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의 요괴 - 2017 볼로냐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 수상작 밝은미래 그림책 51
마누엘 마르솔 그림, 카르멘 치카 글, 김정하 옮김 / 밝은미래 / 2021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가만히 보면 책이 아니라 그림 같습니다. 구름 위의 세상인듯, 그러나 꽃밭같은 구름 위 뾰족하지 않고 둥근 산. 아니, 산도 아니라 양이나 소인듯 움직이는 바위같기도 합니다.

산 자체가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보입니다. 파랗다 못해 밝은 코발트 빛 하늘 위에 살포시 찍힌 숲의 요괴.

왜 괴물이 아리라 요괴일까 국어사전을 찾아 보았습니다. '요괴'는 요사스럽고 괴이한 귀신, '괴물'은 괴상하게 생긴 사람이나 동물. 숲 자체가 요사스러운 귀신일까요, 길을 잃은 마르솔이 요괴일까요?

이 산은 우편배달부가 매일매일 넘어가던 곳입니다. 항상 바쁘게일하느라 빠르게 주위를 살펴보지 않고 지나치던 곳이지요. 그러나 어느날 급한 용변으로 차를 멈춘 그 곳. 급한 일을 해결하려 숲에 들어갔다길을 잃습니다. 나가는 길을 찾으려 하지만 그럴수록 더 숲을 헤매게 됩니다.

하지만 마르솔은 조급하거나 두렵지 않습니다.혼자인듯 아닌듯 마르솔에게 숲은 마법을 부립니다. 여긴가 싶을 때 저쪽으로 향하고, 손은 숲을 어루안지고, 발은 숲 속 깊이 뿌리를내립니다. 마르솔의 모습이 변할수록 그는 느긋해집니다. 그리의 숲의 정령처럼 모습도 변하지요.

그런 마르솔의 모습은 보는 사람을 불안하게 만들지 않고 오히려 웃을을 짓게 합니다. 편안한 미소와 함께 느긋한 마음의 여유를 줍니다. 그리고 이 모든 광경이 글보다 그림으로 펼쳐집니다.

항상 지나치던 곳의 마법을 느낀 배달부의 내일은 똑같이 바쁜날의 연속이겠지만, 숲을 지날 때 앞만 보지 않고 옆도 보며, 숲 속의 생명들도 눈에 들어올 것입니다. 처음 변화를 느낀 순간부터 어제와는 다른 세상에서 살게 되겠지요.

울퉁불퉁함이 손끝에 느껴지는 그림은 귀엽고 환상적인 모습을 파노라마처럼, 미로의 길을 찾듯 보여줍니다.

그림책을 보면서도 눈과 머리는 글을 먼저 찾느라 그림 속 이야기를 발견하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숲의 요괴>는 그러한 습관을 벗어 자유로운 세상을 보여줍니다.

잃어버린 나를 찾아 떠나는, 숨어있는 나를 찾는 이야기. 오랜만에 나도 평화를 느낍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