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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마블 맨 - 스탠 리, 상상력의 힘
밥 배철러 지음, 송근아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19년 4월
평점 :
아마 한국의 젊은이 중에 스탠 리가 누군지 잘 모르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마블의 어벤저스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스탠 리는 모르고 마블의 어벤저스를 아는 것은 마치 월트 디즈니는 모르고 미키 마우스를 아는 것과 비슷하다. 스탠 리는 마블의 슈퍼히어로를 만든 창작자다. 그의 머리와 입으로부터 슈퍼히어로가 탄생했다. 마블의 최신작 '어벤저스 엔드게임'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현 상황을 보건대 2018년에 죽은 스탠 리의 유산은 이 세상에 막대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미국의 문화 역사가 밥 배철러(Bob Batchelor)가 집필한 '더 마블 맨'은 마블의 창작자인 스탠 리의 평전이다. 스탠 리가 1922년부터 2018년까지 근 1세기를 살았기 때문에 이 평전도 스탠 리의 인생 전반을 다루느라 조금 두꺼운 감이 있다. 그러나 스탠 리의 삶이 참으로 만화 같기 때문에 이 평전을 읽는 것은 마치 만화를 읽는 것 같은 유쾌함이 있다. 이 책은 총 3부로 나누어져 있는데, 1부는 스탠 리의 유년시절 이야기, 2부는 스탠 리가 마블에서 슈퍼히어로를 만든 이야기, 3부는 스탠 리가 대중문화의 아이콘이 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며 스탠 리는 만화를 알고 좋아하는 수준을 넘어 만화를 즐기는 사람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지 않고서야 어떻게 백 년 가까이 만화를 만드는 일을 지속할 수 있었겠는가? 스탠 리의 만화를 향한 열정은 일평생 한 번도 사그라진 적이 없는 것 같다.
"스탠 리에게는 무언가 영웅적인 면이 있었다. 그는 마블의 미치광이이자 대변인이었고, 무려 60년 동안 만화책의 얼굴을 담당했던 다재다능한 지휘자였다. 위대한 미국 소설을 쓰고 싶어 했던 이 남자는 그보다 훨씬 더 큰일을 잘 해냈다. 누구도 의심할 여지없이, 스탠 리는 당대 미국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창작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했다." (423쪽)
스탠 리의 전기를 읽으며 얼마 전 읽었던 바흐의 전기가 떠올랐다. 스탠 리와 바흐는 서로 창작의 영역은 달랐지만 나름대로 비슷한 구석이 있었다. 스탠 리가 만화를 계속 만들고 바흐가 음악을 계속 만들었던 동인에는 어릴 적 그들의 생활고가 큰 역할을 차지했다. 그들은 먹고살기 위해 치열하게 만화를 만들고 음악을 작곡했다. 그리고 스탠 리와 바흐 모두 엄청난 다작가였다. 그들이 화산처럼 뿜어낸 수많은 작품 중에는 걸작도 있고 졸작도 있지만, 쉬지 않고 작품을 창작해낸 것만으로도 그들은 천재적인 창작자임에 틀림없다. 시간이 흐르더라도 바흐의 음악이 여전히 사람들의 귀를 사로잡는 것처럼, 장차 스탠 리의 마블도 오랫동안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것으로 보인다. 스탠 리는 마블을 만들었고, 마블은 스탠 리를 살아 있는 전설로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