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레이션 - 정보 과잉 시대의 돌파구
스티븐 로젠바움 지음, 이시은 옮김, 임헌수 감수 / 이코노믹북스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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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시간 동안 큐레이션(Curation)이란 단어는 일반인들이 주로 박물관이나 미술관에 관람하러 갈 때 들을 수 있는 단어였다. 그곳에 가면 큐레이터(Curator)가 전시의 기획의도와 작품 설명을 곁들여서 관람객들에게 정보를 전달하곤 했다. 만약 큐레이터가 없다면 관람객들은 전시물만 봐서는 전시물의 가치를 온전히 알기가 어려울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많은 정보를 획득하는 온라인에서도 큐레이터와 같은 전문가가 필요하지 않을까? 만약 그러한 큐레이터가 있다면 우리는 온라인에서 더 쉽고, 더 정확하고, 더 신뢰할만한 정보를 획득할 수 있지 않을까?

미국의 언론인 스티븐 로젠바움은 '큐레이션'이란 책을 통해 온라인에서도 기존에 박물관에서 이루어진 큐레이션과 큐레이터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왜냐하면 인간에게 참으로 필요한 정보는 오직 인간만이 포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인공지능(AI)이 아무리 발달한다 한들 사람의 감성을 온전히 이해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사실 얼마든지 공장에서 와인과 커피를 대량생산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늘날에도 여전히 소믈리에와 바리스타가 존재하는 것을 보면 인간은 같은 인간 전문가에게 추천받고 권유받은 것을 더 믿음직스럽게 생각하는 것 같다. 그것은 온라인도 마찬가지라 할 수 있다.

스티븐 로젠바움이 쓴 '큐레이션'은 총 세 파트로 나누어져 있는데, 첫 번째 파트는 '박물관에서 탈출한 큐레이션', 두 번째 파트는 '큐레이션의 도약과 저항', 세 번째 파트는 ' 큐레이션의 미래와 성공'이란 소제목을 각각 달고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큐레이션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다루며 온라인에서 새로운 사업을 기획하는 사람은 다른 그 무엇보다도 큐레이션의 가치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렇기에 정보사회에서 큐레이션은 소수의 사람이 독점하는 가치가 아니라, 모두에게 필요한 핵심가치가 될 것이다.

"우리는 모두 큐레이터다. 모든 것을 함께 공유하게 될 것이다. 그런 일을 우연히 하게 되는 사람도 있겠지만, 자기 정체성의 일부로 여기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심지어는 큐레이션이 생계 수단이 되는 사람도 생겨날 것이다. 나로서는 우리가 한고비를 넘고 있는 광경을 지켜보는 일이 매우 흥분된다. 이미 네트워크는 구축되었고, 데이터 센터도 가동 중이다. 큐레이션의 다음 단계는 기계보다 훨씬 가치가 높은 인간의 역할을 수용하는 것이다." (328쪽)

나는 전반적으로 이 책의 내용에 공감하지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책에서 드는 예화가 생각보다 트렌디하지 못하다는 사실이었다. 실제로 저자가 이 책을 쓴 것은 2011년이었고, 그 당시 명진출판사에서 2011년 9월에 '큐레이션'이란 제목으로 책을 번역해 출판했었다. 이번에 이코노믹북스에서 출판한 '큐레이션'과 과거 명진출판사에서 출판한 '큐레이션'을 보니 번역자가 동일하고 목차도 거의 비슷했다. 즉 이번에 출판된 책은 2011년에 출판된 책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내 생각에 매해 급격한 변화가 있는 인터넷 환경에서 2011년과 2019년의 차이는 결코 작지 않은 것 같다. 이 책이 처음 출판된 지 이제 10년이 다 되어가는데, 저자가 '큐레이션' 출간 10주년을 맞이해 최신 인터넷 트렌드를 반영한 '큐레이션' 개정판을 출판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책을 다 읽고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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