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독서회의 선정도서가 공선옥의 <붉은포대기>이다. 일찌감치 도서관에 가서 찜 했어야 하는데 이미 발빠른 독서회회원님에게 추월당한 상태=_=.. 할 수 없이 꿩 대신 닭이라고.. 공선옥의 산문집 <사는게 거짓말 같을 때>를 빌려보았다.  

 흠, 예전에 한번 공선옥에게 크게 당한적이 있다. 그녀의 소설인 <유랑가족>. 단순히 평이 좋아서 읽게 된 작품이었는데 맙소사.. 그 소설, 너무 잔인했다. 아무리 문학작품의 효용중에 하나가 '간접경험' 이라고는 하지만.. 이건 정말이지 별로 경험하고 싶지 않은 아픔이었다.  

 가난한 사람들, 처절한 삶. 그녀의 작품은 그렇게 과감없이 우리 눈에 잘 보이지는 않지만, 분명 어딘가에서 존재하고 있을 그 사람들의 삶을 그리고 있었다. 아프긴 했지만 알아야는 하기에 그렇게 눈물이 마를새도 없이 그 소설을 꾸역꾸역 읽어내렸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이 책, <사는게 거짓말 같을 때>..

 공선옥, 이라는 이름만으로도 어느 정도 그럴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맙소사..' 생각보다 정말 더 독한 사람이다. 

 어떻게 이렇게 한 문장, 한 문장이 읽기가 힘들 수 있단말인가(정작 가독성은 작가의 필력으로 인해 뛰어나면서도 말이다.) 정말 너무도 거짓말 같은 세상, 그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

 하지만, 지난번 <유랑가족> 이 그랬던것처럼.. 이번에도 역시 꾸역꾸역 다 읽어내려갈 수밖에는 없을것 같다. 현실과 마주섰을때 도망치지 말아야지. 언제까지 눈감고 귀 막으면서 외면하고 살 수는 없다. 잔혹한 현실, 인정하고 싶지 않은 뒤안길의 사람들..  거짓말 같지만, 모두가 현재 진행형인 끔찍한 사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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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09-03-26 15: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선옥은 늘 마음에 그리운 이름이면서 제겐 김현경과 더불어 읽고 싶지 않은 작가예요.

바이런 2009-03-27 17:41   좋아요 0 | URL
흠.. 그러시군요..

머큐리 2009-05-20 15: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공선옥에 대해서 탐독하려고 하는데...이 책도 꼭 읽어야 겠군요...
 

 

 

 

 예전에 영상관련 수업을 하는 교수님께서 우리들에게 문득 이런 질문을 하셨다. "문사철이 뭔지 아는사람?" 우연인지 뭔지, 마침 그 당시 바로 일주일전에 책을 통해 '문사철 600권은 읽어야 사람노릇을 할 수 있다' 라는 문장을 읽었던 나는, 벙쪄있는 아이들 사이로 당당하게 손을 들고 말했다. "문학, 역사, 철학입니다."  

 그러자 교수님이 흐믓해하시며 이렇게 물었다. "그렇지. 학생은 인문학에 대해 관심이 좀 있나?" .. 쏴 -  방금전까지만해도 교수님의 질문에 대답했다는 뿌듯함에 의기양양했던 나는, 곧 눈을 내리깔고는 기가 팍 죽어버리고 말았다. "뭐..쬐끔요" 

 

 얼 쇼리스의 <희망의 인문학>을 읽은 이후, 나는 인문학공부를 해야겠다고 강하게 다짐했었다. 

하지만 인문학이란 내게는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 인지라.. 그 결심은 언제나 흐지부지.. 유야무야 되어버리고 말았다. 물론, 문학책도 읽고, 철학책도 좀 보고, 역사책까지 가~~끔 보긴 하지만(역사랑 과학은 나의 아킬레스건이다-_ㅜ), 뭔가 깊이있는 인문학에 대한 갈증은 언제나 가시지가 않았던 것이다.  

