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라는 예배 - 사소한 하루는 어떻게 거룩한 예전이 되는가
티시 해리슨 워런 지음, 백지윤 옮김 / IVP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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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이라는 성전에서 드리는 오늘의 예배

 

내가 만약 오늘이라는 예배2018127일 이전에 읽었다면(물론 그때는 이 책이 출간되지도 않았지만) 나는 이 책에서 저자가 강조하는 바를 거의 깨닫지 못했을 것이다. 왜냐하면 나는 2018127일에 부모님으로부터 독립하여 교회 근처 사택으로 혼자 이사 왔기 때문이다. 사택에서 혼자 자취를 시작하고 나서 나는 아침에 눈을 뜨고 잠이 들 때 까지 내가 직접 몸을 움직이지 않으면 아무 일도 집안에 일어나지 않음을 깨닫게 되었다. 내가 직접 흰쌀을 씻어 전기밥솥에 넣고 취사버튼을 누르지 않는 한, 나는 집에서 쌀밥을 먹을 수 없었다. 내가 직접 세탁기를 돌리고 빨래를 건조대에 널지 않는 한, 나는 그 다음날 신을 양말을 찾을 수 없었다. 홀로 자취를 시작하며 나는 깨달았다. 내가 사택으로 이사 온 것은 단순히 출퇴근 시간이 줄어든 것을 넘어 삶의 우선순위가 완전히 뒤바뀌는 터닝 포인트였다는 것을 말이다. 그전에 나의 일상에서 아무런 우선순위를 차지 않았던 살림살이가 이제는 나의 일상에서 비교적 높은 순위를 차지하고 말았다. 이 서평을 쓰고 있는 중에도 오늘 저녁엔 무엇을 해먹어야 할지 조금 고민스럽다.

미국의 티시 해리슨 워런이 쓴 오늘이라는 예배는 저자가 아침에 눈을 떠서 다시 잠들 때까지의 하루를 신학적으로 성찰한 책이다. 이 책은 우리가 일상에서 너무나 당연하게 여겨 의식적인 사유를 시도조차 한적 없던 침대 정리’, ‘이 닦기’, ‘남은 음식 먹기와 같은 것들을 신학적 관점으로 재조명한다.

책을 다 읽고 나니 저자가 하루의 일과를 총 11장으로 나누어 글을 썼다는 게 내게는 퍽 인상적이었다. 10장도 12장도 아닌 11장으로 저자는 하루를 나누어 글을 썼을까? 사실 1012에 비해 11은 조금 애매하지 않나? 일반적인 기독교 전통에서 1012는 완전수로 여겨지는데 저자가 10장이나 12장으로 하루를 나누어 책을 썼다면 책이 더 완벽하지 않았을까? 이런 생각을 거치며, 나는 저자가 완전수 1012 사이의 불완전수 11을 선택한 것이 어떤 의도가 있을 수 있겠다고 가정했다. 어쩌면 저자는 하루를 11장으로 나누어 우리의 삶이 언제나 불완전하다는 것을 암시적으로 보여주고 싶었을지 모르겠다. 하나님 보시기에 완전한 일상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다시 오실 때나 가능할 것이다. 그날이 오기까지 우리의 삶은 여전히 남루하고 초라하고 엉망진창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우리의 일상을 바라보며 너무 실망하지 말 것은 하나님께서 이 엉망진창인 우리의 일상에 직접 심방하시어 우리와 함께하기 원하신다는 것이다. 저자는 책에서 예수님의 심방을 이렇게 묘사한다.

기분 좋고 화창하고 모든 것이 계획대로 이루어질 때 나는 꽤 괜찮은 사람처럼 보일 것이다. 그러나 일이 조금만 틀어지고 계획이 어그러지면 진짜 내 모습이 드러난다. 꽤 괜찮은 사람에게는 예수님이 필요 없다. 그분은 잃어버린 자를 위해 오셨다. 그분은 상한 자를 위해 오셨다. 우리를 사랑하시는 그분은 그분의 사랑과 온전함으로 우리를 안내하기 위해 오셨다.” (82)

우리의 일상에 주님이 필요한 이유는 역설적으로 우리의 일상이 참으로 엉망진창이기 때문이다. 병든 자에게 의사가 필요하고, 배고픈 자에게 요리사가 필요하듯이 우리의 일상이 어둡고 막막하기에 참 빛 되신 예수님이 필요하다.

이 책을 읽고 난 후 새롭게 시작된 나의 작은 실천은 아침에 눈을 뜨고 내가 누운 침대를 가지런히 정리하는 것이다. 나는 그동안 침대가 정리되든지 정리되지 않았든지 밤에 자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기에 그럴 바에는 차라리 침대를 정리하지 않는 게 부족한 아침 시간을 조금 여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길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침대를 정리하는 것이 단순히 침대를 정리하는 게 아니라 이른 아침에 나의 영혼을 정리하는 것이라는 저자의 말에 고개가 끄덕거려지고 나서는 며칠 째 졸린 눈을 껌뻑거리며 침대를 정리하고 있다. 내가 언제까지 침대를 정리할지 모르겠지만 예수님이 다시 오시기 전까지 불완전한 나의 일상을 침대 정리로 시작하고 싶다. 집이라는 성전에서 하나님을 온전히 예배하기 원하는 예배자에게 이 책의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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