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되면 괜찮을 줄 알았다 - 심리학, 어른의 안부를 묻다
김혜남.박종석 지음 / 포르체 / 201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한때 심리학에 깊은 관심을 가진 적이 있었다. 그때는 도서관에 들어가면 심리학 관련 책들이 꽃인 서가 주변을 얼쩡거리며 눈에 띄는 심리학 책을 아무거나 골라잡아 읽어내려가곤 했다. 지금은 그렇게 심리학에 관심을 가지고 살지 않지만 그 당시 그렇게 심리학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살았던데는 심리학이라는 학문 자체보다 그저 내가 어떤 사람인지 더 알고 싶었던 마음이 컸던 것 같다. 나는 왜 이런 생각을 하는지. 나는 왜 이런 선택을 하는지. 나에게 어울리는 삶은 무엇인지. 심리학 책들을 거울삼아 보이지 않는 나의 어두운 내면을 보고 싶었던 것 같다.

포르체(쌤앤파커스)에서 지난 6월 초에 출간한 '어른이 되면 괜찮은 줄 알았다'를 읽으며 문득 예전에 심리학 서적을 열심히 읽었던 지난날이 떠올랐다. 이 책은 정신과 전문의인 김혜남 작가와 박종석 작가가 서로 번갈아가며 다양한 정신질환에 관해 쓴 글을 하나로 묶은 책이다. 이 책을 읽으며 그저 스쳐들었던 공황장애, 거식증, 조울증 그리고 자해와 같은 마음의 병에 대해 알 수 있어 유익했다.

내 생각에 대다수의 사람들은 크든 작든 마음의 병을 한 가지 이상 가지고 있을 것 같다. 다만 그 사람들이 속한 공동체와 나라가 어디냐에 따라서 사람들이 주로 가진 마음의 병이 차이가 있을 것이다. 나는 많은 나라를 다녀본 것은 아니지만, 유독 우리나라 사람들이 외모로 사람들을 평가하는 것이 일상화되었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여러 나라 사람들과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미 충분히 마르고 날씬하고 잘생기고 멋있지만 거기서 멈추지 않고 우리나라 사람들은 연예인급의 외모를 지향하며 더욱더 이뻐지고 멋있어지려 노력한다.

책에서 나온 것처럼 거식증이 남자보다 여자에게 훨씬 더 많이 발병하는 이유도 이 사회에서 여자가 받는 외모에 대한 스트레스와 압박감이 남자보다 훨씬 더 크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그런 점에서 마음의 병은 지극히 개인적인 일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지극히 사회적인 일이기도 하다. 병든 사회가 병든 사람을 만들고 병든 사람이 병든 사회를 만들기 때문이다. 결국 마음의 병을 고치기 위해서는 개인적 노력과 함께 사회적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

책을 읽으며 이 책의 저자인 박종석 작가가 최근에 심한 우울증으로 고생했다는 사실에 조금 놀랐다. 정신과 전문의가 우울증에 빠져 자살까지 생각할 정도였다니 작가 본인에게는 매우 힘든 시기였음에 틀림없다. 어찌 보면 결코 우울증에 걸릴 것 같지 않아 보이는 사람이 우울증에 걸리는 경우가 당사자에게 가장 위험할 수 있다는 생각도 든다. 우울증에 걸렸다는 사실을 당사자와 주변 사람 모두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든 인간은 불완전하고 그렇기에 누구라도 우울증에 걸릴 수 있다는 전제를 받아들인다면 누군가의 우울증이 그리 놀랄만한 일은 아닐 수 있다. 나의 불완전함과 타인의 불완전함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 그리하여 우리 모두는 치유가 필요한 존재임을 수용하는 것. 그러한 인정과 수용이 무너지고 무뎌진 우리의 마음이 다시 회복되는 첫 시작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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