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언어를 위해서 쓴다 - 융합과 횡단의 글쓰기 정희진의 글쓰기 5
정희진 지음 / 교양인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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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 데리다, 버틀러를 ‘잇는‘ 현대 철학의 가장 큰 성과는 인간의 본질이란 것이 없음을 밝힌 것이다. 인간은 단지 자기행위로서 구성 중(in process)인 존재다. 사는 대로 생각하자. 그것이 나다. 그래서 우리는 언제든 변화할 수 있다. - P33

저절로 생긴 말은 없다. 말은 권력관계의 산물이다. 사회적 약자는 언어가 만들어지는 과정에 참여하지 못한다. 애초부터 백인 남성 외의 이들은 선제(先除, foreclosure)되었다. 지동설부터 여성주의까지 새로운 사유는 어느 시대나 파문과 혐오의 대상이었다. 그러니 나를 억압하려고 만든 말에 답하려 하면 백전백패다. 융합적 사고는 언어의 전제를 알고 자기 관점에서 기존 지식에 대응하는 사고방식이다. ‘답정너‘는 폭력이다. 질문을 되돌려주거나 말을 궤도 밖으로 끌어내 ‘그들을‘ 낙후시키자. - P40

여전히 윌슨의 《통섭》에는 명문이 즐비하다. 융합의 가장 기본적인 목표는 다음이 아닐까. "과학 이론은 반례들에 직면하면 폐기되도록 특별히 설계되어 있다. 그것이 이왕 틀린 것이라면, 빨리 폐기되면 될수록 좋다. ‘실수는 빨리 할수록 좋다‘라는 격언은 과학적 실천에서도 하나의 규칙이다. 과학자들도 자신이 만든 구조물과 사랑에 빠지고는 한다. 물론 나도 예외는 아니었다. 불행히도, 자신이 틀리지 않았다는 점을 보이기 위해 평생을 헛수고하는 과학자들도 있다. ・・・・・・ 이론은 거듭되는 장례식을 통해 진보한다." - P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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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언어를 위해서 쓴다 - 융합과 횡단의 글쓰기 정희진의 글쓰기 5
정희진 지음 / 교양인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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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와 물질은 대립하지 않는다. 물질은 언어에 의해서(만) 물질, 곧 현실이 되기 때문이다. 인식 행위가 존재를 가능케 한다. 탈식민주의나 여성주의가 ‘비가시화된 약자‘의 현실을 그토록 문제 삼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보이지 않는 것은 없는 것이다. 어느 사회에나 ‘이미 배제된 (foreclosure)‘ 영역이 있다. 해방은 우리가 무엇을 모르는지를 질문하는 행위로부터 시작된다. 정확히 말하면, 우리는 무엇을 모르는지 모르기 때문에 모르는 것과 아는 것을 구분할 수 없다. 그리고 이것은 인간의 한계가 아니라 축복이다. - P12

융합은 인문학과 자연과학의 만남이 ‘아니다‘. 융합은 현실을 설명할 수 있는 새로운 지식 생산을 위해 필요하다. 보편적인(uni/versal) 사고방식은 사회적 약자에게도 적용되는 보편성의 윤리로 작동할 때도 있지만, 실제로는 하나의 기준을 각기 다른 상황에 무차별하게 적용하는 보편의 폭력으로 작동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 노인 여성, 장애인, 남성, 어린이가 같은 달리기 출발선에 서는 것은 기회의 평등이 아니라 이미 배제가 이루어진 불평등이다. 보편의 폭력에 문제 제기하며 등장한 사유가 다양한(poly/versal) 사고, 다시 말해 차이를 인정하자는 배려와 관용의 사고다. 그러나 다양성을 ‘인정‘하는 것만으로 해결되는 현실은 별로 없다. 문제는 기준 자체이기 때문이다. - P20

융합은 객관성을 새롭게 구성하기 위한 사유다. 그래서 영어권에서는 기존의 인식을 넘어서는 것을 ‘트랜스버설(trans/versal)‘이라고 하며, 횡단(橫斷)으로 번역한다. 단어 그대로 가로지르는 것이다. 가로지름(crossing)은 수직적인 수용이 아니라 기존의 법칙을 파괴하고 재생산하고 다른 의미의 생명체를 만드는 일이다. 호프스태터의 표현인 ‘뒤엉킨 위계질서(tangled hierarchy)‘나 ‘소용돌이(vortex)‘는 융합의 이미지를 바꾸는 데 유용하다.
융합은 계급, 젠더, 인종, 성정체성 등을 동시에 고려하는 상호 교차성(inter-sectionality)과도 다르다. 계급, 인종, 연령, 지역, 종교를 통한 여성들 간의 억압은 교차하고 겹치는 더 커다란 구조의 매트릭스(母) 안에서 이해해야 한다. 이것이 융합의 의미다. 즉 융합은 자유주의 사상에 대한 비판이고 재구조화이자 자유주의 사상의 질적 전환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융합의 가장 정확한 번역은 ‘횡단의 정치‘이다. - P21

독자들에게 새로운 여정 (journey), 변화(meta-morphosis), 프레임 조정(framing), 변환(transform), 횡단(trans-verse), 문턱 넘어서기(threshold), 경계선 안팎 넘나들기(bordering), 협상(tuning), 직면(facing), 온몸의 재구성(사지의재조합, re-membering), 거리낌 없는 수용(embracing), 매사를 다시 생각하기(rethinking), 자신에게 다시 돌아오기(re-flection)의 과정이 되길 바란다.

