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몰입 - 눈앞의 성취부터 붙잡는 힘
로버트 트위거 지음, 정미나 옮김 / 더퀘스트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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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작은 몰입』에서는 저자가 만들어낸 말로, '마이크로마스터리(micro+mastery, '작은 단위의 숙달된 기술이나 지식')'가 핵심이다. 이는 작은 몰입만으로 충분한 만족감을 느낄 수 있는 최소 단위의 과제를 뜻하고, 과제가 무엇이든 그것을 끝까지 완전하게 해내는 과정과 결과를 중요하다. 마이크로마스터리를 해낸다는 건 그 자체로 완벽한 하나의 능력을 가졌다는 뜻이자, 그보다 더 큰 능력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뜻이다. 저자는 마이크로마스터리를 통해 지속적으로 작은 몰입과 성취를 맛보아 무슨 일이든 적극적으로 해내는 의욕과 끈기가 생겼던 자신의 여러가지 경험을 예로 들면서, '1만 시간의 법칙'과는 다른 새로운 배움의 기술을 독자들에게 소개하고 전수하고자 한다.

  여기에서 헝가리 출신의 심리학자 미하이 칙센트이하이의 『몰입』이라는 책에서 다루고 있는 '몰입'에 대해서 마이크로마스터리와의 연결점을 제시한다. 현재 하고 있는 일에 푹빠져 시간이 정지된 듯 느껴지는 상태인 몰입은, 뿌듯한 만족감을 안겨주는 동시에 신체 및 정신 건강을 증진시켜주는데, 마이크로마스터리야 말로 지루하지 않게 같은 일을 짧게 반복할 수 있어 우리를 이런 몰입상태에 빠져들게 한다는 점이다.

 

  마이크로마스터리를 잘 해나갈 수 있는 6가지 체계를 소개하고 있다.

 [마이크로마스터리의 6가지의 체계]

1. 입문 묘책 : 순조로운 몰입을 돕는 진입로 역할. 간단한 방법상의 변화와 같은 것

2. 쓰담쓰담-토닥토닥 장애 : 마이크로마스터리를 해내는 데 필요한 두 가지 기량이 서로 역효과를 내는 시점. 상충되는 여러 기량들을 잘 조합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데 도움

3. 환경의 도움 : 최적의 환경 조성(적절한 장비나 도구, 시간, 열린 마음 같은 것들)

4. 보상 : 모든 마이크로마스터리에는 크나큰 보상, 해도 해도 또 하고 싶어지게 의욕 자극하는 성취와 같은 기쁨 등을 동반

5. 반복 가능성 : 마이크로마스터리를 반복할 수 있으려면 지루하거나 유연성이 없거나 판에 박히지 않고 하면 할수록 실력이 향상되는 것이어야 한다.

6. 실험 가능성 : 실험을 활용하면 반복에 대한 의욕을 북돋을 수 있고, 연습을 해도 도저히 실력이 늘 것 같지 않은 과제도 실험이라는 툴을 활용하면 달성 가능

 

그리고 '나의 잠재력 찾아내기' 위한 규칙(재미를 찾아라, 꼬리를 봤다면 개의 전체 모습을 상상하라, 다차원/다감각을 익혀라. 전문가와 이야기하라)들을 알려주고 있다.

또한 '학습능력을 최고로 올리'기 위한 방법도 제시한다. 노력을 집중할 포인트 찾기, 유연한 뇌 쓰지 않으면 잃는다(뇌 가소성), 기억력을 높이는 방법, 다감각적 신경세포 활용하기, 더 빠르고 더 효과적인 학습법, 깊이 들여다볼수록 커지는 힘, 전략을 배우는 것도 유연성 있게, 더 행복하고 더 건강하게, 일단 움직여라, 생산에서 비롯된 즐거움이 더 오래 지속, 자신감 쌓는 연습, 최고의 몰입(각성과 통제 사이의 중간 수준), 과도한 복잡성의 덫 피하기에 대해 마이크로마스터리에 접목한 적절한 예를 통해 알려주고 있다. 

