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트루스 - 가짜 뉴스와 탈진실의 시대
리 매킨타이어 지음, 김재경 옮김, 정준희 해제 / 두리반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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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단어 '포스트트루스'(Post-Truth)는 한국어로 '탈진실'이라고 번역되는데, 이는 오늘날 가짜 뉴스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단어다. '포스트트루스'와 가짜 뉴스의 콜라보레이션이 두드러진 대표적인 사건은 바로 2016년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의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당선된 것이었다. 대선 기간 동안 트럼프는 검증되지 않은 내용을 연설 중에 마구 쏟아냈고, 트위터에도 자신에게 유리한 내용의 트윗을 계속 올리며 영향력 있는 미국 언론과 대립각을 세웠다. 결국 트럼프의 승리로 막을 내린 2016년 미국 대선은 절대 트럼프가 대통령이 될 리 없다고 믿은 지식인들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미국의 매킨타이어 교수가 쓴 '포스트트루스'는 가짜 뉴스의 기원과 탈진실의 시대에 관해 학문적인 접근을 시도하는 책이다. '포스트트루스'는 총 7장으로 되었으며, 중앙대 신방과 정준희 교수가 해제를 썼다. 이 책은 기본적으로 트럼프가 가짜 뉴스를 동원해 대통령에 당선된 것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하지만, 그렇다고 트럼프의 맞상대였던 민주당과 진보진영을 옹호하지도 않는다. 왜냐하면 트럼프의 가짜 뉴스는 진보진영이 주로 설파했던 '가치다원주의'를 트럼프가 역이용한 꼴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진보진영은 보수진영이 강조하는 기존의 전통적 가치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고 이야기하며 개인의 주관적 가치와 신념이 더 중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다분히 포스트모더니즘적인 사고방식이다. 이런 사고방식은 객관적인 진리와 가치를 부인하고 개인의 주관적 관점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 그렇기에 매킨타이어 교수는 진보진영의 포스트모더니즘이 가짜 뉴스의 이론적 토대를 마련했다고 이 책에서 분명하게 지적한다.

"포스트모더니즘을 더욱 깊이 조사해보면 이해하겠지만, 포스트모더니즘이 직접적으로 보수 진영의 이념을 지지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포스트모더니즘 사상가들은 오늘날의 탈진실 세계에 기여해왔다는 것이다. 그들은 포스트모더니즘 특유의 모호함 속에 숨어 책임을 회피하다가 자신들조차 받아들이기 힘든 목적에 이용당했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충격을 받았다." (171쪽)

가짜 뉴스가 판을 치는 탈진실 사회에서 다시금 진짜 뉴스가 무엇인지 이야기하려면 필연적으로 포스트모더니즘을 거부해야 한다. 사람들이 느끼는 게 다 옳은 게 아니라, 사람들의 주관적 느낌과 상관없이 보편타당한 진리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절대적 진실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트럼프의 가짜 뉴스를 틀렸다고 비판할 수 있겠는가? 맞고 틀림의 기준이 있어야 가짜 뉴스가 잘못되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닌가? 매킨타이어 교수의 주장처럼 포스트모더니즘은 분명 탈진실의 후견인이나 마찬가지다. 이제 우리에게는 모든 사람들이 인정하고 납득할만한 절대적 기준과 진리가 필요하다. 진리실종 시대에 누가 그 기준과 진리를 당당하게 제시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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