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살, 도전의 증거
야마구치 에리코 지음, 노은주 옮김 / 글담출판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책의 제목은 그가 희망을 현실로 만들어가던 시기의 나이 26살이었지만, 지금 그의 실제 나이는 나와 동갑인 스물아홉이다. 서른을 목전에 두고 이십대의 마지막을 나와 동갑내기인 그는 어떤 마음 가짐으로 어떤 일상을 보내고 있을까?

 

초등학교 시절의 집단 따돌림의 경험,  그 후 유도 중고등학교 생활, 고등학교 시절 남자 유도부의 유일한 여자 회원, 명문 교토대 합격, 국제기구 인턴 경험 등 어느 것 하나 흔하지 않은 독특한 이력을 자랑하는 그가 나와 동갑내기라는 사실은 가벼운 자극이자 충격이었다. 국제 기구 및 그와 관련한 제반적인 활동에 대한 동경을 어렴풋이 품고 있으나 매달 카드값을 생각하며 별 다를바 없는 일상을 하루하루 보내고 있는 여럿 평범한 직장인 중의 하나인 나와, 이제 그다지는 짧지만도 않은 길이의 인생을 온몸으로 부딪혀 겪어 나가고 있는 그와의 차이가 하늘과 땅만큼 멀게 느껴져서 내 자신이 살짝 초라해보이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하고, 그가 부럽기도 했다.

 

하지만  이 하늘 아래 거저 얻는 것이 어디 있으랴.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는 오랜 영문 속담처럼. 가녀린 젊은 여성이 아시아 최빈국이라 불린 방글라데시에서 고국에서도 하기 힘든 사업을 혼자 힘으로 이끌어나가는 것은 본인도 상상했던 것 보다도 더 힘든 일이었다. 나는 그만큼 좌절하지 않았기에, 그만큼 내 인생에 아직 성공하지 못한 것 뿐이었다. 그는 믿었던 사람들에게 배신을 당하고, 사업을 하면서 숱하게 사기를 당하고, 여자라는 이유로, 어리다는 이유로 더더욱 무시당하고 세상에 부딪히며 아프게 깨어지며 배워야 했던 것들이 너무나도 많았다. 내가 왜 이런 고생을 사서 하는 것인지, 모르긴 몰라도 수천번은 더 생각했을 것이다.

 

나는 지금 과연 내가 서 있는 자리에서 그만큼 최선을 다하고 있을까? 너무나도 허망하리만큼 쉽게 '아니다'라는 대답이 나온다. 그만큼 눈물을 흘리며 그만큼 좌절하면서도 다시 일어섰더라면, 그가 결국 '마더하우스'라는 그 마음 속에서만 존재하였던 형상을 현실에 내놓게 된 것처럼 나 역시 나만의 결과물을 내놓을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 그러하지 못하여 나는 그저 방황하고 있을 뿐이다. 

 

그의 스물 여섯살에 시작한 도전이 마더하우스라는 증거로 남게 된 것처럼, 나의 마지막 이십대, 나의 스물 아홉에도 나만의 도전의 증거를 찾아나서야 할 것이다. 세상은 노력하고 바라는 만큼 딱 정비례하여 결과물을 쥐어주지는 않지만, 분명 차근차근 앞을 향해 나아가는 사람은 한 걸음씩이라도 전진하게 된다. 동갑내기 그의 앞으로의 행보를 계속 주시하고 싶다. 나 역시 이후의 나의 미래는 그에게 부끄럽지 않게 나만의 방식으로 한 발 한 발 딛어나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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