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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ghlights 똑똑해지는 미로 찾기 : 초급편 - Off We Go! Highlights 똑똑해지는 미로 찾기
Highlights 편집부 지음 / 아라미kids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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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어릴 땐 신문이나 잡지에 미로찾기나 숨은그림찾기가 한 장씩 있었어요. 어른들이 주로 읽는 것이었지만, 미로와 숨은 그림은 우리 차지가 될 수 있었어요. 그때는 읽을 거리가 놀 거리가 없어서였다 생각했는데, 지금 주위에 볼거리, 놀거리가 차고 넘치는 아이들도 미로찾기를 엄청 좋아하더라구요.


미로찾기 59개가 들어있는 아라미키즈의 이 책은 똑똑해지는 미로 찾기라는 제목처럼 아이들이 집중하기에 아주 좋아요. 점심을 먹으러 가는 오리 가족들에게 아기 오리가 가기 위한 길을 찾아줘야 하고, 나무꾼 아저씨를 반대편 오두막까지 데려다 줘야 해요. 아무 것도 밟지 않고 탁자까지 우유를 가지러 가는 재미는 기나긴 길을 걸을 때 보도블럭의 금을 밟지 않고 가는 놀이를 하던 순간을 떠올리게 합니다.


하나하나 임무를 완수하며 나아가는데, 이게 점점 더 어려워지네요. 깊은 개미굴, 소방관과 호스는 보기만 해도 머리가 복잡해집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더 신이 나서 연필을 잡아요.


심심할 때마다 한두 개씩 해보려던 계획은 책을 잡자마자 끝까지 페이지를 넘기는 아이 덕에 가볍게 무산됩니다. 그래도 아이는 방법을 찾았는데, 제가 못찾은 것들이 꽤 있어요. 나중에 저도 따로 해보려구요.

아이들의 집중력, 관찰력, 창의력, 사고력을 길러준다고 하는데, 어른들의 굳은 머리, 스트레스로 닫혀 버린 머리를 푸는 데도 도움이 되네요. 추운 겨울 집에서 할 수 있는 놀이이자 좋은 교육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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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바다의 라라니 미래주니어노블 9
에린 엔트라다 켈리 지음, 김난령 옮김 / 밝은미래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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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가운 냄새가 납니다. 분명 새 책인데, 익숙한 종이 냄새가 났어요. 책장을 넘기면서 종이 냄새는 더 진해졌고, 어린 시절 보았던 책처럼 약간 거친 질감의 종이가 손가락을 타고 넘어갑니다.

<먼 바다의 라라니>는 처음 만났지만 익숙하게 다가옵니다. 믿는 아이와 두려움을 믿는 사람들. 산 아래 엎드려 사는 사람들과 믿는 곳을 향해 올려다보는 소녀. 그 소녀가 라라니입니다.

 

많은 이야기 속의 주인공은 항상 누구보다 뛰어난 사람입니다. 태어날 때부터 신비한 징조가 내려오고, 누구도 못하는 일들을 해내던 영웅. 지금 우리 이야기를 다룬 동화들도 대부분 그렇지요. 평범하지 않은, 학교에서 그랬다면 문제아라고 할 그런 행동을 하는 아이들. 1%의 특이한 사람들이 99% 수많은 이야기의 주인공을 차지합니다.

 

하지만 라라니는 이 책을 읽는 우리처럼, 내 아이처럼 평범한 소녀입니다. 이야기를 좋아하고 쉴 새 없이 이야기가 듣고 싶은 그런 소녀. 그래서일까요? 이 긴 이야기도 누군가가 매일 밤 천일 동안 들려주던 것처럼 이어집니다.

 

카나산 아래 작은 마을에는 라라니와 라라니의 단짝 친구 베이다, 그리고 베이다의 남동생 헤츠비, 세 명의 아이가 있습니다. 카이산에 사는 무서운 눈 먼 괴물 이야기. 항상 같은 이야기를 듣는 세 아이, 그리고 라라니에게 가장 익숙한 지바. 모험을 떠났지만 바다에 던져진 소녀.

라라니는 단지 엄마를 낫게 하고 싶었고, 옆집 아픈 아이를 구하고 싶었으며 친구 베이다를 돕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라라니의 소원은 큰 재앙이 되어 섬을 덮치고 맙니다. 욕심 많은 괴물이 시작한 일은 라라니가 사는 산라기타까지 미칩니다.

 

이제 12살 소녀는 조그만 낚시꾼 배에 올라타서 지금껏 아무도 건너지 못한 바다를 향해 나아갑니다. 이야기의 중반을 넘어 라라니는 지금껏 모르던 세계를 만나게 됩니다. 신비한 새 바이 빈카, 우리가 생각하는 인어와는 많이 다른 모습의 디타사 울로드, 나무 속에 사는 정령 페이 디와타, 모기처럼 생긴 마법사 고육, 땅 밑에 사는 괴물 눈소, 안개처럼 형태가 없는 악령 유타, 죽은 자의 영혼이 담긴 나무 웬보.

