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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취향을 팝니다 - 콘셉트부터 디자인, 서비스, 마케팅까지 취향 저격 ‘공간’ 브랜딩의 모든 것
이경미.정은아 지음 / 쌤앤파커스 / 2019년 7월
평점 :
지난 20년간 온라인 마켓의 비약적 발달은 오프라인 마켓의 존재이유에 대한 새로운 질문을 우리에게 안겨다 주었다. 만약 오프라인 마켓이 단순히 물건을 진열해서 판매하는 수준에서 머문다면 오프라인 마켓은 온라인 마켓을 이기기 힘들다. 왜냐하면 온라인 마켓에서는 오프라인 마켓에서 비싸게 파는 물건을 클릭 몇 번으로 아주 싼 가격에 집까지 배송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과거에 오프라인 마켓이 주변에 있는 동종 가게를 경쟁자로 생각했다면 이제 오프라인 마켓은 온라인 마켓을 경쟁자로 생각하고 그들과의 보이지 않는 전쟁을 수행해야 한다. 이 보이지 않는 전쟁에 많은 오프라인 마켓이 오늘도 참패하여 스스로 문을 닫는다.
그렇다면 오프라인 마켓이 온라인 마켓과 경쟁했을 때 그 경쟁력은 어디에서 비롯될까? 그것은 바로 오프라인 마켓이 제공하는 취향저격의 공간과 소비자의 오감을 만족시켜주는 새로운 경험이라고 말할 수 있다. 온라인 마켓은 편리성은 있지만 그곳에 아날로그적 감성은 없다. 오프라인 마켓은 온라인 마켓이 제공할 수 없는 아날로그적 감성을 제공해야 한다. 그것이 오프라인 마켓의 고유한 경쟁력이며 그 경쟁력이 세월이 흐르더라도 그 오프라인 마켓을 지탱하는 원동력이 된다.
이경미, 정은아의 ‘우리는 취향을 팝니다’는 오프라인 마켓이 필수적으로 갖추어야 할 ‘공간’ 브랜딩의 모든 것을 담고 있다. 이 책은 총 3개의 챕터로 나누어져 있는데, 첫 번째 챕터에서는 끌리는 공간이 무엇이 다른지 설명하고 두 번째 챕터에서는 어떻게 하면 취향 저격의 공간을 만들 수 있을지 노하우를 제시하고 세 번째 챕터에서는 국내외 취향 저격의 공간을 직접 소개한다. 이 책에는 ‘공간’ 브랜딩의 특성상 영어가 많이 등장하지만, 취향저격의 공간을 찍은 사진이 많이 수록되어 있어 읽는 이로 하여금 지루할 틈이 없도록 만든다.
이 책을 읽으며 2년 전에 방문한 캠브리지의 ‘오차드 티 가든’이 문득 떠올랐다. ‘오차드 티 가든’은 한적한 과수원 근처의 작은 카페인데, 그곳은 약 100년 전부터 캠브리지의 지식인들이 차를 마시고 토론했던 공간으로 유명하다. ‘오차드 티 가든’에서 먹었던 커피와 스콘은 그곳만의 클래식하면서도 자연친화적인 분위기로 인해 더 풍미 있게 다가왔다. 시간과 돈이 허락된다면 다시 한 번 ‘오차드 티 가든’에 가서 커피 한잔 시키고 책을 읽으며 오후의 따뜻한 햇살을 느끼고 싶다. 그 아날로그적 감성은 온라인 마켓에서 아무리 많은 돈을 지불해도 결코 느낄 수 없는 감성이기 때문이다. 오늘따라 그날의 스콘이 더욱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