 

그리고 '바로 써먹는 일상의 작은 기술들'과 같이 저자가 지금껏 직접 해 본, 39가지의 구체적인 마이크로마스터리를 4~6가지 단계의 지침으로 설명하면서 소개하고 있다. 물론 이 부분에서는 '아이들 마음을 사로잡는 이야기하기'와 같이 나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들도 있었지만, 이것을 왜 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거나 어렵게 보이는 것들도 있었다.

 

  한 우물만을 그것도 깊게 파는 것이 좋다고 나도 모르게 받아들여온 것에서 벗어나 얕은 우물을 여러 개 파라고 말하는 저자의 생각은, 나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시했다. 그리고 책을 통한 간접 경험이 아니라, 다양한 감각을 활용해서 자신이 직접 몸소 해보고 느끼는 것이 학습방법으로도 주요한 점임을 생각해볼 수 있었다. 직접 해볼 수 있는 기회가 점점 축소되는 현 시점에서 몸소 해보고 느끼고 다시 해보면서 더 좋은 방법을 찾고 자신의 능력을 키워나가는, 그야말로 원시적일 수 있지만, 자신의 몸에 마음에 새겨질 수 있도록 과제를 작게 쪼개서 해결해나가는 '작은 몰입'은 내가 생각을 전환해 볼 수 있도록 설득력이 있다.

  이 책을 통해, 왜 마이크로마스터리인지, 작은 몰입인지에 대해 이해하면서 아직도 배울 것이 많고 배우고 싶은 것이 많은 나는,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작은 과제 나누고 그것들을 반복함으로써 나의 능력을 키우고, 성취감과 자신감을 맛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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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한 짜장면 - 윤재중 단편동화집
윤재중 지음, 백대승 그림 / 소나무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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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한 짜장면

 

   이야기를 들려주는 직업이 있었다. ‘전기수’. 조선시대 이야기를 들려주던 사람. 이야기를 책으로 접하는 요즈음 시대에는, 글이 아닌 말로 직접 듣는 이에게 실감나게 이야기를 전해주는 일이 귀해진 것 같다. “옛날 옛적에,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에...”처럼 할머니의 옛이야기를 듣는 것은 아주 귀한 경험이 되어버렸다. 물론 그림책을 읽어주시는 엄마, 아빠가 있지만 이렇게 책을 읽어주는 것과 아무것도 없이 이야기를 이어나가는 것은 그 맛이 달라도 아주 다르다. 이런 전기수를 꿈꾸던 윤재중 선생님이 11편의 동화를 엮어 단편동화집이 나왔다.

   책을 받은 순간, 나도 아이들에게 전기수흉내를 내보고 싶었다. 책을 눈으로 읽지 않았다. 두 아들이 잠자리에 누웠거나 쉬고 있을 때 책을 펼쳐들고서는 똑똑한 짜장면 - 짜장면 이야기부터 소리 내어 감정도 섞고 목소리도 다르게 하면서 또박또박 읽어 내려갔다. 평소에 그림책도 읽어준 터라 아이들은 재미있게 듣다가 다음 장면을 예상하기도 하고 웃기도 하고 나에게 묻기도 하였다. 책을 들고 있지만 않았다면 누가보아도 나는 전기수였을 것 같다는 생각을 문득 해본다.

   며칠에 걸쳐 아이들에게 책 속의 단편을 읽어주면서 이야기의 내용에 흠뻑 빠졌다. 똑똑한 아빠가 만드는 똑똑한 맛이 나는 짜장면, ‘안녕하세요 멋있는 요리사님 수타 짜장면 부탁드립니다와 같이 획기적인 메뉴의 짜장면, 헤어짐을 준비하는 만남, 자신의 잘못을 스스로 깨닫고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던 행운의 마법 연필’... 11편의 동화를 읽는 내내 마음이 훈훈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똑똑한 맛은 어떤 맛일까?’, ‘서로 대화할 때도 짜장면의 기발한 메뉴를 응용해서 해볼 수 있지 않을까?’, ‘나에게 행운의 마법 연필이 있다면 무엇을 할까?’... 단편을 읽고 나서도 아이들과 함께 모두 전기수가 되어 확장된 이야기를 서로에게 들려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똑똑한 짜장면 #윤재중 선생님 #단편동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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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퍼센트의 희망이라도 - 긴급구호의 최전선에서 써 내려간 감동의 기록
이용주 지음 / 양철북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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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구호의 최전선에서 써 내려간 감동의 기록

