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면 비대면 외면 - 뉴노멀 시대, 우리는 어떻게 연결되는가
김찬호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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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아쉬운 점이 있다면 원격 근무나 유연 근무가 전문직, 관리직, 사무기술직 등 일부 직종에서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의료진, 돌봄 노동자, 배달업자, 소방관 등 이른바 필수 노동자들은 재난 상황에서도 변함없이 사람들과 접촉했다. 필수 노동자란 미국의 로버트 라이시 교수가 코로나19에 의해 새로운 계급 분열이 일어났다면서 내놓은 개념으로, 실직의 위험은 적지만 팬데믹 상황에서도 업무를 수행하느라 감염 위험에 노출된 직종을 말한다. 미국에서는 필수 노동자를 ‘The Essentials, 영국에서는 ‘key workers‘라고 부른다. 코로나19는 사회가 유지되고 일상이 영위되는 데 핵심이 되는 일이 무엇인지, 그들에 대한 인식과 처우가 합당한지를 새삼 질문하게 해주었다. - P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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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몸과 타인들의 파티
카먼 마리아 마차도 지음, 엄일녀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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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이리 와." 남편이 말합니다.
"싫어." 나는 말합니다. "내 리본을 건드릴 거잖아."
남편은 일어나서 바지 속으로 자기 것을 집어넣고 지퍼를 올립니다.
"아내란," 남편이 말하네요. "남편에게 어떤 비밀도 없어야 해."
"난 비밀 같은 거 없어." 나는 그에게 말해요.
"그 리본은."
"리본이 무슨 비밀이야. 이건 그냥 내 거야."
"그걸 달고 태어났어? 왜 목에 있는데? 어째서 초록색이야?"
나는 대답하지 않습니다.
남편은 한동안 잠자코 있더니, 이러는군요.
"아내란 어떤 비밀도 없어야 해."
코가 빨개집니다. 나는 울고 싶지 않습니다.
"난 당신이 지금까지 요구한 건 뭐든 다 들어줬어. 나에겐 이것 하나도 용납되지 않아?" 나는 말합니다.
"난 알고 싶어."
"알고 싶은 거라고 생각하겠지. 하지만 아닐걸."
"왜 그걸 나한테 숨기고 싶어하는데?"
"숨기는 게 아냐. 이건 그냥 당신 게 아니라고."
-예쁜이수술- - P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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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의 말들 - 사랑도 혐오도 아닌 몸 이야기 아르테 S 5
강혜영 외 지음 / arte(아르테)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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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몸에 ‘대한‘ 책이 아니라는 점에서 의미 있다. 『몸의 말들』은 ‘몸 = 나‘임을 잘 보여준다. 흔히 하는 ‘내가 내 몸에 대해 쓴다‘는 말은 어불성설, 두 개의 자아가 부닥치는 정신분열이다. 사회운동에서 몸에 대한 자기 결정권은 여전히 중요한 권리지만, 정확히 말하면 내 몸은 내 것이 아니다. 내가 내 몸의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다. 내가 사는 삶이 몸이다. 몸이 나다. 그러나 육체와 정신의 분리와 위계는 너무나 뿌리 깊어서, 이 말은 생각보다 어려운 언설이다. - P4

몸은 외모 외에 건강, 자기표현, 공중 보건, 관계, 정체성, 생애주기, 취업 문제까지 생을 망라하는 행위자다. - P7

‘사회적 약자‘는 평생 자신을 사랑하는 문제와 투쟁해야 하는 이들이다. 성별, 인종, 계급, 나이 등은 인간의 본질이 아니라 사회적 해석이다. 몸의 영역에는 쉽거나 작은 실천이 없다. 인생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 자신을 알고 변화시키는 것이기 때문이다. 타인의 시선을 상대하는 용기, 나이듦을 인정하는 갓, 아픈 상태도 인생의 소중한 부분이라는 인식, 남의 몸에 대해 되도록 적게 말하기부터 시작하자. - P14

내 피부, 내 몸을 사랑한다는 건 사실 자존감의 문제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일 수 있다는 건 있는 그대로의 내 몸도 받아들일 수 있다는 거니까. 하지만이 자존감은 높거나 낮거나의 두 가지의 선택지만 있는 것이 아니며 어느 한쪽에만 멈춰 있는 고정된 형태도 아니다. 어제 술을 마셨다면 내 몸을 사랑하지 않는날이 되고, 오늘 운동을 하고 건강한 음식을 먹는다면 내 몸을 사랑하는 날이 된다. 언제든지 나는 나를 사랑하거나 싫어할 수 있다. 그렇기에 사랑하지 못했다고 해서 나 자신을 통째로 부정하거아 자책할 이유도없다. - P42

그렇게 내 몸 이곳저곳은 삶을 기록하는 저장소가 되었다. - P125

타투는 우리가 살며 하는 수많은 선택들 가운데 몇 안 되는, 오로지 나만의 것이다. 벽은 너무나도 높게 느껴진다. 어느 정도의 고통이 수반되는지, 이 타투가 정말 상상하는 모양대로 내 몸에 남을 것인지, 늙으면 어떻게 될지, 경험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런 과정 끝에 내 몸에 남는 것은 나이테와 같은 기억의 흔적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잉크는 내 몸과 함께 늙는다. 햇볕과 시간에 의해 톤이 변하기도 한다. 작업을 받고 아무는 과정에서 조금 많이 떨어져 나갔지만 그냥 그대로 둔 경우도 있다. 내 몸 몇 군데에 같이 늙어가는 친구를 두는 것이다. - P129