 

라라니가 큰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도와주었던 것은 바로 순수한 아이의 믿음과 신뢰, 사랑이었어요. 그리고 마지막 한 조각이 맞춰지자 모든 것이 연결되어 처음부터 화면이 스르륵 넘어가듯 펼쳐지는 이야기에 감탄하게 됩니다. 묵묵히 제 자리를 지킬 때 제대로 돌아가는 세상임을 라라니를 통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어요.

 

이 책에 나오는 모든 정령과 미지의 생명체들은 작가가 필리핀 신화와 민담에 영감을 받아서 만든 상상력의 산물이라고 합니다. 이름도 생소한 정령들을 우리나라의 신들에 대비해 맞춰보고, 이런 것들도 있구나 느끼는 재미도 컸습니다.

 

후속권은 헤츠비의 이야기로 이어지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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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마법 빗자루가
크리스 반 알스버그 지음, 용희진 옮김 / 키위북스(어린이)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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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밤에 산을 넘다 보면 김서방을 부르며 씨름을 하자는 도깨비를 볼 수 있었대요. 거절하려 해도 거절할 수 없고, 씨름을 하다 보면 넘어질 듯 넘어가지 않는대요. 이른 새벽 산을 넘던 다른 사람들은 빗자루를 붙들고 씨름하는 사람을 볼 수 있다고 하죠.

 

미국 어디일까요? 어느 쌀쌀한 가을밤, 마녀를 태운 빗자루가 남편을 잃고 홀로 사는 아주머니네 텃밭으로 떨어졌대요. 영원할 것 같던 빗자루도 하루하루 낡아 가고, 아무리 좋은 마법 빗자루라고 언젠가는 하늘을 날지 못하게 된대요.

 

우리나라 이야기 안에서 빗자루는 도깨비 이야기와 함께 나와요. 보통 물건이 오래되면 도깨비가 된다고 하는데 특히 빗자루가 그렇대요. 그런데 여긴 원래 마법 빗자루가 있대요. 오래되면 도깨비로 변하거나 마술을 부리는 게 아니라, 하루하루 지날수록 마법의 힘이 빠진대요.

 

도깨비로 변한 빗자루는 사람들이 발견하면 아궁이에 태워버려요. 하지만 마녀가 두고 간 빗자루는 부엌에 있는 여느 빗자루와 다를 바 없는 평범한 빗자루로 보였대요. 그래서 홀로 사는 아주머니네 집에 그대로 머물 수 있었답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일까요? 마녀가 두고 간 빗자루는 여느 빗자루들과는 달리 바닥을 쓰는 일은 물론이고, 장작을 패고, 물을 긷고, 심지어 피아노 연주까지 합니다.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빗자루 이야기는 이웃 스피베이 씨 귀에 들어갔어요. 빗자루를 본 스피베이 씨와 이웃 남자들은 대체로 빗자루를 불길한 물건으로 여기는 것 같았어요. 우리나라 도깨비 이야기를 들은 걸까요?

빗자루는 억울해요. 못된 짓이라고는 하나도 저지르지 않고 열심히 일만 하며 지내는데 악마라니요. 그리고 아내들은 빗자루가 혼자 사는 아주머니에게 큰 도움이 된다는 걸 알았대요. 자신들의 말만 많은 남편보다 더 큰 도움을 준다는 것을요.

 

어느 날 자신에게 못되게 구는 스피베이 씨의 두 아이를 혼쭐내 준 빗자루는 못된 짓을 했다는 죄명으로 밧줄로 칭칭 묶여 불에 태워지고 말았어요. 그리고 마을에는 새하얀 빗자루 유령이 나타납니다.

 

이전 <빗자루의 보은>이라는 이름으로 출간되었을 때 이 이야기는 어쩌면 <흥부놀부>의 제비를 떠오르게 했어요. 그런데 원작이 똑같은 이 이야기가 <어느 날, 마법의 빗자루가>로 나타나자 권선징악의 주제는 찾아볼 수 없네요.

 

똑같은 그림과 순서로 써내려간 이야기에는 낯선 것, 나와 다른 것, 이해할 수 없는 것, 내가 가지지 못한 것들에 대한 두려움, 편견, , 차별을 보여줍니다. 우리가 사는 사회에서 언제라도, 지금도 일어나고 있는 이야기들을요. 시대마다 던지는 빗자루의 다른 물음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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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연장 가방
문수 지음 / 키위북스(어린이)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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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사진

 

옷장을 열 듯 책장을 펼치자 가족사진이 나옵니다. 얼마 전 아이가 보고 싶다 하여 옷장 속에서 꺼낸 가족사진처럼 낯익은 소녀와 가족이 나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아버지

어렸을 때부터 지방과 중동에서 일하느라 대부분을 떨어져 산 아버지.

