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장소, 환대 현대의 지성 159
김현경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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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이란 ‘우리‘를 만드는 능력이자, 우리 속에서 생겨나는, 행동의 잠재적 가능성이다. 아렌트의 표현을 빌리면, "행위하고 말하는사람들 사이의 잠재적 현상 공간인 공론 영역을 존재하게 하는 것이 권력이다." "권력은 함께 행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생겨나서 사람들이 흩어지는 순간 사라진다. 주인들은 ‘우리‘를 만들 줄 알았기에, 권력이 있고 지배할 수 있다. 반면 노예는 고립되어 있기에 무력하다. 노예는 기껏해야 주인들에게 폭력violence으로 맞설 수 있을 뿐이다. 주인과 노예의 관계의 기원에 있는 원초적 폭력은 이렇듯 주인들이 폴리스를 구성하고 노예를 그 바깥에 두는 순간, 폴리스의 경계에 감추어져 보이지 않게 된다. - P39

역설적이지만, 사형의 이 같은 비가시화와 ‘인간화‘는 사형수가 벌거벗은 생명이 되었다는 징후로 해석할 수 있다. 감시와 처벌첫머리에서 미셀 푸코는 국왕 시해 음모자 다미앵의 처형 장면을 상세하게 묘사하면서, 사형수의 고통받는 신체를 통해 스스로를 과시하는 권력에 대해 이야기한다. 하지만 범죄자의 신체를 극단적으로 사물화함으로써 그의 인격을 모독하려는 권력의 광기는 본의 아니게, 그 범죄자가 여전히 사람이라는 것을 증명한다. 다미앵의 사지를 찢으면서 권력은 그의 인격이 뿜어내는 힘ㅡ 베버가 카리스마라고 부른 것에 대한 두려움을 표현한다. 범죄 행위가 대담할수록 범죄자의 카리스마도 커지며, 그의 인격을 박탈하는 의례 또한 그만큼 화려해져야 하는 것이다. 현대의 사형제도는 이와 대조적으로, 범죄자를 격리된 장소로 끌고 가서 소수의 입회인이 지켜보는 가운데 조용히 안락사시키는 방법을 택한다. 범죄자가 이미 사회 바깥에 있다는 생각은 그를 좀더 ‘인간적으로‘ 대우하는 것을 가능하게 한다. 그는 사람이 아니라 단순한 생명에 불과하기에, 그의 고통은 어떤 상징적인 가치도 갖지 않으며, 그에 대한 마지막 배려 역시 ‘동물 복지‘를 논할 때와 유사하게, 불필요한 고통을 줄이는 문제에 집중된다. - P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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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은 최소한으로 생각하라 - 삶과 죽음에 대한 스피노자의 지혜
스티븐 내들러 지음, 연아람 옮김 / 민음사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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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곧 의지의 자유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인간이 애쓰거나 욕망하거나 선택하는 것이 정신의 자유 의지적 행위라는 관념, 즉 신념, 감정과 같은 다른 정신적 요소나 신체 상태의 영향을 받을 수는 있으나 그런 것들에 의해 절대적으로 결정되는 일은 결코 없다는 생각은 착각이다. - P13