1퍼센트의 희망이라도

 

 

   식수 전문 국제구호 개발단체인 팀앤팀(Team&Team international)19년 동안 극심한 가뭄과 내전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지구촌 사람들에게 몸소 희망을 심어주며 조건 없는 사랑을 실천하는 공통체이다. 지하수를 개발하여 깨끗한 물을 제공하고, 긴급구호를 통해 식수와 보건 위생 지원을 하고 있다. 생존을 위해 필수불가결한 을 매개로 물이 필요한 지구촌 곳곳에 사는 사람들에게 생명수를 공급하고 있다. 매순간 필요한 물을 충분히, 오히려 넘치도록 사용하고 있는 우리들로써는 상상하기 힘든 극한 상황... 극심한 가뭄으로 인해 물을 찾아 하루 6시간을 걷는 아이들의 사진은 마음을 아프게 한다.

    이 책은 팀앤팀의 주요 활동을 현장을 중심으로 4개의 장으로 나누어 이야기하고 있다.

    1동부 아프리카 지하수 개발 현장’, 2긴급구호 현장’, 3시에라리온 에볼라 구호 현장그리고 마지막 4아프리카 청년들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각각의 현장에서 보여주는 현지민들의 고통과 슬픔은 읽는 내내 마음을 아프게 하였고, 이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애쓰는 팀앤팀이 겪는 위험하고 힘든 경험들은 이들의 헌신적인 삶을 고스란히 읽을 수 있었다.

    물이 필요한 곳에는 물이 공급될 수 있는 시설을 설치하고, 현지민이 이를 운영하고 유지·보수할 수 있도록 교육까지 하고 있다. 특히 가뭄이 심한 곳은 물론이고, 전염병으로 접근조차 힘든 지역에 들어가 보건위생을 위한 깨끗한 물을 공급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통해 이들이 얼마나 큰 사명감을 가졌는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들의 결정에는 늘 사람의 생명이 달려 있기 때문에, 그들은 “0.1퍼센트의 가능성만 있어도 포기하지 않고 시도한다.” 아프리카의 아픈 역사들, 그리고 내전으로 인해 가족을 잃고 삶의 터전조차 잃어버리고 생존까지 위협받는 삶을 지금껏 이어지고 있는 힘들고도 아픈 그들의 상황을 자세히 들여다 볼 수 있었다. 매스컴을 통해서만 접하는 일이어서 나와는 무관한 일들처럼 무성의하게 대했던 어리석음을 반성하고 더 관심을 가져야겠다는 생각 또한 하게 되었다.

    무엇보다 마지막 장에서 아프리카의 근본적인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고 아프리카 청년 지도자들이 많이 일어나서 스스로 이 땅을 변화시키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함께 나누고 실천하는 모습은 진정으로 내가 바라던 것이어서 매우 감동하였다. 도움을 받는 아프리카는 주체적인 위치에서 문제를 바로 인식하고, 스스로 변화시키고, 어려움을 헤쳐나가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음을 지은이는 꿰뚫고 있었다.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아프리카 청년들이 교육을 받고 변화하고, 꿈을 꾸고 나아가 아프리카를 변화시킬 수 있도록 다방면으로 지원하고, 이제는 청년들이 그러한 일련의 과정을 스스로 운영해나갈 수 있을 만큼 성장한 모습을 보니 뿌듯함이 밀려왔다.

    결국은 이처럼 스스로 깨닫고 스스로의 힘으로 설 수 있도록, 자생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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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을 읽는 시간 - 관계와 감정이 편해지는 심리학 공부
변지영 지음 / 더퀘스트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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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와 감정이 편해지는 심리학 공부

내 마음을 읽는 시간(변지영 지음 / 더퀘스트)

    

나는 그저 내 안에서 이끄는 대로 살고 싶었는데,

그것이 왜 그리도 힘들었을까?’

