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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뉴스의 고고학 - 로마 시대부터 소셜미디어 시대까지, 허위정보는 어떻게 여론을 흔들었나
최은창 지음 / 동아시아 / 2020년 2월
평점 :
최은창 작가의 '가짜뉴스의 고고학'은 가짜뉴스와 관련된 가장 최신의 담론을 포함하면서도 인류와 늘 함께한 가짜뉴스의 역사를 심도 있게 다루고 있다. 사실 가짜뉴스(fake news)라는 말 자체는 최근에 생겨났지만, 루머, 낭설, 스캔들과 같은 가짜 뉴스와 비슷한 의미의 단어는 인류 역사에 줄곧 함께했다. 이 책은 총 9장으로 되어 있으며 인류역사에서 가짜뉴스를 누가 생산하고 누가 악용하는지 분석한다. 가짜뉴스는 진실을 가로막는 필요악이지만 앞으로도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진실보다 가짜를 사랑하는 사람이 있고, 가짜뉴스를 통해 정치적 이득을 보는 사람들이 있는 한 말이다.
그러나 나는 저자가 이 책을 쓰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는 과정이 그리 즐겁지만은 않았다. 아마도 그 이유는 저자가 이 책에서 쓰지 않아도 될 내용을 많이 언급하고, 정작 써야 할 내용은 별로 쓰지 않았다고 내가 책을 읽으면서 느꼈기 때문이다. 먼저 저자는 이 책에서 미국에서의 가짜뉴스 사례를 상당히 많이 언급한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서는 대통령으로서의 자격이 의심이 될 정도로 여러 매체를 인용하며 비판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의도적으로 가짜뉴스를 퍼트리고, 거짓말을 한 것은 2016년 선거기간 내내 익히 알려진 사실이었다.
그러나 나는 2017년에 민주당 대선캠프에서 드루킹을 시켜 '킹크랩'을 돌려 댓글을 조작한 것은 이와 비교도 안될 정도의 선거부정이며 선거개입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현재 경남지사인 김경수 지사가 이에 깊이 관여되어 있고, 김정숙 여사가 '경인선'을 언급하며 드루킹의 존재를 익히 알았다는 의심까지 더한다면 이 사건은 트럼프의 가짜뉴스를 이미 초월한 사건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책에서 저자는 드루킹을 통한 댓글 조작과 가짜 여론몰이에 대해서는 거의 침묵에 가까울 정도로 언급을 자제한다. 한국인으로서 트럼프의 가짜뉴스가 더 심각한 문제일까? 아니면 민주당 대선캠프의 드루킹이 더 심각한 문제일까? 이 책에서 드루킹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책을 통틀어 이 한 문단밖에 없다.
"19대 대선 때는 '킹크랩'이라는 매크로 프로그램이 포털 사이트 뉴스에 달린 2만여 개의 댓글에 공감 비공감 클릭수를 높이는 식으로 조작했다. 그러나 대선 무렵 댓글 추천수는 30~40회에 불과해 효과적 여론 조작은 불가능했다는 지적도 있다." (302쪽)
나는 저자에게 묻고 싶다. 드루킹의 '킹크랩'이 이 몇 문장으로 아주 간단하게 언급하고 지나갈 정도로 하찮은 사건인지 말이다. 왜 저자는 '킹크랩'에 대해 언급하며, 문재인 대통령, 김경수 지사, 드루킹이란 이름은 아예 언급조차 하지 않는가? 이 사람들과 트럼프가 무엇이 다른가? 저자는 왜 드루킹에 대한 언급 이전의 국정원 댓글 조작 사건에 대해서는 이미 지나간 일에도 불구하고 '킹크랩' 보다 더 많은 지면을 할애해서 소개하고 있는가?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저자의 학문적 성실성은 인정하지만, 이런 식으로 '킹크랩'에 면죄부를 주는 것에 대해서는 인정할 수 없다.
'킹크랩' 문제는 결코 이렇게 단순하게 넘길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이 문제의 진상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범죄자들을 엄정하게 처벌하지 않는다면, 20대 총선에서도 이와 비슷한 제2의 '킹크랩', 제3의 '킹크랩'이 반드시 등장할 것이기 때문이다. 저자가 한국 정치를 아끼는 마음으로 조금 더 이 사안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를 펼치지 못한 것에 대해 안타까움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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