실제로 운동을 즐기는 사람들에게 왜 그렇게 힘들게 운동하는지 물었을 때 무언가를 확인해보고 싶었다는 대답을 꽤 들었다. 자신 안에 있는 변화의 가능성을 확인해보고 싶었거나, 가시적으로 변화하는 자신의 몸을 보고 싶었던 것일 수도 있다. 자영에게 성적 판타지를 이야기할 때 현주는 왜 나이 많은 남자와 자고 싶은가에 대해 이렇게 답한다. 젊은 남자들은 다 자기 몸을 인정해주길 바란다고. 그런데 정작 힘들게 만든 자신의 몸은 제대로 봐주지 않았다고 한다. 타인을 통해서 자신의 변화를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현주에게도 있는 것이다.
섹스도 결국은 상대방의 반응을 통해 나를 확인하는 과정이 아닐까 생각한다. 타인과의 관계를 통해서만 나의 현재 위치를 확인받고 싶은, 누군가는 이기적이라고 볼 수도 있는 그런 마음이 있을 수 있는 것 아닐까. - P186

상처난 마음과 몸을 묻기로 결정한 나는 침묵했다. 이 시간만 잘 버텨내면 괜찮을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자꾸만 삐져나오는 감정을 더 깊이 묻어두기 위해 노력했고 그럴수록 나는 스스로에게 더 가혹해졌다. 진솔한 마음이 드러나는 순간 인내해왔던 모든 시간과 노력이 무용지물이 될까 봐 두려웠던 것이다. - P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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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승일기
김지승 지음 / 난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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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디스 버틀러가 그랬다. ‘나는 누구인가’말고 ‘함께하는 세상에서 우리는 누구인가’를 질문해야 한다고. - P199

자매애는 약자들 속의 약자를 알아보는 깊숙한 시선입니다. 알아볼 수 있기 때문에 혐오하고 증오하고 사랑할 수 있었어요. 여성들 사이에서 실제로 일어나는 관계를 자매애로 한정하는 일은 또 한번 여성의 감정과 욕구를 억압하는 일이 될 수 있습니다. 자매애 안에서도 모진 말들과 악의가 무럭무럭 자랍니다. 그것에 대해서도 자매애만큼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 P228

굳이 어렵게 쓸 필요가 있나요?

어렵고 쉽고의 기준은 차치하고, 어렵다는 게 대충 무슨 말인지도 안다 치고 말하자면 그렇게 쓸 수밖에 없는 삶이 있다. 말끔하게 정제된 이야기는 어떤 주요한 규칙으로 세상에 있는 무언가를 삭제하고 편집한 결과다. 그 규칙은 누가 만드는가, 라고 시작하기에는 이 얼굴도 모르는 이를 향한 애정이 아예 없었으므로 나는 되도록 짧게 혼잣말한다. 정제된 이야기라고 썼지만 이것 역시 간명하게 설명되지 않는다. 그냥 번번이 정육점의 포장육이 떠오르더라는 것. 살아서 고통받는 소의 이미지를 불편하게 그리지 않고 깔끔하게 포장된 부위를 원하는 만큼 사갈 수 있으면 아무 문제가 없는 이들의 이야기. 죄책감을 떠올리지 않으려고 우리가 외면하고 망각하는 게 놀랍도록 많다는 사실만 헤아려도 이야기가 그렇게 딱 떨어지게 설계될 수 없다는 걸 이해할 수 있을 텐데. - P271

내가 하는 말은 제일 먼저 내게 들렸다. 말이 되기도 전에 들렸다. 대답도 내게 먼저였다. 시끄러. 웃기지 마. 거짓말. 너나 잘해. 많은 사람 앞에서 발언할 때 나는 나 자신도 거기 사람들 사이 어딘가에 앉혀놓고 말한다. 다양한 자기모순 안에 똬리 튼 사람들 틈에 앉아, 가장 잘 아는 한 사람의 모순을 직시하는 내가 언제나 부끄럽다. 그럴 때 시도하는 농담은 결과가 늘 좋지 않다. 더 부끄러워진다. 말의 뼈들이 다 부러진다. 말이 눕지도 서지도 앉지도 못하면서 그 모든 것을 하려고 애쓴다. 나를 마주보고 앉은 이들은 모를 그런 순간, 나만 감각하는 순가. - P295

‘아, 못하겠다……‘ 다음을 채우는 것들. 멈춤이고 하차이고 쉼이고 영영 그러지 못해서 치닫는 슬픔이다. 궤도 밖에도 삶이 있으므로 우리는 계속 고통받겠지만 "아, 못하겠다……" 하고 일단은 밖으로 탈주하는 상상. 트랙에서 병실에서 이 행성과 몸에서. - P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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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승일기
김지승 지음 / 난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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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뮈의 일기를 떠올렸다.
치유의 단계들. 자유의지를 잠들게 하라. ‘해야 한다‘는 이제 그만. - P154

힘들 때 힘들다고 말할 줄 아는사람이 내 주변에는 별로 없다. 말하지 않으면 모르기 때문에 우리는 모르는 채로 살다가 과거 어느 순간을 뒤늦게 이해하는 방식으로 한 사람의 고통과 연결된다. 아니, 이해한다기보다 그 시간을 수긍한다고 해야 할까. 그렇구나, 그런 일이 있었구나. 그런데도 너는 고맙게 살아주었구나. - P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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