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의 과학 - 복잡한 세상의 연결고리를 읽는 통계물리학의 경이로움
김범준 지음 / 동아시아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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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에 물리학자인 더글러스 호프스태터가 쓴 '괴델 에셔 바흐'를 읽자마자 또 다른 물리학자인 김범준 교수의 '관계의 과학'을 읽다니? 이 무슨 물리학적 신비인가? 자의든 타의든 물리학자가 쓴 책을 읽으면서 멀게만 느껴진 과학과 조금은 더 가까워진 느낌이다.

김범준 교수는 현재 성균관대학교 물리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수많은 물리학 논문을 쓰고 동시에 대중과학서를 꾸준히 출판하고 있다. 김 교수가 2015년에 출간한 첫 책 '세상물정의 물리학'은 동아일보, 문화일보에서 올해의 책에 선정되고 많은 독자들로부터 사랑받아 김 교수가 학계를 넘어 대중들과 더 가깝게 소통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었다. 이번에 출간된 '관계의 과학' 역시 '세상물정의 물리학'의 연장선 상에 있는 대중과학서라 할 수 있겠다.

'관계의 과학'은 복잡한 세상의 연결고리를 읽는 통계물리학의 경이로움이라는 부제가 달려있다. 부제에 이미 나타났듯이, 물리학에서도 김 교수의 주전공은 '통계물리학'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통계물리학'은 어떤 학문인가? 통계물리학은 복잡한 사회현상과 자연현상 속에서 통계적으로 데이터를 분석해 그곳에서 의미를 발견하는 학문으로 보인다. '관계의 과학'에서 김 교수가 주목하는 통계는 대부분 일상적이지만 그 통계를 분석해내기 위해서는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한 것 같다. 국회의원의 인간관계, 김 교수의 게임승률, 만취자의 보행 등 엄청난 거대담론은 아니지만 사소해 보이는 통계 속에서 의미를 찾아내는 김 교수의 통찰이 놀랍게 느껴진다.

이 책은 부록을 제외하고 총 5장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1장은 '연결', 2장은 '관계'. 3장은 '시선'. 4장은 '흐름', 5장은 '미래'라는 제목이 각각 붙어 있다. 나는 책의 대부분이 흥미로웠지만 5장의 '미래'를 가장 공감하면서 읽었던 것 같다.

김 교수는 5장에서 F=ma라는 뉴턴의 운동 법칙을 설명한다. 이를 우리말로 풀어보자면 힘은 질량 곱하기 가속도라는 것이다. 김 교수는 이 운동법칙을 인용하며 뉴턴이 생각한 미래와 현재 물리학에서 생각하는 미래가 조금은 다르다는 것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그러나 나는 그저 저 뉴턴의 운동법칙을 곰곰이 묵상해보고 싶었다. 인간은 어떻게 더욱더 센 힘을 가질 수 있을까? 삶을 옭아매는 사슬을 끊어내고 더욱더 자유로울 수 있는 힘은 어디에서부터 시작되는가?

뉴턴의 운동법칙에서는 힘이 질량 곱하기 가속도라고 했으니, 자신의 힘을 늘릴 수 있는 방법은 질량을 높이든지 아니면 가속도를 더하든지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 현실에서는 질량을 높이는 것보다 가속도를 더하는 것이 훨씬 더 쉬워 보인다. 총알이 힘이 센 이유는 총알의 질량이 높기 때문이 아니라, 엄청난 가속도를 받고 총구에서 총알이 나오기 때문이다. 총의 질량은 보잘것없지만 그 속도가 엄청나기 때문에 총알이 그 어떤 장애물도 관통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내 삶에 힘을 부여하기 위해서는 질량을 높이는 것보다 가속도를 더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할 수 있겠다. 그러면 어떻게 할 때 내 삶에 가속도를 높여 내가 자유의 힘을 확보할 수 있을까? 다양한 분야의 독서를 통한 독서의 가속도가 자유의 힘을 확보하는데 가장 기본적인 원동력을 제공하지 않을까? '관계의 과학'을 읽으며 책의 본질적 주제와는 전혀 상관없지만, 나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어 좋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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