스피노자 철학에서 그의 모든 형이상학적, 경험적, 정치적, 신학적, 종교적 이론이 추구하는 가장 중요한 목표는 바로 진정한 행복, 즉 안정되고 완전하며 변덕스러운 운에 휘둘리지 않는 행복에 이르는 길을 제시하는 것이다. 누가봐도 안정적인 가업과 공동체에서의 안락한 지위를 포기하고 그가 철학에 매진하게 된 질문은 바로 철학의 아주 오랜 주제, 곧 무엇이 좋은 삶인가였다.
스피노자가 찾은 것, 그래서 우리에게 가르쳐 주고자 하는 것은 인간 본성의 완성이라 부를 수 있는 삶의 방법이 있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이 방법은 인간의 진정한 성장을 구성하는 조건이며, 심지어 인간을 신 또는 자연처럼 만들어 주기도 한다. - P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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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게더 -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기
리차드 세넷 지음, 김병화 옮김 / 현암사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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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례는 풍부한 표현을 담아내는 협력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게 해준다. 이것은 중요한 문제다. 앞으로 설명하겠지만 의례는 종교에서, 작업장에서, 정치에서, 공동체 생활에서 표현력 풍부한 협력을 가능하게한다. 저녁 내내 슈베르트 팔중주의 신비를 탐구하는 데 시간을 바치는 생활 방식이 요즘 유행하는 ‘주류 활동‘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이런 방식은 구식이다. 내가 예를 든 연주자들의 리허설이 그 사촌이자 역시 고도로 전문화된 협력 형태인 직업적 운동선수들의 훈련 과정과는 다를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젊은 직업인으로서 겪었던 경험은 기본적으로 인간적 토대 위에서 이루어졌다. 이런 경험은 애매모호한 내용을 전달해야 하는 소통, 반복 과정에서 구조화되고 집중되는 훈련, 차이에 대한 대화, 성찰적 자기비판을 위한 연습을 통해 초기 유년 시절의 경험과 만난다. 리허설을 하는 음악가들은 어른이 된 에릭슨주의자 Eriksonian들이다. 그들은 상호작용을 해야 하고 서로에게 이익이 되도록 교환해야 한다. 예술을 하려면 협력해야 하는 것이다. - P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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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장소, 환대 현대의 지성 159
김현경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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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영혼과 육체의 대립 속에서 간과되어온 그림자의 문제, 다시말해 ‘사람‘의 문제를 다룬다. 우리는 어떻게 이 세상에 들어오고, 사람이 되는가? 우리가 사람이기 때문에 이 세상에 받아들여진 것인가 아니면 이 세상에 받아들여졌기 때문에 사람이 된 것인가? 다시 말해서 ‘사람‘이라는 것은 지위인가 아니면 조건인가? ‘자격‘이라는 단어는 지위를 가리키기도 하고 조건을 가리키기도 한다.) 조건부의 환대 역시 환대라고 할 수 있을까? 우리에게 주어진 환대가 언제라도 철회될 수 있다면, 우리는 진정한 의미에서 확대되지 않은 게 아닐까? 이것이 이 책이 제기하는 질문들이다.
이 책의 키워드는 사람, 장소, 그리고 환대이다. 이 세 개념은 맞물려서 서로를 지탱한다. 우리는 환대에 의해 사회 안에 들어가며 사람이 된다. 사람이 된다는 것은 자리/장소를 갖는다는 것이다. 환대는 자리를 주는 행위이다(1~3장). 사람과 장소를 근원적으로 연관된 개념으로 본다는 점에서 이러한 접근은 아렌트와 유사하다. 인권의 종말에 대해 논의하면서 아렌트는 장소의 박탈과 법적 인격의 박탈(그리고 그에 따른 일체의 법적 권리의 상실)을 연결시킨다. 하지만 아렌트의 관심이 주로 정치적, 법적 문제에 맞추어져 있다면, 이 책은 공동체와 주체를 구성하는 상징적이고 의례적인 층위로 시야를 확장한다. 사람은 법적 주체일 뿐 아니라, 일상의 의례를 통해 재생산되는 성스러운 대상이기도 하다.
상호작용 질서에 대한 고프먼의 연구는 이러한 확장에 결정적인 도움을 준다. 4~5장은 상호작용 질서 대 사회구조라는 고프먼의 이분법을 따르면서, 상호작용 질서에서의 형식적 평등과 구조 안에서의 실질적 불평등이 어떻게 현대 사회 특유의 긴장을 가져오는지 설명한다. 현대 사회는 우리가 잘살건 못살건 배웠건 못 배웠건 모두 사람으로서 평등하다고 선언한다. 하지만 우리를 사람으로 만들어주는 것은 추상적인 관념이 아니라 우리가 매일매일 다른 사람들로부터 받는 대접이다.
사람행세를 하고 사람대접을 받는 데 물질적인 조건들은 여전히 중요하게 작용한다.
이 책은 또한 환대의 개념이 내포하는 어떤 역설을 해결하려고 노력한다. 칸트에게 있어서 환대의 권리는 우리가 (특정한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가 아니라) 사람으로서 갖는 권리이다. 하지만 우리가 환대를 통해 비로소 사람이 된다면, 우리를 사람으로 대우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환대를 요구하는 일이 어떻게 가능한가? 6~7장은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이다. 나는 여기서 일종의 귀류법을 사용하여 ㅡ 즉 절대적 환대 없이는 사회사 생겨날 수 없음을 보임으로써 절대적 환대의 필요성을 증명하려 하였다. - P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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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진보 - 카렌 암스트롱 자서전
카렌 암스트롱 지음, 이희재 옮김 / 교양인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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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신을 찾고 싶었다. 수녀원에 들어가던 날 나는 더없이 가슴이 설레었고 의욕에 넘쳤다. 나는 영혼을 탐구하는 모험에 나선 서사시의 주인공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언젠가는 사춘기의 혼란에서 벗어나 우리가 신이라고 부르는 더없는 만족감을 주는 무한한 신비의 품에 안기리라고 믿었다. 내 나이 겨우 열일곱이었기 때문에 나는 그런 날이 아주 빨리 올 거라고 생각했다. 정념(情念)에서 벗어나 금세 지혜롭고 똑똑한 여자가 되리라고 믿었다. 그렇게 되면 신은 어렴풋하고 동떨어진 존재가 아니라 나의 삶에서 살아 숨쉬는 현실이 되리라 믿었다. 나는 사방에서 신을 볼 것이라고 믿었다. 사도 바울로가 말한 대로 보잘것없는 아집에서 벗어나면 하느님의 말씀인 기독교가 내 안에 깃들 터이니 새 사람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믿었다. 나는 당장이라도 온유하고 기뻐하는 사람, 감동을 주고 감동을 받는 사람이 될 것만 같았다. 성자가 못 되란 법도 없을 것 같았다. - P6

우리가 얼마나 약한 존재인가를 깨달을 때 비로소 인생에 대한 진지한 물음이 시작된다. - P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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