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성 열린책들 세계문학 246
케이트 쇼팽 지음, 한애경 옮김 / 열린책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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퐁텔리에 씨는 아내의 정신이 좀 이상해진 것 아닐까 가끔 의심스러웠다. 분명 자신이 알던 이전의 아내가 아니었다. 즉 에드나가 세상 밖으로 나설 때 차려입던 옷처럼 자신을 포장하던 거짓 자아를 매일 벗어던지고 자기 자신이 되려한다는 사실을 그는 미처 몰랐던 것이다. - P122

지난 세월이 꿈만 같아요. 계속 자면서 꿈을 꾼 것 같아요. 하지만 잠에서 깨어나면 꿈이었다는 걸 깨닫게 되죠. 아, 그래요! 평생 망상에 사로잡혀 바보처럼 사느니 고통스럽더라도 결국 깨어나는 게 낫겠죠. - P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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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성 열린책들 세계문학 246
케이트 쇼팽 지음, 한애경 옮김 / 열린책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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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뜬눈으로 지새울 때 엄습했던 절망감은 쉽사리 사라지지 않았다. 에드나는 이 세상에서 바랄 게 아무것도 없었다. 로베르 빼고는 곁에 있어 주었으면 하는 사람도 없었다. 심지어 로베르나 로베르에 대한 생각도 언젠가 자신의 존재밖으로 사라져 결국 홀로 남겨질 날이 올 거란 사실도 깨달았다. 자신과 싸우러 온 적군처럼 두 아들이 그녀 앞에 나타났다. 여생 동안 그녀를 제압해 노예처럼 그녀의 영혼을 질질 끌고 가려는 적군처럼. 하지만 에드나는 두 아들에게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는지, 그 방법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해변으로 가면서는 이런 생각도 하지 않았다. - P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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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한다고 말할 용기 - 목숨 걸지도 때려치우지도 않고, 일과 나 사이에 바로 서기
황선우 지음 / 책읽는수요일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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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안의 아픔이나 불안으로만 향하는 시선을 바깥으로 돌리는 것, 혼자가 아니라는 감각은 그런 것이다. - P175

이제 나는 아프고 힘들 때 친구들에게 구조 요청을 곧잘 한다. 혼자 해결하는 편이 간단할지라도 번거롭게 옆에 있어달라도 말할 줄 안다. 상대방이 뭔가 준다고 하면 고맙게 받는다. 나의 소중한 사람들이 그렇게 해달라고 요청하면 나 역시 기쁘게 이용당할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강한 사람도 약할 때가 있다. 그 사실을 인정하며 약함을 적절하게 드러내고, 도움을 받아 해결을 모색하고, 친절에 기대어 회복하고, 다른 이가 도움을 필요로 할 때 잘 돌려줄 수 있는 상태로 나를 만드는 것. 내가 알게 된 진짜 강함이란 고립이 아닌 연결의 힘이다. - P176

일을 한다는 것은 반복되는 스트레스와 도전 속에 내 자신을 던져놓는 동시에 이 모든 감정의 파도를 적극적으로 끌어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일하면서 분비되는 아드레날린을 한 번이라도 경험해본 사람은 이전의 건조한 평온으로 돌아가기 어렵다. 점점 더 나아지기를 소망하고 추구하게 된다. 유한하고 허무한 삶 속에서 우리가 진짜 살아 있음을 실감하는 건, 어떤 환경 속에 나를 내던져보고 깊숙이 들어가 밀도 높게 몰입감을 느낄 때다. 대표적으로 그런 경험이 사랑, 그리고 일이다. 때로 실패할지라도 그 속에 성숙하고 또 새로워지는 경험이 쌓여서 각자 삶의 고유한 이야기를 만든다. - P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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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한다고 말할 용기 - 목숨 걸지도 때려치우지도 않고, 일과 나 사이에 바로 서기
황선우 지음 / 책읽는수요일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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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을 이끄는 자리를 경험해보면서 나도 알게 되었다. 물론 완성도가 중요하다. 하지만 관리자 입장에서는 100%를 해내려고 끝의 끝까지 붙들고 있다가 시한을 넘기는 사고를 치거나 스스로를 번아웃에 빠뜨리는 완벽주의자보다는 80% 정도의 결과물이라도 언제나 예측할 수 있을 때 안정적으로 내놓는 팀원과 일하는 게 훨씬 수월하다. 수월할뿐 아니라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서로 결과에 대해 피드백하면서 일을 더 낫게 만들 수도 있다. 한 사람이 자기 나름의 완벽주의에 대한 집착을 약간 내려놓는 일이, 결과적으로 더 큰 완벽함을 이루는 길이 되는 셈이다. - P32