_데미안중에서

 

 

   “과연 나답게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평소 마음·정서와 같은 심리적인 영역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었다. 심리학에도 관심이 많았지만, 전문적인 서적을 읽어볼 엄두가 나질 않았다. 그리고 지금 내가 겪고 있는 수많은 고민과 갈등과 힘겨움, 무기력함 등과 같은 부정적인 정서에 대한 원인과 그로부터 헤어날 방법을 찾지 못해 혹은 구체적인 방법을 알지 못해서 답답함을 느끼고 있었다. 나의 상태에 대한 공감과 동시에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도움을 주고, 그 원인과 해결방법을 찾아갈 수 있도록 실제적인 도움을 주는 책을 찾고 있었다. 그런 내가 이 책의 서문을 읽으면서 바로 나에게 하는 이야기인 것 같아, 서문을 읽는 것만으로도 위로와 위안을 받았다.

   호기심을 품은 채, 책을 읽어가면서 제일 먼저 와 닿았던 부분은, 정서적·심리적인 부분의 인지와 이해가, 정신건강 뿐만 아니라 신체건강에도 많이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그 동안 마음과 몸이 연결되어 있음을 등한시한 채, 정서적·심리적인 부분과 신체적인 부분을 구분하고 별개로 인식하고 있었다. 책을 읽는 동안, ‘라는 사람을 구성하고 있는 몸과 마음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재차 분명하게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심리학에서 다루는 용어와 개념에 대해서 의학적인 언어도 포함되어 있었지만, 그 언어를 일상적인 언어로 쉽게 설명하고 있어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되었다. 최근 많이 언급되는 뇌과학의 영역에서, 심리학을 접근하여 설명하고 있어 새롭게 다가와 신선했다. 이미 뇌과학영역을 바탕으로 심리학의 접근이 이루어지고 있었다면, 그에 대한 저의 배경지식이 부족함에서 기인한 신선함일 수도 있지만... ‘의 무궁무진한 비밀에 대한 호기심도 발동하기도 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마음과 몸의 변화 그리고 마음과 몸이 연결되어 있음을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되었다.

   이 책은 크게 ‘1‘2로 나뉘어 있다. 1부에서는 내 마음을 읽는 법을 주제로 나를 읽는 마음도구를 자기분화, 애착, 정서분별, 정서조절 이렇게 4가지로 소개하고 있다. 2부에서는 삶을 탄탄하게 구축하는 법을 주제로 나를 바꾸는 마음도구를 마음챙김, 자기자비, 조망수용 이렇게 3가지로 소개하고 있다. 각각의 개념을 사례와 연구 자료를 제시함으로써 바로 나를 들여다보고 나에게 적용해볼 수 있도록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다. 다음 장으로 넘어가기 전에 이번 장에서 이야기한 내용에 대한 요약과 더불어 다음 장에서 다룰 내용을 언급하고 서로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정리해 주어서, 책을 읽고 있는 내가 책의 어느 지점에 와 있는지를 짚어주었던 점에서 저자의 자상함을 보았다.

   이 책에서 나는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기를 원하는 사람, 나 자신에게 솔직해지고 싶은 사람이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던 고민을, 이 책을 읽고 나서는 타인이 아닌 자기 자신에게 진솔하게 털어놓음으로써 답답함을 해소하고, 그것의 원인과 해결책을 찾아가도록 도와줄 수 있을 것 같은 희망을 읽었다. 그 희망을 가시화하는 것은 이제 나의 몫이다.

 

당신이 무언가를 잘한다고 해서 좋아하고,

못한다고 해서 미워하지 마라.

사랑하는 사람이나 소중한 친구를 대하듯,

자기 자신을 언제나 친절하게 대하라.