1947년생이고, 형제가 여섯이고, 평생 전기장이로 일만 하신 분.

 

공부가 하고 싶어 어린 나이에 도시로 무작정 나와 일한 아버지.

자리 잡은 후엔 가족과 부모, 형제까지 먹여 살리느라, 이제 편안히 살만하니 큰 병에 걸려 남은 생을 세며 보내시는 아버지.

 

시작부터 페이지를 넘기는 내내 저희 집에 있는 앨범을 꺼내 보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어머니, 아버지께 들었던 삶이 거의 비슷하게 펼쳐집니다.

 

그러고 보니 책의 페이지도 다른 그림책보다 두껍고 단단하네요. 넓게 펼쳐지는 한 장면 한 장면은 마치 영화 <나무를 심은 사람>처럼 조용하고 묵묵하지만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아버지의 연장 가방

하나씩 줄어들어 빈 가방으로 남은 아버지의 연장가방이 모든 것을 내어주고 헐겁게 말라버린 아버지의 모습 같아 더 서글픕니다. 그러나 그 가방이 있어 바닥부터 조금씩 단단하게 끝까지 쌓아올린 아버지의 삶이 사라지지 않고 영원히 존재하는 것이겠지요.

 

뭔가 쓸 말이 많을 것 같았는데, 읽는 내내 가슴이 먹먹했는데 자꾸 책을, 책 속의 아버지를 어루만지게 됩니다. 비슷한 많은 가족들의 이야기, <아버지의 연장 가방>을 한동안 손에서 놓지 못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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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의 요괴 - 2017 볼로냐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 수상작 밝은미래 그림책 51
마누엘 마르솔 그림, 카르멘 치카 글, 김정하 옮김 / 밝은미래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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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보면 책이 아니라 그림 같습니다. 구름 위의 세상인듯, 그러나 꽃밭같은 구름 위 뾰족하지 않고 둥근 산. 아니, 산도 아니라 양이나 소인듯 움직이는 바위같기도 합니다.

산 자체가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보입니다. 파랗다 못해 밝은 코발트 빛 하늘 위에 살포시 찍힌 숲의 요괴.

왜 괴물이 아리라 요괴일까 국어사전을 찾아 보았습니다. '요괴'는 요사스럽고 괴이한 귀신, '괴물'은 괴상하게 생긴 사람이나 동물. 숲 자체가 요사스러운 귀신일까요, 길을 잃은 마르솔이 요괴일까요?

이 산은 우편배달부가 매일매일 넘어가던 곳입니다. 항상 바쁘게일하느라 빠르게 주위를 살펴보지 않고 지나치던 곳이지요. 그러나 어느날 급한 용변으로 차를 멈춘 그 곳. 급한 일을 해결하려 숲에 들어갔다길을 잃습니다. 나가는 길을 찾으려 하지만 그럴수록 더 숲을 헤매게 됩니다.

하지만 마르솔은 조급하거나 두렵지 않습니다.혼자인듯 아닌듯 마르솔에게 숲은 마법을 부립니다. 여긴가 싶을 때 저쪽으로 향하고, 손은 숲을 어루안지고, 발은 숲 속 깊이 뿌리를내립니다. 마르솔의 모습이 변할수록 그는 느긋해집니다. 그리의 숲의 정령처럼 모습도 변하지요.

그런 마르솔의 모습은 보는 사람을 불안하게 만들지 않고 오히려 웃을을 짓게 합니다. 편안한 미소와 함께 느긋한 마음의 여유를 줍니다. 그리고 이 모든 광경이 글보다 그림으로 펼쳐집니다.

항상 지나치던 곳의 마법을 느낀 배달부의 내일은 똑같이 바쁜날의 연속이겠지만, 숲을 지날 때 앞만 보지 않고 옆도 보며, 숲 속의 생명들도 눈에 들어올 것입니다. 처음 변화를 느낀 순간부터 어제와는 다른 세상에서 살게 되겠지요.

울퉁불퉁함이 손끝에 느껴지는 그림은 귀엽고 환상적인 모습을 파노라마처럼, 미로의 길을 찾듯 보여줍니다.

그림책을 보면서도 눈과 머리는 글을 먼저 찾느라 그림 속 이야기를 발견하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숲의 요괴>는 그러한 습관을 벗어 자유로운 세상을 보여줍니다.

잃어버린 나를 찾아 떠나는, 숨어있는 나를 찾는 이야기. 오랜만에 나도 평화를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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