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그는 왜 한국을 무너뜨리려 하는가
호사카 유지 지음 / 지식의숲(넥서스) / 2019년 9월
평점 :
절판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새삼스럽게 관점의 중요성을 생각해보았다. 한국인이 일본을 바라보는 관점은 대부분 감성에 기반을 두고 있다. 일본에 대한 한국인의 양가적 감성은 일본 이란 국가의 객관적 실체를 파악하는데 디딤돌이 되기보다 걸림돌이 될 때가 많다. 특히 지금처럼 한일 관계가 좋지 않을 때에는 일본을 무작정 싫어할 뿐 도대체 일본이 왜 저렇게 행동하는지 인과관계를 따져가며 생각하기 쉽지 않다. 그러나 일본인이 바라보는 일본은 한국인이 바라보는 일본과는 조금 다를 것이다. 일본인도 일본의 어떤 모습은 좋고, 어떤 모습은 싫어할 수 있지만 일본인은 한국인이 전혀 알지 못하는 관점으로 일본을 바라볼 것이다. 일본인이 바라보는 일본의 관점을 한국인이 파악하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그것이 불가능하지만은 않다. 왜냐하면 일본인이면서 한국 국적을 취득한 호사카 유지 교수의 책을 읽으며 일본인의 관점을 한국인도 얼마든지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호사카 유지 교수가 쓴 '아베, 그는 왜 한국을 무너뜨리려 하는가'는 작금의 냉각된 한일 관계를 고려할 때 참으로 시의적절한 책이라 할 수 있다. 호사카 유지 교수는 일본인으로 태어났지만 한국인의 고매한 인격을 사랑하여 스스로 한국을 선택했다고 한다. 그가 쓴 '아베, 그는 왜 한국을 무너뜨리려 하는가'는 단순히 지금 눈에 보이는 한일 관계를 넘어 역사적으로 아베가 어느 계통의 정치적 유산을 물려받았는지를 대해부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분명하게 단언한다. 아베는 대동아전쟁을 일으킨 일본 군부의 적통이며, 그는 제2의 히틀러가 되어 동아시아에서 전쟁을 일으키려고 한다는 것이다. 만약 그 전쟁이 일어나면 대한민국이 가장 먼저 그 전쟁의 희생양이 될 것이라 저자는 안타까운 마음으로 전망한다.

'아베, 그는 왜 한국을 무너뜨리려 하는가'는 전체 10장으로 나누어져 있으며 그 안에서 강제 징용자 문제, 일본의 극우 사상, 후쿠시마 원전 등 여러 민감한 현안을 다루고 있다. 그런데 이 책에서 한국인이라면 가장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일본의 야스쿠니 신사가 아베 정부에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저자가 자세하게 서술한 부분이다. 한국인 입장에서는 야스쿠니 신사가 일본판 종묘 정도로 여겨진다. 그러나 이 책에 따르면 야스쿠니 신사는 일본판 종묘 그 이상이다. 왜냐하면 현재 대한민국의 종묘는 과거의 문화유산으로 남아있을 뿐 그것이 현 정권과 정치적으로 전혀 관계가 없다. 그러나 일본의 야스쿠니 신사는 아베 정권의 사상적 뿌리를 제공해주고 일본이 다시금 전쟁국가로 탈바꿈할 수 있는 원동력을 가지고 있다. 종묘의 역사가 과거완료형이라면 야스쿠니 신사의 역사는 현재진행형이다.

"야스쿠니 신사는 위령제를 실시하고, 이어서 현창식이라는 의식을 거행한다. '현창'이란 전사자들의 생전 행위를 칭찬하고 미화하여 정당화하는 행위를 가리킨다. 말하자면 전사자들의 자랑스러운 희생으로 말미암아 지금의 일본이 있게 되었다고 선언하는 것이다. 현창식의 목적은 전사자의 영혼을 충분히 만족시켜 죽음으로 인한 원한을 풀어주는 데 있다. 그런데 현창식의 문제점은 전사자들의 침략 행위까지 모두 미화한다는 데 있다. 이런 야스쿠니 신사의 의식에서 일본의 침략 전쟁과 식민 지배로 희생된 타국, 타민족에 대한 반성이나 사죄의 정신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침략과 식민 지배 행위를 미화하고 정당화한다. 이것은 일본 극우파들의 정신세계와 완전히 일치하는 내용이다." (206쪽)

아베 정부 들어서 일본의 극우화는 날이 갈수록 더 심해지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현재 대한민국은 어떤가? 대한민국은 현 정부 들어서 극좌화가 더 심해지고 있지 않나? 극과 극은 통한다고 극우화된 일본과 극좌화된 대한민국은 여러모로 비슷한 점이 많아지는 것 같다. 호사카 유지 교수는 아베가 제2의 히틀러가 되어 일본이 전쟁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지만, 부디 그 전망이 틀려서 전쟁이 일어나지 않길 소망한다. 장차 일본이 헌법을 개정하면서까지 다시 전범국의 자리에 복귀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아마 그 분수령은 내년 2020년 도쿄 올림픽이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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