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인에게 왜 인문학이 필요한가?
김형석 지음 / 두란노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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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흔히 '메신저가 메시지이다'라는 말이 설교자들 사이에서는 많이 회자된다. 이는 똑같은 메시지라도 어떤 메신저가 그 메시지를 전하는 냐에 따라 사람들의 반응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나는 이번에 두란노에서 출간된 '그리스도인에게 왜 인문학이 필요한가?'를 읽으며 '메신저가 메시지이다'라는 말이 참으로 진실에 부합한다고 생각했다. 1920년에 태어난 김형석 교수가 2020년에 출간한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100년의 세월을 견딘 진리의 견고함을 느낄 수 있었다. 김형석 교수가 지난 100년 동안 줄곧 구도자의 삶을 살아왔다면, 그것은 그 스스로의 힘이 아니라 그가 진리에 기대어 살아갔기 때문이다.

김형석 교수의 '그리스도인에게 왜 인문학이 필요한가?'는 작년에 IVP에서 출간된 김용규 박사의 '그리스도인은 왜 인문학을 공부해야 하는가?'와 제목이 상당히 비슷하다. 실제로 두 책은 여러모로 비슷하다. 첫 번째로 두 책의 저자 모두 철학을 전공한 그리스도인이다. 두 번째로 두 책의 저자 모두 기독교인의 지성이야말로 신앙의 걸림돌이 아니라 디딤돌이 된다고 말한다. 그러나 실제로 두 책을 읽어보면 약간 느낌이 다르다. 김용규 박사의 책은 세계사와 철학사를 관통하는 저자의 지성이 돋보이는 책이라면, 김형석 교수의 책은 진리의 심연에 거하는 저자의 영성이 돋보이는 책이기 때문이다. 정리하자면 김용규 박사는 저자의 탁월한 지성을 통해 그리스도인이 왜 인문학을 공부해야 하는지 논증하고, 김형석 교수는 저자의 맑은 영성을 통해 그리스도인에게 왜 인문학이 필요한지 깊은 감동을 준다.

김형석 교수의 신간은 엄밀히 말해서 체계적인 신학서적도 아니고, 그렇다고 머리 아픈 철학 책도 아니다. 오히려 나는 이 책이 저자의 영적 자서전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오직 '죽음에 이르는 병'을 자각한 영혼만이 진리에 다다를 수 있다고 강조한다.

"죽음에 이르는 병을 자각한다는 것은 우주적인 무한과 허무 앞에서 스스로는 어떻게 할 수 없는 불안과 절망에 처한다는 것이다. 나 자신을 무한이나 영원 앞에 서게 했을 때 내 영혼과 정신에 찾아드는 절망과 비참에 대한 자각이 곧 그것이다. 이런 죽음에 이르는 병은 과학이나 정신적 태도로 해결하지 못한다. 따라서 신의 말씀이라는 극약 처방과 신의 사랑이라는 수술을 받는 것 같은 자기부정의 원리가 필수 조건이 된다." (118쪽)

인생을 살아가다 보면 삶에 아무런 소망이 없을 때가 있다. 최근에 목동의 어느 한의사 부부가 두 자녀를 죽이고, 남편이 아내를 죽이고, 남편마저 자살하고 말았다. 나는 도대체 어떤 절망과 좌절이 그 남편을 죽음으로 몰았는지 알지 못한다. 그리고 아무리 부모가 자녀를 태어나게 했다 하더라도 함부로 자녀의 생명을 빼앗는 것은 범죄라 할 수 있다. 참으로 이 세상에는 이해할 수 없는 일들과 끝을 알 수 없는 절망이 반복되고 있다. 이런 시대에 진리를 찾아 떠나는 구도자의 삶을 선택한다는 것은 죽음에서 생명으로, 어둠에서 빛으로, 절망에서 희망으로 나아간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을까? 어둠에서 헤어 나와 인생의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하고 싶은 사람에게 이 책의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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