이 책의 다른 제목이 있다면 ‘공부란 무엇인가‘이다. 아는 것을 버리자. 자기 입장에서 출발해 경계를 넘어서자. 우리 모두 트랜스포머(transformer)가 되자! - P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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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부족하지만 날마다 사랑합니다.

어제는 NGO 단체인 ‘마포희망나눔‘의 ‘마음‘과 반나절 동안 마을을 돌아다녔다. 협찬받은 물품을 차에 가득 싣고 ‘마음‘은 신나게 달렸다. 오늘의 나의 주인공은 차에 나를 남겨놓고 마을 사람들과 정담을 나누며 그 물건들을 건넸다. 그 모습에는 어쩐지 한없이 투명하고 맑은 정신이 담겨있는 듯 보였다.
‘마음‘이 신나게 달리며 마을사람들의 변화된 면면을 이야기할 때 그녀의 이마가 환하게 빛났다. 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눈물 나는 가정의 아이들의 청소년 멘토가 되어주고 그 아이들이 자라 또 누군가의 멘토가 되어주도록 맺어준 이야기를 할때 그녀는 『행복한 왕자의 세계에 사는 인물이었다.
그녀는 도움을 받던 마을사람들이 다시 도움을 주는 존재로 이동할 수 있도록 날개를 달아주는 연금술사 같다. 그녀의 마같은 세계에 걸어 들어가 한동안 나오고 싶지 않았다.
‘마음‘의 말을 듣다 보면 정말이지 모두 보석 같은 말들이다. ‘마음‘ 어록을 남겨야 할까. 퉁명스럽게 던진 말에서 나는 우리집 살림에 삼수를 하겠다는 작은조카를 조용히 응원하기로 결정했다(자기가 알을 깨고 나오면 병아리가 되고 남이 알을 깨면 달걀후라이가 된다는 말이 결정적이었다).

그녀가 사랑하는 마을사람들, 그 사람들을 대하는 그녀의 태도에 감동한다. 그리고 처음으로 누군가 무상으로 주는 물건을 부끄러움 없이 받을 수 있었다.
그녀가 그 물건들을 협찬받기까지, 그리고 그 받은 물건을 차에 싣고 자신의 몸으로 온전히 그 짐의 무게를 다 감당하면서까지 얼마나 기뻐하며 가져다주는지 지켜보았기 때문이다(손자를 잘 키우겠습니다).

