한 것인가? 일감이 끊이지 않고 바쁘게 살면 성장한 것인가? 프리랜서는 어떠한 기준으로 스스로의 성장을 측정하고 평가할 수 있을까? 이것은 정답이 없고, 프리랜서 스스로 자신의 성장을 위해 고민하면서 절차탁마해야 할 부분이다. 프리랜서는 직장동료도 선후배도 없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모든 사람이 다 잠재적 경쟁자일 수 있다. 치열한 경쟁 사회 속에서 자신의 사명과 소명을 위해 프리랜서를 선택했다면 그에 걸맞은 실력을 반드시 겸비해야 한다. 전문가는 자신이 별로 내키지 않을 때에도 탁월한 실력을 발휘하는 사람이라고 한다. 그러한 전문가가 되기 위해 프리랜서는 불철주야 개인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 더 고민해야 한다.

프리랜서는 낭만적인 직업이 아니고, 지극히 현실적인 직업이며, 프리랜서를 선언하는 사람은 많지만, 프리랜서로서 확고하게 사람들에게 기억되는 사람은 매우 적다. 그렇지만 자신만의 사명을 위해 프리랜서의 길을 고민하는 사람이 있다면 프리랜서의 길을 추천한다. 언젠간 혼자서 일해야 하는 시대가 오기 때문이다. 프리랜서나 1인 기업가를 꿈꾸는 사람에게 이 책의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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