일하는 분야가 각기 다르지만 이들에게서 외부 권위나 평가에 기대기보다 스스로 동기부여하는 자발성, 환경이 완벽하기를 기다리지 않고 일단 해보는 실행력, 실패해도 다시 시도하고 수정하는 유연함과 회복 탄력성을 공통적으로 발견한다. - P38

중간 관리자 레벨부터 서서히 리더십을 연습할 기회가 온다. 똑똑한 주니어들이 허덕이는 시니어가 되는 비극이 흔하게 벌어지는 게 이때다. 뛰어난 실무자이지만 서툰 리더들은 자기만큼 일을 잘하는 후배가 없다고 생각하며, 일을 맡겨두고 기다리는 시간을 아까워한다. 가져온 결과물이 눈에 차지 않을 게 뻔한데, 그때마다 어떻게 고쳐야 하는지 가르쳐주는 것보다 내가 해버리는 게 빠르기 때문이다. 일 욕심이 많아서 자기 몫의 일을 잘 나눠주지도 않는다. 결국 아래에 사람을 뻔히 두고 써먹지도 못하고, 자기 일을 줄이는 데도 실패한다. 관리해야 할 팀원이 고작 두세 명이라면 모르겠지만, 언젠가 이삼십 명의 팀을 이끌고 큰일을 해야 할 때도 ‘내가 해버리고 말지’를 고수할 구 있을까? 후배들이 자기만큼 못해내는 건 사실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실무자의 자아를 내려놓고 위임의 기술을 연마하는 게 관리자 커리어의 중요한 시작이다. - P58

일할 때의 거절은 내 영역을 지키겠다는 선긋기다. ‘철벽을 친다‘라는 표현은 대개 사람을 묘사할 때 부정적으로사용되지만, 반대로 경계선이 아예 없는 사람을 부르는 다른 말은 아마 ‘호구‘일 것이다. 좋은 사람과 쉬운 사람은 다른데, 거절을 못하다 보면 어느새 주변에 쉬운 사람이 되어있기가 쉽다. 그리고 쉬운 사람이 반드시 좋은 사람은 아니다. 일 잘하는 사람일 확률은 더 낮다. - P89

정세랑 소설가는 어느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다. "내가 아니어도 되는 일은 하지 않습니다." 이 역시 일을 선별할 때 아주 명쾌한 기준이다. - P93

왕년의 자신이 얼마나 대단했는지보다 일하는 사람을 둘러싼 환경이 어떻게 변화해왔는지에 집중하는 이야기는 함께 생각해볼 기회를 제공한다. 스스로를 전지적 주인공 시점에 놓는 대신 일의 풍경 속에 일부로 인식하고 묘사하는 관점은 허세스럽지 않으며 그래서 쉽게 초라해지지도 않는다. - P154

‘40대가 좋다‘고 말할 때 마냥 꽃길만 걷고 있다는 뜻은 아니다. 일에 대한 책임감은 점점 커지고, 새로운 시도 앞에 생각이 많아지며,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도 마냥 낙관적이기는 어렵다. 아직 크게 아픈 곳은 없지만 체력도 점점 예전 같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성년이 된 이후로 20년 이상 살아온 경험을 통해 축적되는, 나와 세상에 관한 빅데이터에서 힘을 얻는다. 나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더 잘 알게 되며, 남들의 눈치를 덜 보면서 원하는 걸 명확하게 추구할 수 있다. 오래 보고 익숙한 내 몸이나 외모에 대해 편안해진다. 예상 밖의 나쁜 일들도 겪어봤기에 세상이나 타인에 대해서 포용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진다. 유연하게 대처할 여유와 회복력이 생긴다. 내가 쌓아온 업무의 전문 영역과 네트워크 속에서 잘할 수 있는 일들의 감각이 더 단단해진다. 앞으로도 더 넓은 세상 속에서, 좀 더 자유롭게 움직여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이 있다. - P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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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을 폐지하라 - 우리가 아직 보지 못한 세계를 상상하는 법
소피 루이스 지음, 성원 옮김 / 서해문집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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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대안이 없다는 것은 코로나19가 가족과 연을 끊은 사람, 집을 소유하지 않은 사람, 오갈 데 없는 사람, 수용시설에서 지내는 사람, 인터넷을 잘 이용하지 못하는 사람, 전부터 프라이버시가 별로 없던 사람들, 요컨대 우리가 흔히 홈리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배제 및 주변화가 악화됐다는 의미였다. 자택 대기 명령이 떨어졌을 때 그 어떤 "자택"도, 지자체가 파악 가능한 소재지도 없는 사람은 심각한 문제에 직면한다. 내가 사는 도시에서는 약물을 사용하는 흑인 성노동부랑자, 길거리의 젊은 퀴어들, 일반적인 무산계급들이 방역 지침을 따르지 않는다는 이유로 경찰에게 비인간적인 대우를 받았다. 그럼에도 특히 감옥과 소위 홈리스 쉼터에서 보고되는 높은 감염율을 감안했을 때, 이 도시에서 자신의 법적인 혈육들과 한 지붕 아래 잠을 자는 것이 전염병(이나 다른 악행)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되는지는 전혀 확실치 않았다. 사실 봉쇄정책의 핵심이었던 실내라는 큰 틀과 동거인에 대한 집착은 깊이 들여다보면 허점투성이였다. 그 이면의 기준이었던 공/사라는 이중 잣대는 제대로 설명되지도 않았다. - P138

