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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여름 우리나라 좋은동시
고지운 외 39명 지음, 서누 그림 / 열림원어린이 / 2023년 6월
평점 :

<2023봄 우리나라 좋은동화>, <2023여름 우리나라 좋은동시>는 열림원어린이의 우리나라 좋은동화와 좋은동시 선정위원 문학평론가들이 한국 아동 문단에 발표된 작품 중 최우수작을 선별하여 새롭게 엮은 동화, 동사 작품집이다.
<2023여름 우리나라 좋은동시>에 실린 동시는 지난 1년 동안 여러 문예지에 발표된 작품들 가운데 현재 우리 동시의 흐름과 경향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작품들이다. 경력 50년이 넘는 시인의 작품부터 이제 갓 등단한 시인의 작품까지 폭 넓게 담고 있다. 시적 재미와 감동은 물론 다양한 주제와 실험의식을 지닌 작품을 골고루 선정하여 아이부터 어른까지 모두 동시의 참맛을 느낄 수 있도록 하였다.
책에는 총 40편의 동시가 실려 있다. “상상에 동시 더하기”라는 제목 아래 11편, “일상에 동시 더하기” 아래 18편, 그리고 “환경에 동시 더하기” 아래 11편이 실려 있다.
아이와 나의 눈길을 끌었던 건 단연 첫 번째 동시 <교과서 받은 날>이었다.

교과서 받은 날
고지운
엄마, 수학책은 첫날부터 나한테 막 까불어.
국어책은 “읽어 봅시다”라고 하고
사회책은 “알아봅시다”라고 하고
과학책은 “살펴봅시다”라고 하는데
수학책은 “수를 써넣으시오”라고 막 명령해.
기분 나쁘게 말해서 수학책이랑 안 놀 거야.
23쪽
기발한 내용의 동시에 팔짱을 낀 채 잔뜩 입을 삐죽이는 아이의 삽화까지 더해져, 피식 웃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동시다.

그런데 이 동시를 읽은 1학년 아들 녀석은 수학책도 존대말을 한다며 교과서를 꺼내 보여주었다. 정말로 수학책이 존대말로 쓰여 있어서 또 한번 웃지 않을 수 없었다. 아이들의 사소한 투정이 교과서에 빠르게 반영된 게 아닌가 싶기도 하면서, 어른들한테 교과서는 그저 교과서일 뿐인데, 교과서가 반말인지 존대말인지가 아이들에게는 이토록 중요한 문제인가 싶어 절로 웃음이 나왔다.
“일상에 동시 더하기”에 실린 첫 번째 동시 <여름에는>도 재미있다.

여름에는
전자윤
산 산 산 산 산 산 산 산
산 산 산 산 산 산 산 산 산 산 산 산 산 산 산 산
산 산 산 산 산 산 산 산 산
수박을 쓱 쓱 자르면 우르르 쏟아지는 세모 산 시원한 수박산으로 등산 가야지
47쪽
동시 자체가 산의 형상을 하도록 배열한 것도 재미 있고, 수박을 세모나게 자른 모습을 보고 산을 떠올린 것도 재미있다.
마냥 웃기기만 한 동시들만 있는 것도 아니다.
“환경에 동시 더하기”에 속해 있는 시들은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주기도 한다.

들녘의 꽃
문삼석
누구에겐가 보여주려고
꽃은 피지 않아.
누가 보든 말든 들녘의 꽃은
스스로 피었다가 스스로 지곤 하지.
그렇지만,
그걸 아니?
하늘의 해와 달과 수많은 별들,
그리고 스쳐 지나가는 한 줄기 바람까지
놓치지 않고 날마다
눈여겨보고 있다는 것을.
97쪽
아이는 아직은 하하하 웃음을 자아내는 동시들을 더 재미있어 하지만 좀더 심오한 내용을 담은 동시들에도 공감할 수 있는 날들이 오기를 기대해본다.
* 네이버 미자모 카페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솔직한 리뷰를 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