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슬로건이 ‘사회적 격차를 넘어 다양한 이들이 건강할 수 있도록 삶과 환경을 변화시키는 교육을 디자인한다‘는 것이거든요. 일단 ‘다름‘이 ‘격차‘가 되는 것은 내 선택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구성되는 경우가 많죠. 차이가 차별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이 사회구조 속에서 누구도 자기 자신을 억압하거나 부정하지 않고 몸 자체로 스스로를 받아들이며 몸과 공감할 수 있어야 해요. 아는 것이 변화의 시작이라고는 하지만 그건 정말 시작일 뿐이거든요. 머리는 아는데 몸은 안 따라주는 경우가 많아요. 그 어마어마한 관성으로부터 벗어나게 하는 실천적인 교육을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이 움직임 교육을 디자인하고 있어요.
교육을 마친 분들에게 참여 전후를 비교하는 질문을 해요. 꼭 나오는 반응 중 하나는 새로운 발견에 대한 놀라움과 기쁨이에요. ‘나는 체육을 못해, 몸치야, 허약체질이야‘ 이렇게만 생각했는데, 걷고 뛰고 매달리고 넘는 활동을 하면서 상상도 못했던 내 몸의 잠재력을 발견했다고 하는 분들이 많아요. 또하나는 타인과의 관계에 대해 돌아봤다는 것. 타인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배움이 있어요. 누군가와 보통 접촉했을 때 몸이 경직되면서 두려움이나 불신감이 들거든요. 접촉이라는 게 항상 성적인 것, 불쾌한 것으로 느껴졌는데 교육을 통해 경험한 접촉은 인간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편안한 접촉이었다고 이야기해요.
마지막은, 공간에 대한 이야기예요. 매일 오가던 공간에서 이런 움직임들이 가능한지 몰랐다고 말해요. 많은 것들이 보이는 거죠. 벽도 있고, 계단도 있고, 그것들로 할 수 있는 게 많아진 거예요. 타인의 시선 때문에, 내 몸의 상태 때문에 할 수 없는 움직임들도 있지만 공간은 새롭게 볼 수 있죠. 그 상상력이 큰 원동력이 되거든요. 이런 상상력을 지속적으로 끌고 나가는 힘은 타인과의 관계예요. 일어나서 손가락 까딱하는 것도 힘든 날이 있잖아요. 그런데 그 몸이 늘 지속되는 것도 아니에요. 끊임없이 롤러코스터를 타는 내 몸을 일으켜줄 수 있는 것은 타인의 몸이에요. ‘너의 몸은 여기에 머물지 않고 변화하는 몸이야. 그래서 오늘 다시 시도할 수 있어.‘ 타인으로부터 이런 좋은 지지와 자극을 받으면 그게 체화되어서 비로소 스스로에게도 이야기해줄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래, 다시 한번 해보자.‘ 그렇게 스스로 내 몸을 일으킬 수도 있고, 함께하는 사람을 생각하면서 힘을 얻어 일어날 수도 있고, 움직임의 시작은 내 몸이지만 계속 움직이게 하는 건 관계예요. 자신과의 관계, 타인과의 관계, 건강과의 관계, 또는 예기치 못했던 관계. 저도 움직이면 움직일수록 관계의 중요성을 알아가는 경험을 해요. 함께해주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상상하지도 못했던 교육이 가능했고요. 그래서 우리는 늘 동료를 찾고 있습니다. 배움을 풍성하게 하고 삶을 지탱하는 힘을 나눌 수 있는 동료를 찾는 게 저희에게 항상 필요한 것 같아요. - P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