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스의 기준 - 비밀 규약에서 벗어나 최초로 밝히는 애플의 아이디어 창조론
켄 코시엔다 지음, 박세연 옮김 / 청림출판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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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종종 책을 읽다 보면, 내가 기대했던 내용과 조금 다른 내용을 만날 때가 있다. 특히 국내 저자가 아닌 번역서를 읽을 때 그런 경우를 많이 접하는 것 같다. 왜냐하면 책의 영어 원제에서 많이 벗어나 한국의 실정에 맞게 책 제목이 번역되면 한글 책 제목과 책의 원래 내용이 따로 노는 듯한 느낌을 받기 마련이다.

이번에 청림출판에서 출간된 '잡스의 기준'이야말로 이러한 느낌의 대표적인 경우가 아닌가 싶다. 사실 나는 이 책에서 애플의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가 어떻게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만들었는지, 그리고 그만의 창조적 원칙은 무엇인지 알고 싶어 이 책을 읽었다. 그런데 사실 이 책은 스티브 잡스보다는 애플의 프로그래머였던, 켄 코시엔다의 개인적인 이야기가 훨씬 더 많이 등장한다. 그리고 더 실망스러운 건, 켄 코시엔다는 스티브 잡스와 개인적인 친분도 거의 없었고, 부하직원으로서 스티브 잡스 앞에서 자신이 만든 프로그램 데모를 보여준 게 거의 전부였다. 솔직히 말해서 스티브 잡스가 켄 코시엔다라는 저자에 대해 얼마만큼의 기억을 가지고 있었는지 잘 모르겠다.

내가 이 책에 대해 기대했던 것과 실제 책의 내용이 불일치한 것에 결정적인 기여를 한 것은 '잡스의 기준'이라는 한글 제목이 아니었을까?. 실제 이 책의 영어 원제는 'Creative Selection'으로 '창조적 선택' 정도로 번역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켄 코시엔다는 이 책에서 잡스에 대해서 할 말도 많지 않았고, 잡스와 개인적으로 친밀하지 않았다. 저자는 그저 자신이 애플에서 어떤 프로그램을 개발했는지 그 개발과정에 어떠한 '창조적 선택'이 있었는지 이 책에서 말하고 싶었을 뿐이다. 그러나 이 책이 '잡스의 기준'이란 한글 제목으로 번역됨에 따라 독자 입장에서는 왜 잡스 이야기가 별로 나오지 않는 것이지 의구심이 들기 마련이다. 저자의 원래 집필 의도와 상관없이 말이다.

그렇지만 이 책에 잡스에 관한 내용이 아예 없지는 않다. 책의 초반부에 잡스의 까탈스러운 성격에 대해 언급하며 그가 어떠한 목표를 지향하면서 살았는지 저자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스티브의 생각과 기분은 예측하기 힘들지만, 제품에 대한 열정만은 대단히 일관적이었다. 그는 위대한 애플 제품을 원했고, 데 모 회의를 통해 개발 과정에 직접 참여함으로써 전체적인 방향을 잡아나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나는 그런 스티브 앞에서 데모를 시연하기 위해 그렇게 기다리고 있었다. 스티브는 내 최근 성과를 확인하고, 피드백과 제안을 통해 결과물이 이상에 보다 가까워지도록 밀어붙이고자 했다." (19쪽)

스티브 잡스가 죽은 지 벌써 10년이 다 되어가지만, 우리는 여전히 그의 영향력 아래 살아가고 있다. 스티브 잡스에 관해 더 알고 싶은 게 많은 나로서는 이 책 한 권으로 그에 대한 연구를 만족할 수 없고, 다른 스티브 잡스와 관련된 책을 더 찾아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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