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이에게 처음어린이 2
이오덕 지음 / 처음주니어 / 2009년 3월
평점 :
품절


표지에서 환한 미소를 짓고 있는 시인의 얼굴 표정이 평화스럽다. 수수한 책 표지와 글씨처럼 이 동시집 역시 소소한 시골에서의 아이들의 일상을 소재로 한 40여 편의 동시가 수록되어 있다.

 

사실 이 동시를 읽게 될 지금의 어린 아이들이 과연 어느 만큼 이 동시 속에 표현한 시골 풍경을 머리속에 제대로 떠올릴 수 있을까? 싶으면서도 왠지 친절하게도 시와 함께 그려진 그림들을 보면 그러한 걱정도 마음이 놓인다. 어찌보면 지금은 사라져 가고 있는 풍경들, 단어들이기 때문에 그리하여 이 동시집이 더욱 의미를 갖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호미를 들고 부모님을 돕는 아이, 밤에는 개구리가 밤새 개굴개굴 울어대고, 염소와 송아지가 친구들인 전형적인 옛 시골 풍경의 모습이 동시 안에 가득 펼쳐진다. 이제는 시골이라 하여도 호미를 드는 경우는 찾기 힘들테고, 아이들도 모두 인터넷 게임을 즐기고 있을테니, 지금은 이런 풋풋한 시골 풍경은 동시 속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것인가 싶어 쓸쓸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

 

어린 아이들이 읽는 동시라고 하여서 달달한 상상의 세계만을 쓰고 싶지는 않다고 한 시인이라서 그런지 비록 옛날 이야기처럼 평화로운 시골의 모습이 보이는 글이지만, 사실상 그 안을 꼼꼼히 들여다 보면 어린 나이에서 부터 밭 일을 하는 어린이들의 모습이 담겨 있다. 비록 재미있는 놀이처럼 보일지라도, 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일을 하여야 하는 아이들의 그 시절 생활상이 동시속에서 오롯이 비춰지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아마도 집-학교를 왔다 갔다만 하는 요즘 아이들이 읽으면,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있는 것 처럼 비춰질 지도 모르겠다.  

 

요즘 아이들은 동시를 읽지 않는다. 컴퓨터 게임에 빠져 있건, 아니면 그럴 여유도 없이 여러 학원을 전전하고 있거나 한다. 그래서 인지 아이들의 언어는 어른들보다도 더욱 심하게 오염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곤 한다. 그것이 어떤 의미인지도 모른채, 인터넷 상에서 배운 거친 언어를 사용하는 요즘 어린이들을 보면 참 안타깝다. 그들에게 이런 아름다운 언어로 엮어진 동시를 자주 접하게 한다면 과연 어떨까? '어린이를 위한 이기는 습관' 이런 책 보다는 동시집 한 권이 훨씬 값진 선물이 될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