 깊이 있는 인문학의 우선 과제 = 고전의 독파, 라는 생각으로 고전들을 몇 권 읽어보긴 했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나를 찾아오는것은 '깨달음' 의 기쁨보다는 '무지' 의 쓰라림뿐이었다. 카프카의 <심판>을 읽고 안심하는 찰나 넘을 수 없어뵈는 <성>이라는 작품이 발목을 잡았고, 막스 베버의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을 과제를 핑계삼아 완독하고 자신감에 넘쳐 있기가 무섭게 맑스의 <자본론>이 엄청난 무게로 다가왔다.('막'스베버와 '맑'스는 ㄱ 받침과 ㄺ의 받침의 차이만큼이나 내게는 건너기 힘든 강처럼 느껴졌다. 그렇다고 막스베버가 쉬운건 또 아닌데;) 

 그렇게 인문학에 대한 한바탕 소동(?)이 끝난 뒤, 나는 어느새 다시 토익공부를 위해 토익책을 들고, 퍽퍽한 현실에 내게 위안을 주는 잠언형식의 글들을 읽었으며, 경제위기에 휩쓸리는 현실을 보며 손에 잡히는 대로 경제서적을 펼쳐 보고 있었다. 

 물론, 책이야 다 가치가 있어서 굳이 '인문학' 공부를 위한 '고전' 이 아니라한들, 가치가 없는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요즘들어.. 다시금 슬며시 '인문학' 에 대한 부채가 고개를 드는 것 같은 기분이다. (이건 최근에 읽은 <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이 자극이 된 것 같다.) 

 

 아직은 겨울인것만 같지만, 새롭게 시작하는 기운이 스멀스멀 올라올 2009년의 봄. 

 나는 그간 눌러놓기만 했던 그 인문학에 대한 부채를 조금씩 갚아가려고 한다. 아트 앤 스터디 강의를 신청해 볼까? 혹은 오늘부터 문 걸어 잠그고 고전을 하나하나씩 독파 해볼까. 방법은 그닥 떠오르지 않지만, 그래도 이제는 공부에 열을 올려볼까 하는 기특한(?) 마음이다. 그 신호탄으로 방금 신청하고 온 고병권님의 특강이 당첨된다면 좋으련만..........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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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승수 2010-08-29 17: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안녕하세요. 저는 <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 저자 임승수입니다. 인터넷에서 제 책에 대해 써주신 글을 보고 이렇게 글을 남깁니다. 좋은 글 써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제가 이번에 마르크스 철학을 쉽게 풀어 쓴 <원숭이도 이해하는 마르크스 철학> 책을 출간했습니다. 변증법적 유물론과 역사 유물론의 핵심적인 내용들을 대화체로 쉽게 풀어 썼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아래의 예스24 책소개 주소를 방문하시면 책의 자세한 정보를 보실 수 있습니다.

http://www.yes24.com/24/goods/4136229

바이런 2010-09-01 17:10   좋아요 0 | URL
으아.....영광입니다! 이번 책도 기대하겠습니다!
 

인사이트밀, 을 읽고 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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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매꽃 - Grandmother's Flower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아주 힘들게 살다보면 정작 자신이 힘들게 살아가고 있다는것도 인식하지 못하는 순간이 온다. 몸은 몸대로 고달프고, 마음은 상처투성이로 헤어질때로 헤어져서, 아픔이 아픔인지도 모르고 슬픔이 슬픔인지도 모르며 살아가게 된다. 그럴때 누군가가 '힘들었지?' 라고 물어오면 무의식속에 눌러두었던 온갖 감정들이 봇물터지듯 밀려온다. 아닌 척 했지만 너무도 간절히 누군가가 나의 아픔을 알아주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아무런 상황의 변화를 가져오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누군가가 보내 오는 위로의 제스쳐는 그렇게 큰 치유의 힘을 가진다.

 한국전쟁을 겪어 온 이 땅의 거의 모든 사람들은 모두 크건 작건 전쟁의 상흔을 가진채로 살아야만 했다. 소중한 누군가가 사지로 내몰렸고, 남겨진 누군가는 신음했으며, 모두가 쉬쉬하며 아픔과 슬픔을 억누르는 상황속에서 마음 속 상처는 곪아가기만 했다. 그 때는 다 그렇게 살아서 특별할것도 없는 비극이었다. 하지만 그 상처는 시간이 지날수록 치유되기 보다는 도장처럼 깊이 박혀만 들어갔다. 아픈 기억은 묻어두려할수록 떨쳐버릴 수 없는 짐이었고, 돌이키기 싫은 과거는 교묘한 방식으로 되풀이되곤 했다.

