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징비록 - 역사가 던지는 뼈아픈 경고장
박종인 지음 / 와이즈맵 / 2019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019년 10월 9일에 스웨덴 왕립과학 아카데미는 요시노 아키라(일본, 71) 아사히카세이 명예 펠로우를 올해 노벨 화학상 수상자로 발표했다. 요시노 아키라 명예 펠로우는 구디너프 텍사스대 교수(미국, 97)과 스탠리 휘팅엄 뉴욕주립대 교수(영국, 78)와 함께 리튬이온 전지 발전에 대한 공로로 이번에 노벨 화학상을 수상할 예정이다.

요시노 아키라 명예 펠로우의 노벨화학상 수상은 일본인으로는 27번째 노벨상 수상이고, 화학상 수상자로는 8번째 일본인이다. 한국 언론계에서는 이번 노벨화학상 수상으로 일본이 기초과학 실력을 또다시 세계적으로 입증했다고 평가한다. 일본인이 노벨상을 27번째 수상할 동안, 한국인으로서 노벨상을 수상한 사람은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유일하고, 과학 분야에서 한국인이 노벨상을 수상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그렇다면 이러한 일본과 한국의 차이는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왜 일본은 기초과학 분야에서 노벨상 수상자를 연거푸 배출하지만 한국은 그렇지 못하는 것일까? 일본 과학계에서 노벨상 수상자가 나오면 한국 정부에서는 매번 한국 과학계에서도 노벨상 수상자가 나오도록 최선의 지원을 하겠다고 이야기하는 것 같은데 왜 여전히 결과는 감감무소식일까? 노벨상이라는 눈에 보이는 결실 너머에 한국과 일본의 근본적 격차는 어디에서 시작된 것일까?

박종인 기자가 쓴 '대한민국 징비록'은 한국과 일본의 근본적 격차가 어제오늘 벌어진 게 아니라, 1543년부터 이미 벌어진 것으로 평가한다. 그렇다면 왜 1543년인가? 1543년에 코페르니쿠스에 의해 지동설이 알려졌고, 1543년에 일본은 철포(총)를 두 자루 수입했고, 1543년에 조선은 서원을 설립했다. 나는 사실 처음에 조선이 1543년에 조선이 서원을 설립한 게 무슨 문제가 있을까 생각했지만, 책을 끝까지 읽고 나니 조선이 서원을 설립한 게 얼마나 큰 문제였는지 깨닫게 되었다. 왜냐하면 서원은 조선의 부국강병과는 상관없는 정치적 당파싸움의 장과 과거시험의 등용문으로서 조선에서 기능했기 때문이다. 즉 1543년에 조선에 서원이 만들어지기 시작해 조선에 서원이 더 만들어지면 만들어질수록 조선은 더 가난해졌고 서원의 지식인은 세계정세의 변화에 더 눈을 감게 되었다. 일본이 철포 두 자루를 수입해 자체적으로 철포를 개량 발전시켜 임진왜란을 일으킬 즈음에 세계에서 가장 많은 철포 보유국이 될 때까지 조선은 변변한 전쟁무기를 갖추지 못했다. 어찌 보면 임진왜란의 국가적 비극은 1543년부터 시작된 것일 수 있다.

"서원 설립은 조선을 성리학을 제외한 모든 학문을 억압하는 지식 독재와 학문 탄압의 나라로 만든 신호탄이었다. 송나라 주희가 꺼낸 성리학에는 군사학도 없었고 재정학도 없었고 세무학도 없었고 외교와 경제에 대한 각론 따위도 보이지 않았다. 조선 지식인은 서원에서 공부한 성리학으로 과거를 치러 관료가 되었고, 관료는 성리학을 통해 자기 권력을 넓혀 정치인이 되었다. 정치인은 고도로 세련된 어법으로 고차원적이되 너무나도 비현실적인 논쟁을 벌이며 권력을 유지했다." (74쪽)

원래 '징비록'은 임진왜란이 끝나고 류성룡이 임진왜란의 참혹한 역사를 있는 그대로 후손들에게 알려주기 위해 쓴 책이다. 다시는 '징비록'과 같은 조선의 수치스러운 역사가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류성룡은 자신의 피를 짜내며 글을 썼을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징비록'은 조선시대에 널리 읽히지 않았고, '징비록'의 수치스러운 역사는 조선 멸망과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그대로 반복되었다. '대한민국 징비록'은 1543년부터 1910년 한일합방 까지의 역사를 다루며 어떻게 임진왜란 이후에도 조선은 한 치도 변화되지 않았는지 뼈아프게 지적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의 근본적 격차를 확인하고자 하는 한국인에게 류성룡의 '징비록'과 박종인의 '대한민국 징비록'을 읽어보길 권한다. 한국과 일본의 관계가 역대 최악이라고 말하는 현시점에 우리가 취해야 할 올바른 조치를 이 책들이 일깨워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