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 아라베스크 - 한 점의 그림으로 시작된 영혼의 여행
퍼트리샤 햄플 지음, 정은지 옮김 / 아트북스 / 2009년 2월
평점 :
절판



개인적으로 책을 접하다가 가끔 실수를 범하고는 하는데, 그 실수란 바로 책의 표지와 간단한 설명만 보다가 그 책의 분류를 헛갈린다는 것이다. 이 '블루 아라베스크'도 마찬가지였는데, 40여 페이지를 읽어 내려갈 때까지 나는 이 책을 소설(!)로만 생각하고 있었다. 마치 다빈치 코드/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처럼 작가가 영향을 받은 그림을 가지고 상상의 나래를 펴내려간다거나, 또는 그 그림 자체 속에 담긴 이야기를 만들어 간다거나 하는 소설 말이다. 최소한 이 사진으로 영향을 받은 어떤 여성의 삶에 대한 이야기가 아닐까? 라고 생각했었는데, 왠걸. 이것은 한 여성 작가의 마티스에게 바치는 열렬한 연애 편지와도 같은 에세이였다.

 

사실 마티스의 작품은 유명 작품 몇 작품 정도는 스치듯 지나갔을 지도 모르지만, 그 외에는 전혀 배경지식이 전무한 나에게 있어서 이 책은 마치 암호를 풀 듯이 머리속에 난해한 문장들이 핑글핑글 돌아가게 만드는 복잡한 에세이였다. 작가의 자서전이 아니기에, 작가의 생애에 따라 글이 진행되지도 않는다. 처음에는 표지 속의 작품에 대해서 이야기 하는 듯 하더니, 다음에는 마티스가 영향을 받았던 대표적인 그 시대의 유행적인 그림의 기법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그 다음에는 어느 순간 작가가 자리를 이동하여 마티스의 다른 작품을 보러 여행을 떠나고 있다. 분명 그 문장 하나하나는 작가의 필력을 충분히 짐작하게 할 만한 힘을 뿜고 있는데, 이러한 스토리의 구성에 단지 내가 익숙치 않을 뿐이다. (너무 쉬운 책(?)만 읽어온 걸까?)

 

미술 작품에 대한 에세이들은 (한젬마 씨의 책이라거나, 그 외 여러 에세이적인 미술 소개 서적들) 독서와는 또 다른 '그림과 나' 사이의 농밀하고 비밀스러운 개인적인 경험을 엿볼 수 있는 짜릿한 기회를 준다는 점에서 상당히 매력적이다. 나는 이렇게 보였던 그림을(또는 나는 전혀 그렇게 깊히 느끼지 못했던 그림을) 이 사람은 이렇게 보고, 이런 식으로까지 해석할 수 있구나 하는 점을 내게 자극시켜주는 것이다. 이 에세이는 그의 미술사적 지식(본인은 전혀 지식이 전무했다고 주장하나, 아마 마티스의 그림에 빠진 후 상당한 공부를 했음이 분명하다.)과 작가만의 섬세한 감수성과 표현력이 합쳐져 정신없이 화려한 조명 속에서 빙글빙글 돌며 끊임없이 춤을 추듯이 마티스와 그와 관련한 작품들 속을 정신없이 돌면서 여행하게 된다. 나는 그 현기증에 조금 지쳤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의 매력도와 가치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아마도 어쩔 수 없이 뉴 욕 타임즈 서정 '올해의 주목할 만한 책 100권' 시카고 트리뷴 선정 '올해의 베스트북'이라는 권위에 납죽 엎드려서 내 자신을 반성하며, 다시 한 번 미간에 긴장을 잔뜩 준 채 소화시키려고 노력하며 다시 접하게 될 책이 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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