사회적 입장에서 보면 나는 손자와 둘이 사는 조손가정이다. 그런 난 조금 삐뚤어져 있었다. 무상의 도움이 참을수 없게 느껴졌다. 가난은 부끄러운 거라고 나도 모르는 사이학습되어 버렸다. 아니, 무언가 받을 때보다 줄 때의 기쁨이 더 크다는 걸 알기에 자꾸 가진 자의 입장만 탐이 났다.
그러나 그것마저도 다 쓸데없는 감정이라고 ‘마음‘은 말하는 것 같았다.
나는 매주 그녀의 차를 타고 달리고 싶다. 그녀의 이야기를 기록으로 남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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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구들 - 여성은 왜 원하는가
캐럴라인 냅 지음, 정지인 옮김 / 북하우스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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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나는 그 반대가 참이 아닐까 한다. 이 새 천 년의 초입에 많은 여성들의 마음속에 깔린 가장 주된 욕구는 아마 욕구에 대한 욕구일 것이다. 자신의 진짜 욕구가 무엇인지 있는 그대로 밝힐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안전하고 안정되었다고 느끼고 싶고, 그 욕구를 만족시킬 충분한 자격과 힘을 갖추었다고 느끼고 싶은 갈망말이다. 많은 여성들이 그 두 감정을 충분히 느끼지 못한다는 사실은 다이어트와 체중에 대한 집착을 보여주는 엄청난 수치에서만 알 수 있는 게 아니라, 균형과 넓은 시야와 우선순위의 문제들을 고민하느라 여자들로 하여금 한밤중에도 잠 못 이루게 하고 여자들의 신경을 갉아대는 감정들이 어떤 종류의 것인지에서도 드러난다. 여기에는 우선 이따금만 지각될지는 몰라도 많은 이들에게 익숙한 인식이 있는데, 그건 바로 우리가 욕구를 한껏 충족하는 일이 아니라 욕구를 억누르려 애쓰는 일에 너무 많은 시간을 쏟고 있다는 것이다. 또 많은 이들이 가짜 신들을 숭배하느라고, 다시 말해 결코 만족을 주지 않을 것만 같은 방식으로 만족을 추구하느라고 (5킬로그램을 줄이는 것으로 안 된다면 아마 저 직장이, 저 집이, 혹은 저 연인이 만족을 줄지도 몰라) 소중한 에너지를 낭비하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명확히 정의되지는 않았지만 좀처럼 떨쳐지지 않는 느낌이 또 하나 있는데, 전반적으로 이것이 살아가는 방식 치고는 너무 고통스러운 방식이라는 느낌, 이 방식이 우리를 필요 이상으로 더 불안하게 혹은 더 우울하게 만드는 것 같고, 어쩐지 기만하는 것 같다는 느낌이다. 마치 갈망에 대한, 우리를 먹여주고 채워주고 기쁘게 하는 것들을 원하는 일에 대한 우리의 권리 자체를 어디쯤에선가 도둑맞은 것처럼 말이다. - P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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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가 된 여자들
에밀리 나고스키.어밀리아 나고스키 피터슨 지음, 박아람 옮김 / 책읽는수요일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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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대부분은 어릴 때부터 배운 대로 자신의 욕구를 완전히 외면하는 어른으로 자랐다. 우리의 몸은 온갖 종류의 신호를 보내지만 우리는 목 위쪽, 즉 머리가 떠들어대는 소리만 들을 뿐 나머지 95퍼센트의 내부 경험이 보내는 소리에는 귀를 닫고 살아간다.
당신의 몸이 관심을 필요로 하는 누군가의 몸이라고 생각해라. 젖먹이 아기의 몸이라고 생각해 보자. 많은 여성이 처음에는 이상하고 불편하게 느낀다. 그래도 시도해 보기 바란다. 이
제 우리는 몸의 형태와 크기만으로는 건강에 대해 아무것도 알 수 없다는 사실을 배웠다. 그저 겉모습만 ‘보고‘ 웰빙을 판단하지 말고 몸을 돌아보며 기분이 어떤지 물어라. "왜 그러니, 아가? 배고프니? 목마르니? 피곤해? 외롭니?" 이렇게 말이다.
당신이 귀를 기울이면 당신의 몸은 틀림없이 알려줄 것이다. 잠시 하던 일을 멈추고 바닥이나 의자에 앉아 천천히 심호흡을 한 뒤 몸의 감각에 집중하며 소리 내 물어봐도 좋다. "무엇이 필요하니?" 즉시 알 수 있는 대답을 듣게 될 수도 있지만 신체의 감각을 골똘히 해석해야 할지도 모른다. 혹은 마음의 소리로 듣게 될 수도 있다. 어쨌든 몸은 답을 내줄 것이다.
커가면서 몸의 세부적인 필요, 그러니까 언제 몇 시간을 자야 하는가, 누구의 애정 어린 관심을 필요로 하는가, 어떠한 음식을 먹어야 하는가 등은 변하지만 기본적인 요구는 변하지 않는다. 당신의 몸은 숨을 쉬고 잠을 자야 한다. 음식을 먹어야 한다. 사랑받아야 한다. 이런 것들이 없으면 몸은 죽는다. 그리고 몸이 무언가를 해야만, 어떤 모양이나 크기가 돼야만 음식이나 애정이나 잠을 누릴 ‘자격을 갖게 되는‘ 것은 아니다. 아프거나 부상을 당해도 몸의 잘못은 아니다. 당신의 몸은 처음 태어난 날 그랬듯 여전히 놀라운 존재다. 애정을 쏟는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는 존재다. 당신의 몸은 당신의 것이다. 당신의 몸은 곧 당신이다. - P204

혼돈을 받아들여라. 당신이 ‘새로운 핫함‘이라고 생각해라. 모든 사람을 ‘새로운 핫함‘으로 보는 연습을 해라. 그리고 몸의 필요에 귀를 기울여라. - P209

자기가 모든 것을 통제하려는 충동,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하려는 충동을 버리자 그들의 도움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
"다 있네."
때로 연결은 감정적 지원이다. 때로는 정보고 교육이다. 의료 전문가들이 그녀가 자신의 몸을 갖고 살아가는 법을다시 배우게 해줬듯이 말이다. 때로는 요리고 카풀이며 설거지고 청소다. 때로는 물건을 제자리에 놓는 일이다. 공중보건 이론에서는 이를 ‘도구적 지원instrumental support‘이라고 부른다. 줄리에게 연결은 ‘아내가 생기는 일‘ 같았다. - P222

연구자들은 관계에 대한 만족도가 클수록 자신을 더 잘 돌보는 경향이 있다는 점을 이런 결과의 한 이유로 꼽았다. 다시 말해 다른 사람을 돌보고 그 사람에게 돌봄을 받을 때 ‘자기자신‘을 돌보기가 더 쉬워진다는 뜻이다. - P224

웰빙은 베푸는 인간들이 여러 형태로 도움을 주고받는 흐름이다. 번아웃의 치료약은 ‘자신을 돌보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우리 모두가 서로를 돌보는 것이다. 그러니 다시 한번 말하겠다.

당신의 몸을 신뢰해라.
자신을 따뜻하게 대해라.
당신은 지금 모습 그대로 충분하다.
당신의 즐거움은 중요하다.
당신이 아는 모든 이들에게 말해줘라. - P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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