 이 영화 <할매꽃>은 그러한 한국현대사의 소용돌이 가운데 있었던 한 가족의 이야기를 조명하는 다큐멘터리이다. 감독은 자신의 어머니, 삼촌, 그리고 영화의 중심축이 되는 외할머니를 향해 카메라의 시선을 던진다. 그것은 가족의 이야기이면서도 역사의 단편이고, 개인의 환부이면서 사회의 치부이기도 하다. 우리의 부모님, 할머니 할아버지, 그리고 삼촌과 이모들은 대체 어떤 시간들을 지나왔던걸까. 모두 아무렇지도 않게 현재를 살아가고 있지만 그들은 정말로 괜찮은 걸까. 영화는 그 질문을 가지고 이야기를 시작해 나간다.

 끔찍했던 시간이었다. 동족상잔의 비극. 같은 상처라도 가까운이에게 당한 상처라 그 골은 더 깊었다. 감독의 외할머니는 오빠를 잃었고, 외할머니의 동생은 정신질환에 시달렸다. 외할머니의 남편은 '살아남은자의 고통' 을 견디다 못해 술에 빠져 살아야 했고, 그렇게 남겨진 외할머니는 평생을 마음에 한을 안고 사셔야만 했다. 역사속에 휘말린 개인의 삶은 갈기갈기 찢어져 있었다. 사람들은 서로를 의심했고, 경계를 늦추지 못했다. 그 끔찍한 세월들이 그 세대가 짊어져야 했던 애환이었다.

 모두가 너무 힘들었다. 한번도 내색하지는 않았지만, 찢어질듯한 고통을 안고 살아왔다. 그러나 누구도 그들에게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어요' 라거나 '고생 많으셨죠?' 라고 따뜻하게 물어오지 않았다. 그들은 침묵했고 우리 또한 알려하지 않았다. 혹자는 말한다. 이미 지나간 일을 들춰서 무엇하냐고, 오히려 그게 더 상처를 드러내는 일 아니냐고. 글쎄, 나도 그 점에 대해서는 확신이 서질 않는다.
그러나 분명한건, 한국전쟁을 겪어온 우리의 윗 세대들은 힘들게 살아왔고 그 고통의 시간들에 대해 누군가는 이해하고 위로를 건넬 필요가 있다는거다.
 

 감독은 그의 외할머니가 숨을 거두시려하는 순간에 담담한 목소리로 '고생많으셨죠, 다음 생에서는 편안히 사세요' 라고 말한다. 손자의 목소리를 듣는 할머니의 표정을 보면서 나는 쏟아지는 눈물을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얼마나 이해받고 싶으셨을까, 얼마나 누군가에게 그런 위로를 듣고 싶으셨을까. 별 거 아닌 한 마디인데, 그걸 누군가 해 주지 못해서 그동안 얼마나 많은 세월을 답답하게 지내셔야만 했을까. 가슴이 너무도 뻐근해져 왔다.

 모두가 힘들다, 괴롭다 외쳐대는 이 사회에서 그 고통을 고통이라고 말도 못하고 살아 온 수많은 사람들... 그 쓰라린 현대사의 비극 가장자리에 자리잡은 개개인의 이야기들이 내 마음을 울렸다. 이 이야기는 감독의 이야기이자 나의 이야기였고, 또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기도 했다. 나의 아버지, 나의 어머니, 나의 할머니, 나의 삼촌의 이야기였던 것이다. 이제는 인내의 시간을 견뎌 온 그들이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우리가 조금은 그 짐을 덜어드려야 할 때가 아닌가 한다. 어려울 건 없다. '정말 힘든 시간을 견뎌오셨네요..' 진심이 담긴 위로의 그 한 마디면 된다. 그 작지만 마음을 울리는 고백이 이 영화를 보고 난 관객에게 남겨진 몫일 것이다. 

 



 * 제 블로그 byron.tistory.com에도 게재한 글임을 밝혀둡니다. 

 알라딘 이벤트를 통해 본 영화이기에 알라딘에도 글을 중복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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