_크리스틴 네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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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버스 - 세상을 바꾼 다섯 개의 수
EBS <넘버스> 제작팀 지음, 김홍종 감수, EBS MEDIA / 민음인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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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 문과는 고려해보지도 않고 무작정 이과를 선택했던 단순한 이유는 '수학을 좋아해서'였다. 중학교까지는 수학을 좋아하기도 했지만 잘 했던 것 같다. 그러나 고등학교에서는 그 좋아하던 수학을 잘 하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수학이 좋아 이과를 선택한 것은 너무나 순진했다는 생각이 든다. 수학을 좋아한 이유는 단계단계를 밟아가다보면 하나의 정답에 이를 수 있는 '명쾌함'과 문제를 풀어냈을 때의 '희열', 이 두가지뿐이었다. 그리고 세상살이에도 정답이 있고 그 정답을 찾아야 한다는 나의 생각이 수학에 더 끌렸던 것 같다. 하지만 세상살이는 정답이 없다는 것을 서서히 깨닫게 된 순간부터 수학을 멀리하게 되었다. 아니 수학은 쳐다보지도 않았다. 왠지 배신감이 들었다. 차근차근 문제를 해결하다보면 더없이 좋은, 아니 정확한 정답을 찾을 수 있는 수학처럼, 학창시절을 거치고 사회에 나가면 나의 삶도 정답을 찾아 그 길대로 나갈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있었다. 참으로 단순한 생각이었다. 인생이 그렇지 않음을 수학의 탓으로 돌리는 어리석음이 지금은 부끄럽기만 하다. 그러다 다시 수학으로 발걸음을 돌리게 되었다. 예상치 못하는 복잡미묘한 세상살이, 온갖 일이 벌어지는 세상살이에 정답은 없지만 살아있는 동안에는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이고, 한 가지 답만이 있을 수 없다는 점을 받아들이면서 해결되지 않는 온갖 문제들을 접하면서 어지러움증을 겪을 때, 명쾌한 정답을 찾을 수 있는 그 '희열'을 맞보고 싶어서였다. 그래서 다시 중학교 수학책을 펼쳐들고 개념과 정의를 들여다보고 수학문제를 들여다보았다, 나이 사십에...

  ​그렇게 다시 수학에 관심을 갖게 될 무렵, '세상을 바꾼 다섯 개의 수' (π, ∞, x, 0, i) 를 부제목으로 갖는『넘버스』를 읽게 되었다. 그야말로 '수학의 언어'를 역사와 철학의 의미로 확장시켜 알아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다. 원주율 'π', '무한'을 뜻하는 기호 '∞', 미지수 'x', 인류가 처음부터 '0'이 있었던 것을 알았던 것이 아니었고, 마지막으로 허수 'i'까지 다섯 개의 수가 누구의 어떤 호기심과 어떤 노력으로 어떻게 발견되었는지 그 여정을 흥미롭게 이야기하고 있다. 2017년 10월 3일부터 다시 방영하는 'EBS다큐프라임 - 넘버스' 또한 책의 내용을 다시 한번 복습하는 의미에서 이해에 도움이 되었다. 흔히 수학에 대해 짧은 생각으로 편견을 갖고 있던 사람들이나 특히 수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넘버스』는, 수학을 왜 배우고 있는지, 수학 안에서 사용되는 수많은 수학의 언어의 의미가 본래부터 있던 것이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의 호기심과 노력과 연구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이야기의 구성은 참으로 흥미롭게 다가올 것 같다. 그리고, 이러한 수학의 언어는 보이지 않는 추상적 언어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이 생겨나면서부터 이미 우리의 삶속에 이미 녹아져 있던 것임을 깨우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된 책이다. 『넘버스』는 다섯 개의 수에 대한 개념을 설명하는 수학이론책이 아니다. 우리 삶에서 함께 이루어가는 수학에 대하여 생소하거나 어렵게만 여겨지는 수학의 언어에 대하여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그것에 대한 해답을 차근차근 찾아가는, 어찌 보면 우리의 인생에 질문을 던지고 각자의 해답을 차근차근 찾아가는 삶의 여정과 닮아있음을 은근히 알려주는 것은 아닐까. 지금까지 나는 수학의 무엇을 알고 있었던 것일까? 책을 읽으면서 그동안 수학의 겉만 보고 그것이 수학의 전부인 것으로 착각하고 더 깊이 들여다보지 않은 것을 후회하게 되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그 근원을, 근본을 깊이 들여다보고 찾아보고 싶은 호기심을 갖게 되었으니, 내 나름의 의미깊은 책 읽기 였다는 생각을 한다. 무엇보다 그 시작점에 『넘버스』가 자리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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