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연과 이지연 - 여자들이 원하는 로맨스의 모든 것
안은영 지음 / P당(피당) / 2008년 8월
평점 :
절판



<여자생활백서>의 작가 안은영의 첫 소설이다.  한동안 소설을 멀리 하다가, 어휘력을 다시 늘려볼까 하는 마음으로 ㅡㅡ; 김영하의 '퀴즈쇼'와 함께 편하게 읽으려고 이 책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이틀만에 출퇴근 버스 안에서 휘리릭 읽어내렸다. <여자생활백서>에서 느껴졌던 경쾌한 문체가 그대로 느껴지는 소설이다. 조금 가볍게 느껴지긴 하지만 딱 요즘 소설다운 소설이랄까? 적당히 가볍고, 적당히 공감되고, 적당히 찡한 부분도 있는 '칙릿'소설과는 살짝 다른 듯 하지만, 크게 다르지도 않은 그런 소설.

 

내 이름도 흔하다면 꽤 흔한 이름이다. 하지만 성이 '윤'씨라는 나름 희성이라서 그런지, 이름과 성을 결합하면 나와 똑같은 이름을 만나기는 쉽지는 않다. 여기 '이지연'이라는 이름으로 인생을 살아온 두 여자가 있다. 한 명은 스물 일곱의 인생을 걸어왔고, 다른 한 사람은 서른 네 살의 인생을 걸어왔다. 그들의 직업 역시 무용을 전공한 요가 트레이너와 홍보대행사 실장으로 극히 다른 길을 걸어왔음을 알  수 있다. 그런 둘은 연애에 대한 생각 역시 다르다. 아직은 사랑에 모든 것을 거는 이십대 여성과 이제는 사랑보다는 연애를 가볍게 즐길 줄 아는 삼십대 여성. 

 

하지만 그들의 직접만큼이나 판이한 연애관을 갖게 된 것에는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니다. 두 이지연은 사실 둘다 가슴 떨리고, 내 생활을 변화시켜줄 만한 충만한 연애를, 아니 사랑을 하기를 바라고 있다. 하지만 삼십대의 이지연은 다만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어가면서 내 맘대로 되지 않는 연애에 마음을 너무 많이 다친 것 뿐이다. 그리하여 노력하면 노력한 만큼 그럭저럭 결과를 보여주는 일을 더 믿음직스러워 하는 것이다.

 

소설 속의 이지연들은 우리네 인생사처럼 우여곡절을 지나, 서서히 변화되는 모습을 보인다. 이십대의 이지연은 사랑의 고통을 겪고, 스스로를 좀 더 사랑하고 알아가기 위해서 자신의 일을 찾아나선다. 삼십대의 이지연은 오랫만에 다가온 연애의 감정을 넘어서 직업인만이 아닌 여성으로서의 자신을 받아들이고 펼쳐나가기 위해 노력한다.  

 

왠지 1~2시간 짜리 단편 드라마로 만들어진다면 어울릴 듯한 소설이라는 느낌이 든다. 지금 이 세대의 2, 30대 이야기를 고스란히 담아낸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이십대는 나는 당신과 같은 삼십대는 되지 않으리라 생각하며 이를 앙다물고 살아가지만 앞서나간 선배들과 같은 곳에서 휘청이고, 그들을 바라보는 삼십대 선배들은 그들이 부럽기도 하고 귀엽기도 하여 측은하지만, 여전히 자신의 생활 역시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인생사. 그런 여자들의 일상을 톡. 잘라낸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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