오브라이언은 "가족을 폐지하기 위한 최선의 출발점"은 저항의 주방이라고 말한다. "안전을 위해 자발적인 공동 수면 지역을 만들어라. 공동 육아를 조직해서 부모들의 완전한 참여를 지원하라. 주사기 교환을 비롯한 위해 저감 활동을 통해 적극적인 마약 복용자들을 환대하라." 거기서부터 확장하고, 확장을 중단하지 말라. - P141

독일 관념철학자 헤겔의 19세기 초 글들을 엉어로 옮길 때 Aufhebung은 때로 "확실한 폐지"로 번역되는데, 흥미롭게도 이 다소 딱딱한 용어는 고양, 파괴, 보존, 급진적인 변환이라는 개념을 모두 품고 있다. 이 네 구성 성분은 역사상 최초로 스스로를 "폐지론"이라고 칭한 급진적인 운동의 대상인 노예제를 가지고 설명할 수 있다. 전 세계에서 노예제 폐지 투쟁이 성공을 거뒀다는 것은 프랑스 혁명에서 터져 나온 인본주의라는 고매한 이상이 고양되고(정당성을 인정받고), 파괴되고(발각되어 수포로 돌아가고), 보존되고(미래를 위해 유지되고),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탈바꿈하게 된(원래 그것이 배제했던 사람들을 포용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과정을 모두 거쳤다는 뜻이다. - P144

자, 투쟁은 어떤 식으로 전개되는가에 대한 이 간략한 생각에 비추었을 때, 가족의 파괴-보존-변환-실현으로 세분할 수 있는 가족 폐지에 대해 우리는 뭐라고 말할 수 있을까? 첫째, "전부를 바꾸는" 과정에서 가족은 아무리 원치 않아도 어떤 식으로든 변화를 겪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둘째로 가족 중심의 사회라는 거대한 비참함 속에 파묻힌, 이상적인 혈연관계에서 나타나는 해방적인 부분을 따로 지키고자 노력할 수 있다. 지금은 조롱거리지만 실현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은 무엇일까? 가족적이라고 뭉뚱그려진 형용사 안에서 유토피아적 잠재력을 가진 고갱이는 상호 돌봄, 상호 의존, 소속감인 듯하다. 비록 "배타성",
"국수주의", "인종", "재산", "유전", "정체성", "경쟁"이라는 이름표가 달린 관 속에 묻혀 있긴 하지만 말이다. - P147

우리는 이 두 가지를 동시에 해야 한다. 그러니까 국가가 특히 의지처가 필요한 사람들을 자기가 인정하는 몇 안 되는 돌봄제공자들의 품으로 돌려보내도록 만드는 동시에, 민간에 내맡겨진 돌봄에 반기를 들고, "부모의 권리"에 저항하고, 모든 사람이 다수의 돌봄을 받는 게 정상인 세상을 상상하기를 멈추지않아야 하는 것이다. 가족이 함께 지내기와 가족의 분리를 중단하는 것은 정치적 과제이자 자기 인종의 이익에만 머무르지 않는 모든 백인의 실천적 요구사항이지만 그게 우리의 지평은 아니다. 인간으로서 함께 지내기와 인간의 분리를 중단하는 것, 이것이 상상 가능한 미래의 모습이다. 적어도 아직까지는 우리가 그것을 완전히 욕망하지 못하더라도 말이다. 어떻게 해야 그것을 완전히 욕망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가족 제도 이후에 무엇이 나타날지 너무나도 궁금하다. 어쩌면 그게 뭐든 내가 알 길이 없을지 모른다는 것도 안다. 그래도 나는 그런 날이 오면 좋겠고, 그것이 찬란하고 풍요로운 아무것도 없음이면 좋겠다. - P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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