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대안이 없다는 것은 코로나19가 가족과 연을 끊은 사람, 집을 소유하지 않은 사람, 오갈 데 없는 사람, 수용시설에서 지내는 사람, 인터넷을 잘 이용하지 못하는 사람, 전부터 프라이버시가 별로 없던 사람들, 요컨대 우리가 흔히 홈리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배제 및 주변화가 악화됐다는 의미였다. 자택 대기 명령이 떨어졌을 때 그 어떤 "자택"도, 지자체가 파악 가능한 소재지도 없는 사람은 심각한 문제에 직면한다. 내가 사는 도시에서는 약물을 사용하는 흑인 성노동부랑자, 길거리의 젊은 퀴어들, 일반적인 무산계급들이 방역 지침을 따르지 않는다는 이유로 경찰에게 비인간적인 대우를 받았다. 그럼에도 특히 감옥과 소위 홈리스 쉼터에서 보고되는 높은 감염율을 감안했을 때, 이 도시에서 자신의 법적인 혈육들과 한 지붕 아래 잠을 자는 것이 전염병(이나 다른 악행)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되는지는 전혀 확실치 않았다. 사실 봉쇄정책의 핵심이었던 실내라는 큰 틀과 동거인에 대한 집착은 깊이 들여다보면 허점투성이였다. 그 이면의 기준이었던 공/사라는 이중 잣대는 제대로 설명되지도 않았다. - P138
오브라이언은 "가족을 폐지하기 위한 최선의 출발점"은 저항의 주방이라고 말한다. "안전을 위해 자발적인 공동 수면 지역을 만들어라. 공동 육아를 조직해서 부모들의 완전한 참여를 지원하라. 주사기 교환을 비롯한 위해 저감 활동을 통해 적극적인 마약 복용자들을 환대하라." 거기서부터 확장하고, 확장을 중단하지 말라. - P141
독일 관념철학자 헤겔의 19세기 초 글들을 엉어로 옮길 때 Aufhebung은 때로 "확실한 폐지"로 번역되는데, 흥미롭게도 이 다소 딱딱한 용어는 고양, 파괴, 보존, 급진적인 변환이라는 개념을 모두 품고 있다. 이 네 구성 성분은 역사상 최초로 스스로를 "폐지론"이라고 칭한 급진적인 운동의 대상인 노예제를 가지고 설명할 수 있다. 전 세계에서 노예제 폐지 투쟁이 성공을 거뒀다는 것은 프랑스 혁명에서 터져 나온 인본주의라는 고매한 이상이 고양되고(정당성을 인정받고), 파괴되고(발각되어 수포로 돌아가고), 보존되고(미래를 위해 유지되고),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탈바꿈하게 된(원래 그것이 배제했던 사람들을 포용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과정을 모두 거쳤다는 뜻이다. - P144
자, 투쟁은 어떤 식으로 전개되는가에 대한 이 간략한 생각에 비추었을 때, 가족의 파괴-보존-변환-실현으로 세분할 수 있는 가족 폐지에 대해 우리는 뭐라고 말할 수 있을까? 첫째, "전부를 바꾸는" 과정에서 가족은 아무리 원치 않아도 어떤 식으로든 변화를 겪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둘째로 가족 중심의 사회라는 거대한 비참함 속에 파묻힌, 이상적인 혈연관계에서 나타나는 해방적인 부분을 따로 지키고자 노력할 수 있다. 지금은 조롱거리지만 실현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은 무엇일까? 가족적이라고 뭉뚱그려진 형용사 안에서 유토피아적 잠재력을 가진 고갱이는 상호 돌봄, 상호 의존, 소속감인 듯하다. 비록 "배타성", "국수주의", "인종", "재산", "유전", "정체성", "경쟁"이라는 이름표가 달린 관 속에 묻혀 있긴 하지만 말이다. - P147
우리는 이 두 가지를 동시에 해야 한다. 그러니까 국가가 특히 의지처가 필요한 사람들을 자기가 인정하는 몇 안 되는 돌봄제공자들의 품으로 돌려보내도록 만드는 동시에, 민간에 내맡겨진 돌봄에 반기를 들고, "부모의 권리"에 저항하고, 모든 사람이 다수의 돌봄을 받는 게 정상인 세상을 상상하기를 멈추지않아야 하는 것이다. 가족이 함께 지내기와 가족의 분리를 중단하는 것은 정치적 과제이자 자기 인종의 이익에만 머무르지 않는 모든 백인의 실천적 요구사항이지만 그게 우리의 지평은 아니다. 인간으로서 함께 지내기와 인간의 분리를 중단하는 것, 이것이 상상 가능한 미래의 모습이다. 적어도 아직까지는 우리가 그것을 완전히 욕망하지 못하더라도 말이다. 어떻게 해야 그것을 완전히 욕망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가족 제도 이후에 무엇이 나타날지 너무나도 궁금하다. 어쩌면 그게 뭐든 내가 알 길이 없을지 모른다는 것도 안다. 그래도 나는 그런 날이 오면 좋겠고, 그것이 찬란하고 풍요로운 아무것도 없음이면 좋겠다. - P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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