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드 캐니언 정말 노아 홍수 때 생겼을까? FIELD TRIP SERIES 1
양승훈 지음 / 도서출판CUP(씨유피)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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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신자이든 아니든 자신이 오랫동안 철석같이 믿어 온 바를 철회한다는 것은 여간 고통스러운 일이 아니다. 그 믿음을 철회한다는 것은 자신이 그동안 살아왔던 삶의 방식이나 지식 체계를 본질적으로 재구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랜드 캐니언>을 쓴 양승훈 교수는 지난 30여 년간 자타가 공인하는 '창조과학 전도사'였다. 그러나 그는 깊은 연구와 고민의 과정을 거쳐 2000년대 후반, 창조과학이 사이비 과학이며 지구가 6000년밖에 되지 않았다는 젊은 지구론이 지질학적 증거와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는 그가 '창조과학 전도사'로 살아왔던 시간들을 철저하게 부정하는 것이며, 자신의 학문적 실패를 인정하는 것이다. 그의 파격적 주장때문에 그는 창조과학회에서  제명되었다. 이를 창조과학회의 과감한 결단이라고 봐야 할까? 아니면 근본주의자의 폭력이라고 봐야 할까?

양승훈 교수가 <그랜드 캐니언>을 쓴 이유는 분명하다. 창조과학이 틀렸고, 그들의 가르침은 그랜드 캐니언의 기원을 설명하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논박하기 위해서다. 창조과학회에서는 그랜드 캐니언이 노아의 홍수 때 만들어졌다고 말한다. 얼마 전부터 창조과학계에서 그랜드 캐니언 투어는 일종의 관광 상품이 되었다. 실제로 그랜드 캐니언을 다녀온 사람이 말하길 그랜드 캐니언은 워낙 웅장하고 광대하기에 그 앞에서 창조과학회의 설명을 들으면 누구라도 아멘하고 믿을 수밖에 없다고 하였다. 정말로 그런지 나도 가보고 싶다. 

창세기에서 노아의 홍수는 그랜드 캐니언의 기원을 설명하기 위해서 쓰인 본문이 아니다. 그 본문은 인간의 원초적 악과 사회적 악에 관한 내용이다. 
만물보다 심히 부패한 인간의 마음이 하나님의 우주적 심판을 초래했다는 이야기가 노아 홍수 사건의 기본 골격이다. 그런데 노아 홍수 본문에서 그랜드 캐니언의 기원을 설명하려고 시도하는 창조과학회의 노력은 얼마나 억지스러운가? 창세기 본문으로 그랜드 캐니언의 기원을 설명해야 창세기가 진리가 되는 것도 아니고, 그랜드 캐니언의 기원을 설명하지 못한다고 해서 창세기가 진리가 아닌 것도 아니다. 

창조과학계에서 나온 책을 주로 읽어보면, 글쓴이가 성경 구절을 많이 인용한다. 그러나 성경 구절을 많이 인용한다고 해서 그 책이 반드시 성경적인 것은 아니다. 성경 구절의 원래 컨텍스트와 상관없이 자신의 과학적 견해를 지지하기 위하여 성경의 텍스트를 증거 구절로 삼는 것은  위험하다. 성경은 과학 책이 아니다. 지금 우리가 가지고 있는 과학적 세계관이 성경의 저자들에게는 존재하지 않았다. 

양승훈 교수가 쓴 <그랜드 캐니언>은 여러모로 논쟁거리가 많은 책이다. 책의 내용이 어렵지는 않지만, 누군가는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을 수 있다. 창조과학에 대해 평소에 관심 있거나, 그랜드 캐니언을 한번 방문하고 싶은 그리스도인에게 이 책의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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